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여회현이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 제공|엘리펀트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스타=이호영 기자] 배우 여회현(23)은 "'정답'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끊임없이 갈구하고, 고민한다. 수학 문제처럼 단박에 풀리지 않음을 알기에 자신만의 식을 세워 갈고닦는 과정의 연속이다.

그의 말대로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틀림없이 더 나은 배우, 이상에 더 가까운 연기자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여회현은 지난 3일 종영된 KBS2 월화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극본 윤경아, 연출 홍석구)에서 수려한 외모, 다정다감한 성격, 부유한 집안, 뛰어난 성격까지 뭐 하나 빠짐없이 완벽한 '엄친아' 손진 역을 맡아 열연했다. '란제리 소녀시대'는 1970년 후반 대구를 배경으로 고등학생들의 우정과 사랑, 성장통 그린 작품이다.

▲ 배우 여회현이 '란제리 소녀시대' 촬영 당시 사투리가 고역이었다고 전했다. 제공|엘리펀트엔터테인먼트
1994년생 올해 나이 스물셋의 여회현은 1979년을 살아본 적도, 그 당시의 향수를 느껴본 적도 없다. 전라남도 광주 출신의 그가 옛 대구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모두의 이상향인 '엄친아'라는 설정도 마땅히 참고할만한 직업이나 구체적인 정답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여회현은 손진의 외적인 부분을 그려내는 것이 고역이었던 것이 사실이고, 내려놓을 부분은 내려놓았다고 솔직 담백하게 털어놨다. 그는 "사전 준비는 의무이기에 시대적인 공부도 많이 하고, 조언도 얻어봤다"며 "물리적으로 불가한 부분들이 있었다. 주어진 시간은 짧고, 토박이 대구 시청자들이 듣기에 완벽한 사투리의 기준은 높았다. 나는 외적으로 평범한 축에 속하는 조건의 남자라고 생각한다. '엄친아' 손진과는 성격도 많이 다른 편이다. 그 시절의 추억은 나에게 느껴본 적 없는 경험들인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비주얼보다는 감정에 몰입해봤다"며 "욕심 같아서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연기자의 첫 번째인 '감정선'이 허투루 돌아갈 것 같아 과감하게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 배우 여회현이 사랑의 감정을 믿고 연기했다. 제공|엘리펀트엔터테인먼트
여회현이 믿고 따른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의 일맥상통이었다. 그는 "손진처럼 사랑해본 경험이 있다.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한 여자를 짝사랑했다. 1979년, 그 시절의 사랑이나 내가 겪은 사랑이나 어린 소년의 감정은 비슷한 색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잘나고, 멋진 손진도 사랑 앞에서는 똑같다. 바보같이 얼어붙고, 가끔 이기적일 수도 있다. 시청자들도 분명 공감해주리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손진이라는 인물에도 집중했다. 여회현은 자신과는 결이 다른 손진의 성격, 신념을 이해하고자 대본을 파헤쳐봤다. 결국, 발견한 것은 손진의 책 한 권이었다. 그는 "손진이 '데미안'(H.헤세)이라는 소설을 읽고 있다는 지문이 있더라. 찾아 읽어봤다.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취향의 인간인지 파악하고 싶었다. 철학적이고, 어려운 책이다. '이걸 왜 읽지?'하는 의문이 들었고, 나와는 다른 친구라는 결론을 찾아낸 셈"이라고 말했다.

▲ 배우 여회현이 행복을 전달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제공|엘리펀트엔터테인먼트
이렇듯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찾아내는 과정에서 항상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는 여회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지 않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란다. 하지만 그는 "이 과정이 스트레스로만 다가온다면 내가 끝까지 악착같이 달려들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정 속에서 재미를 찾았고, 특히 요즘 즐거움을 실감한다"며 "예전에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연기 잘하는 배우, 폭이 넓은 배우 등 예전에는 조금 이상적이고 결과론적인 모습을 상상하고 바라왔다. 요즘은 아니다. 행복한 배우, 그 행복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웃음) 평생 연기할 작정인데 벌써부터 스트레스로 지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 매사 긍정을 되새긴다"고 답했다.

이어 "혹자는 스타를 바라고, 누군가는 배우로 비춰지고 싶다고들 말하더라. 그것도 맞고, 내 것도 맞다. 정해진 답은 없다. 그렇다고 오답도 아니다.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고 신념대로 밀어붙이면 요령이 쌓이고, 더 나은 사람, 행복한 사람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다.(웃음)"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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