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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10월 유럽 원정, 러시아-모로코와 친선 경기를 통해 결국 확인한 것은 변형 스리백의 리스크 뿐이었다. 러시아전에 측면 플레이메이커처럼 기능해 두 개의 도움을 올렸던 ‘오른쪽 윙백’ 이청용(29, 크리스탈팰리스)의 가능성은 측면 공격을 무기로 삼는 모로코와 경기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신태용 감독은 10일 스위스 빌/비엔느 티소아레나에서 치른 모로코와 친선 경기에서 전반 28분 만에 3명의 선수를 교체해야 했다. 상대의 빠른 측면 공격에 수비 균형이 무너져 전반 10분 만에 두 골을 실점했기 때문이다.

◆ 폭발적 윙어 하다드에 ‘상성 극악’이었던 ‘윙백’ 이청용

러시아와 경기에서도 스리백 수비 지원이 미진했던 이청용은 이날 빠른 스피드와 현란한 발재간, 날카로운 왼발 킥 능력까지 갖춘 모로코 레프트윙 이스마일 하다드(27, 위다드 카사블랑카)와 맞대결에서 완패했다. 

하다드는 전반 4분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장현수의 육탄 수비까지 제치고 마무리 패스를 보냈으나 파이살 파이르의 논스톱 슈팅이 한국 수비를 맞고 무산됐다. 하다드는 결국 후반 10분 문전 왼편을 뚫고 올린 패스로 장현수의 실수를 끌어내 우사마 탄난의 추가골에 간접 기여했다.

하다드는 이장 면 외에도 여러 차례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반 21분에는 중원 우측 부근에서 왼쪽 측면 전방으로 길게 찔러준 볼을 이어 받아 문전까지 들어간 뒤 로빙 슛을 했으나 골키퍼 김진현의 선방에 막혔다.

하다드는 전반 33분 아민 아리트의 스루 패스를 받아 문전 좌측을 빠져들어 슈팅했으나 옆그물을 때렸고, 전반 39분에는 하다드의 왼쪽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공격수 미문 마히가 빠트려 득점 기회를 놓쳤다. 하다드는 결국 후반 1분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강력한 대각선 슈팅으로 득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다는 이번에 네 번째 A매치 경기였더 모로코의 국내파다. A매치 데뷔골 맛을 봤다.

하다드의 활약은 곧 이청용의 부진을 설명한다. 스리백의 양 옆에 빈 공간을 하다드가 계속 파고들었고, 이청용의 수비 지원은 미비했다. 위치도 높았고, 속도도 느렸다. 더불어 김보경-기성용으로 구성된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이청용의 측면 수비 부담을 덜어주지 못했다.

기성용-이청용이 공을 소유하고 경기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모로코의 빠르고 역동적인 젊은 공격수들이 강한 전방 압박과 유기적이고 빠른 스위칭 플레이로 한국의 스리백과 4명의 미드필더 사이 공간을 유린했다. 이청용은 자신의 뒷 공간을 속수무책으로 내주며 러시아전과 같은 안정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 이번에도 구조의 실패…변형 스리백-이청용 윙백 ‘폐기’

이청용 개인의 잘못으로 돌릴 문제는 아니다. 모로코는 원톱에 4명의 2선 미드필더를 뒀고, 전통적인 날개와 가짜 9번을 동시에 기용했다. 스리백 수비는 한 명의 스트라이커를 두고 잉여 자원이 생겼고, 조금 더 수비적으로 둔 임창우는 커트인 하는 탄난을 따라가다 균형이 깨지고, 직선적인 하다드를 막게 된 이청용은 속도에서 밀려 균형을 유지하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이 전반 28분 만에 급히 3명을 교체하고 포백으로 전환한 것은 구조적 결함과 개인 능력의 문제가 발생해서다. 구자철과 권창훈, 정우영이 들어가면서 전방 압박, 중원 수비가 단단해졌다. 이청용도 포백으로 전환해 조금 더 뒤로 내려가자 하다드의 공격 위협을 조금은 대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포백 상황의 라이트백으로 나선 이청용은 빌드업에 크게 관여하기 어려웠다. 몇 차례 롱패스를 보낸 것 외에 의미있는 플레이를 보이지 못했다. 후반전에 모로코는 주전이 아니라, 더 경험이 적은 선수를 투입해 시간을 보냈다. 

러시아는 투톱에 노장 윙백을 기용하면서 측면 공격이 활발하지 않았다. 이청용 윙백 기용의 리스트가 상대적으로 덜 드러난 경기였다. 모로코전을 통해 변형 스리백의 허점이 노출됐다.

한국은 1골을 만회해 1-3으로 졌지만, 위안을 삼을만한 내용은 없었다. 월드컵이라는 본 무대에선 장점 보다 단점이 크게 드러난 변형 스리백이나, 이청용 윙백 전략을 적용해선 안된다는 교훈을 얻은 게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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