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란제리 소녀시대'가 아날로그 감성의 정석을 보여줬다. 사진|KBS2 화면
[스포티비스타=이호영 기자] '란제리 소녀시대'가 아날로그 감성을 관통했다.

3일 종영된 KBS2 월화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극본 윤경아, 연출 홍석구)는 이정희(보나 분)와 채동문(서영주 분)이 로맨스를 이뤘다. 박혜주(채서진 분) 역시 주영춘(이종현 분)과 함께 떠나며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란제리 소녀시대'는 1970년 후반 대구를 배경으로 고등학생들의 우정과 사랑, 성장통 그린 작품이다. 드라마 '골든크로스', '완벽한 아내' 등을 연출한 홍석구 PD와 '부탁해요, 엄마', '완벽한 아내'를 집필한 윤경아 작가가 함께했으며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1970년대 고등학생들의 사랑, 순수하고 풋풋한 청춘남녀가 끄집어낸 아날로그 향수는 온 가족 감수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극중 배동문, 이정희, 손진, 박혜주, 주영춘 다섯 명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펼쳐진 엇갈린 짝사랑 구조는 여느 드라마들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자극 없이 깨끗하고 맑았다. 제목처럼 야하지도, 억지스러운 설정도, 극성맞은 요소도 없이 말 그대로 고등학생 남녀의 첫사랑을 오롯이 담아냈다.

이정희는 백마 탄 왕자 손진에 빠져, 지고지순 해바라기 사랑을 보여주는 배동문의 진심을 한참이나 깨닫지 못했다. 이후 자신의 머릿속에 자꾸 맴도는 채동문에 대한 기억에 괴로워하기도 한다. 자신이 바라보는 손진의 마음이 같은 반 친구 박혜주를 향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정희는 혼란에 빠진다. 질투와 함께 느껴지는 동경과 선망, 여고생은 자신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한다. 그 나이때에 걸맞은 미숙한 감정, 우리 모두의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 '란제리 소녀시대'가 복고풍의 아이템을 작품 곳곳에 장치했다. 사진|KBS2 화면
작품은 단순히 발랄한 여고생의 시선만을 따라가지 않았다. 딸이라고 공부하지 못하게 하는 가부장적인 아버지, 시국선언을 한 학생을 도왔다가 '빨갱이'로 몰린 교수님, 여고생의 속옷 끈을 무자비하게 잡아당겨 체벌하는 남자 선생님 등 그시절의 모순도 녹여냈다. 이와 같은 메시지들은 지루할 틈 없이 빠르고, 간결한 연출력으로 8부작이라는 다소 짧은 호흡 안에 담겨 호평받았다.

올드 팝송, 빵집 단체미팅, 군복 입은 교련 선생 등 곳곳에 장치된 추억의 노래와 장소, 의상, 소품, 시대상을 녹인 스토리, 또 이를 담은 색감 좋은 영상은 보기 좋게 어우러졌다. 7080 기성세대들이 아련한 그 시절을 돌아보게 만드는 시간을 선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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