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혁이 '아르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제공|나무엑터스
[스포티비스타=양소영 기자] 배우 김주혁(45)이 데뷔한 지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그는 여전히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고민했다.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그 어느 때보다 진중했다. 자신의 그릇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는 김주혁은 천생 배우였다.

김주혁은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아르곤’(이윤정, 극본 전영신 주원규 신하은, 원작 구동회)에서 앵커 김백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아르곤’은 가짜 뉴스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오직 팩트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탐사보도팀 ‘아르곤’의 치열한 삶을 그려내며 호평 받았다.

‘아르곤’은 김주혁에게 특별했다.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김주혁은 ‘아르곤’의 결말에 대해 “여운이 있어서 좋았다”며 “김백진이 갈 길을 가는 정도만 표현된 게 너무 좋았다. 모든 게 담겨 있지 않나. 이 세상이 끝난 것도 아니고, 이들의 관계가 끊어진 것도 아니다. 담담하게 가는 모습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주혁은 기존의 드라마와 다른 ‘아르곤’이 좋았다. 8부작이라는 짧은 호흡의 드라마 안에 과하거나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었다. 물론 연기하기 힘들기도 했다. 그는 “대사가 너무 많았다. 8회에는 대사가 몰릴 때로 몰려서 외우는 게 힘들었다. 대사는 많고 시간은 없고, 대사에 치여서 더 놀 수 있는 걸 못 놀아서 짜증이 나기도 했다. 이만큼 할 수 있는데 그렇게 못하는 배우의 심정은 괴롭다”고 털어놨다.

김주혁은 ‘아르곤’의 김백진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앵커와 기자들을 만났고 교육도 받았다. 각 방송사의 모든 뉴스를 챙겨봤다. 고민 끝에 김주혁은 “내 스타일대로 하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의미만 전달되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밝힌 김주혁은 “딜레마는 배우기 때문에 말에 감정이 실릴 수밖에 없다. 드라마인데 감정을 완전히 없애면 안 될 것 같았다. 이번에 하면서 감정을 없애려고 노력했지만 분위기를 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 '아르곤' 김주혁 스틸. 제공|tvN
‘아르곤’을 이끄는 김주혁은 실제 촬영장에서도 징검다리 역할을 자처했다. 선배들과 후배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장난을 치며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들었다. “촬영장에서 장난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한 김주혁은 “정도를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차가워지는 편이다. 하지만 매 작품 변함이 없다. 현장에서 인상 쓰지 않으려고 한다. 일부러 장난을 친다. 배우의 덕목이다. 주연이면 그렇게 해야 된다. 제가 인상을 쓰고 있으면 분위기도 가라앉는다. 나이도 많은데 그렇게 하면 후배들이 눈치를 본다. 마음이 편해야 대사도 잘 나오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주혁은 ‘아르곤’을 함께한 배우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잘하는 배우는 무조건 좋다. 못하는 배우는 싫다. 호흡을 주고받으면 안다. 그게 안 되면 답답하고 짜증난다. 그런 배우들이 없었다”며 천우희 신철 등 동료 배우들을 치켜세웠다.

이번 작품에는 애드리브도 꽤 많았다. 대사를 그대로 살리려 했지만 조금 더 자연스럽게 김백진을 화면 속에 구현하려 노력했다. 김주혁은 “말과 말을 이어주는 부분에서 작가들이 쓴 것과 배우인 저는 다를 수 있다. 애드리브가 많으면 안되지만 필요할 때가 있다. 감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옛날에는 안하는 편이었다. 이제는 하려고 한다. 자연스럽게 빈 여백을 꽉 채우고 완성 시키는 느낌이 들어서 그렇게 한다. 말도 그렇고 행동도 채워 넣는다. 가만히 서서 대사만 치는 게 아니다. 행동 하나하나가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고 밝혔다.

김주혁은 스스로를 ‘집돌이’라고 표현했다. 인간관계도 습자지처럼 얇다는 그는 “부지런하지 않다. 친해지는데 오래 걸린다. 친해지면 오래간다. 정을 주고 해야 되는데 귀찮은 게 문제다. 완전 집돌이다. 일할 때는 부지런한데, 일하지 않을 때는 게으름 그 자체”라며 “연기가 좋다. 이 일 외에는 싫다. 일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도 즐겁다. 일을 할 때마다 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건 해 봐도 재미가 없다. 물론 현장에서 사람들과 관계는 즐겁다. 현장이 좋다”고 연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주혁도 연기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럴 때는 최대한 몸을 움직인다. 운동을 하면서 몸을 만들고 스트레스를 푼다. 매 순간 스스로에게 부족함을 느낀다는 김주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스스로에게 만족한 적이 없다고 했다. 때로는 연기가 무섭게 느껴진다는 그는 자책하기도 한다. 김주혁은 “더 잘해야 한다. 매일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까 그런 고민이다. 아직도 부족하다”며 “다만 지금은 저기로 가면 되겠다하는 감은 온다. 그 길은 멀지만, 적어도 엉뚱한 길로 가고 있지 않구나 싶다”고 고백했다.

▲ 김주혁이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제공|나무엑터스
힘을 빼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김주혁은 “다른 사람의 소리를 깊이 있게 들으려고 한다. 말 속에 어떤 의도가 들어있는지 본다. 그것에 따른 리액션도 달라진다. 나이가 들어서 나쁜 것 같지는 않다. 나이가 들수록 연기를 잘할 수밖에 없다”며 “저는 아직 멀었다. 연기에도 유행이 있다. 옛날 연기와 지금의 연기가 다르다. 안주하지 않고 빨리 적응해야 한다. 마지막 지향점은 자연스러운 거다. 사실적인 연기다. 그걸 위해 달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는 무척 매력적인 직업이다. 김주혁 역시 “재미있는 직업”이라며 “촬영할 때는 힘들지만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 전환이 되지 않느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멜로도 해 보고 싶다. 요즘에는 거의 없다. 관객들은 재미없어 할 수도 있지만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멜로가 아니라 ‘첨밀밀’ 같은 멜로를 해보고 싶다”고 연기 욕심을 드러냈다.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시나리오입니다. 기초 공사가 탄탄해야 돼죠. 물론 필이 와야 됩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요. 다양한 역을 하고 싶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그릇을 생각해야죠. 물론 그릇은 점점 커져요. 할 수 있는 게 정해져 있지만 조금씩 넓혀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비슷하게 보여도 조금 더 다른 도전을 하려고 해요. 사람들은 못 느낄지라도 저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돼요. 체력 관리도 해요. 힘이 없으면 도전할 용기가 생기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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