▲ 영화 '유리정원'을 연출한 신수원 감독. 제공|리틀빅픽쳐스

[스포티비스타=부산, 이은지 기자] 신수원 감독의 신작 ‘유리정원’은 문근영의 개막작이다. 그리고 제 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다. 신수원 감독 색이 강한 이 작품은 문근영과 만나 신비로운 분위기로 완성됐다.

‘유리정원’은 홀로 숲 속의 유리정원에서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를 훔쳐보며 초록의 피가 흐르는 여인에 대한 소설을 쓰는 무명작가의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상에 밝혀지게 되는 충격적인 비밀을 다뤘다.

이 작품의 시작은 소설이었다. ‘어떤 책의 연대기’라는 제목의 소설에서 출발했지만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던 신수원 감독은 영화 ‘마돈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뜻밖의 상황에서 다시 소설로 돌아왔다. 바로 ‘마돈나’ 속 뇌사 상태인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을 수정하며 ‘식물인간’이라는 표현에서 영감을 얻었다.

“뇌사 상태, 이것은 코마다. 우리나라에서는 식물인간이라고 한다. 여기서 출발했다. 우리나라의 정서에는 나무를 수호신이라고 믿는 것들이 있다. 영혼이 있는 것처럼 믿고 그런 생각을 하며 ‘만약 나무에 영혼이 있다면?’ ‘인간이 죽어서 나무가 될 수 있다면?’ 등의 생각으로 확정됐다. 소설을 다시 열어보니 엔딩이 떠오르더라.”

대략적인 스토리는 완성이 돼 있었다. 소설가가 한 여자의 인생을 훔치고 성공하는 스토리로 구상중이었다. 여자가 피해를 입고, 죽게 되는데, 죽은 자리에서 나무가 피어 있는 것으로 수정을 했다. 또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비너스 형상을 한 나무 조각이 영화를 완성 시켰다.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재연은 자신이 나무에서 태어났다고 믿는다. 과학도인 재연이 믿기에는 허무한 이야기다. 아이러니해 보이지만, 사실 과학도의 삶이 그랬다.

▲ 영화 '유리정원' 스틸. 제공|리틀빅픽쳐스

“과학도를 리서치 하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어쩌면 무모한 신념을 지난 사람들이다. 실패 할 수도 있는 일에 5년, 10년을 버틴다. 그런 무모한 신념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 면에서 재연의 직업이 과학도 인 것은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신념과 함께 ‘유리정원’에 등장하는 키워드는 ‘표절’이다. 재연의 인생을 표절하는 소설가, 또 재연의 실험을 표절하는 후배 등 계속해서 표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것은 창작자, 감독이라는 직업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 신수원 감독의 생각이었다.

“창작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남의 작품을 표절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나쁜 것이다. 때로는 실제로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얻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양해를 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재연의 인생을 가져온 지훈의 소설은 다르다. 훔쳐 보면서 소설을 써 가고, 피해까지 준다. 그런 일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타인에게 상처가 될 수 있고, 그런 생각을 해봤다.”

결국 ‘욕망’이었다. 지훈은 소설가로 성공하고 싶은 욕망으로 인해 재연의 인생을 가져오고, 재연의 후배 지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연구에 지쳐가는 과정에서 성공하고 싶은 욕망을 품고 아이디어를 표절한다. 누구나 잘 살고자 하는 욕망은 품고 있다. “그런 부분들을 표절이라는 테마로 담고 싶은 마음”이었다.

▲ 영화 '유리정원'을 연출한 신수원 감독. 제공|리틀빅픽쳐스

지훈은 자신의 행위가 재연에게 상처를 준 것을 깨닫고 사과를 한다. 이미 지훈에게 등을 돌린 재연을 다시 돌아서게 만드는 것도 진심이 담긴 사과 한마디였다. “잘못했어요”라는 말에 재연은 지훈을 다시 바라봤고, 지훈은 “당신을 위한 소설을 쓰겠다”는 말로 재연에게 미안한 진심을 드러냈다.

“지훈은 결국 소설을 다시 썼을 것이다. 시나리오를 구상할 때부터 생각했다. 재연이 도망가다가 멈추는 순간은 지훈의 사과다. 어떻게 하면 저 여자를 멈추게 할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마지막으로 신수원 감독은 개막작으로 제 2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즐기고 있는 소감을 전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개막작에 선정됐고, ‘유리정원’의 장점을 봐준 영화제로부터 힘을 얻었다고.

“굉장히 기뻤다. 칸영화제나 베를린영화제를 갔을 때와 또 다른 느낌이다. 영화 ‘명왕성’과 ‘마돈나’가 비전과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이 돼 오긴 했지만, 개막작은 처음 아닌가. 스태프들과 다 같이 영화제에 와서 개막작을 보는 기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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