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서예지가 '구해줘' 공식석상에는 나가고 싶지 않았던 당시를 회상했다. 제공|킹 엔터테먼트
[스포티비스타=이호영 기자] "'구해줘' 공식석상에는 나가지 않을 생각이었어요.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한 임상미를 연기하는 내가 행복하게 웃는 모습, 보고 싶지 않았거든요."

배우 서예지(27)가 작품, 캐릭터를 마주하는 법은 간단명료했다. 필사적으로 몰입하고, 역할이 처한 상황과 최대한 사이클을 맞춰 몰두하는 것. 앞으로도 그렇게 능동적으로 연기하는 배우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서예지는 지난 9월 24일 종영된 OCN 주말 드라마 '구해줘'(극본 정이도, 연출 김성수)에서 사이비 종교에 갇힌 소녀 임상미 역을 맡았다. 17세에 갇혀 성인이 될 때까지 번번이 탈출에 실패, 소중한 이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마주해야 했다. 부모님은 점점 사이비 종교에 현혹돼 정신이 혼미해져 갔고, 심지어 교주 백정기(조성하 분)에게 예비 영모로 간택당해 갖은 수모까지 당했다.

'구해줘'는 국내 드라마 중 최초로 사이비 종교의 폐단에 집중했다. 서예지는 작품이 지향한 사회 고발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 공감했고, 그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이 치유받기를 바랐다.

"사람의 마음을 악용하는 집단은 우리 사회에서 없어져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위험 요소를 대중에게 알린다는 작품의 의도가 와 닿았다. 또 이로써 상처받고, 피해를 당한 이들이 스스로를 구해내는 상미의 모습을 보고 조금이나마 치유받았으면 했다."

서예지는 촬영 전 역할에 스며들고자,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촬영 중간에는 임상미가 아닌 서예지의 모습으로 억지웃음을 짓기 힘들어 곤욕스러울 정도였다고 한다.

"실제도 상미처럼 혼자 갇혀 지내기도 했다. 촬영 3주 전부터 상미에 이입하기 위해 독립을 했다. 집에서 혼자 지내면서 가사가 없는 BGM을 틀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촬영이 시작된 이후 예정된 제작발표회에도 참석하지 않고 싶었다. 대중 앞에서 억지로 미소 지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더라. 촬영 중간에 비하인드를 보여주는 메이킹 촬영을 찍는 것도 힘들 정도였다."

서예지는 '구해줘' 촬영 내내 극성맞은 감정에 휩싸여 하루도 눈물 마를 날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구해줘'를 천국과 지옥을 오간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매 회 울었다. 반복해서 울다 보니 두통이 생기고, 눈에 물사마귀가 날 정도였다. 감정 소모는 물론, 체력도 많이 떨어졌다. 병원에 갈 시간도 없어 고생했다. 집에 혼자 있을 때에 구선원 생각나 무서워 울고, 실수로 다친 팔 다리가 아파 서러워 울고, 가위에 눌리기도 했다.(웃음) 고생한 보람이 느껴지는 천국도, 찍는 내내 고통스러웠던 지옥도 있던 색다른 경험이었다."

맞고, 울고, 넘어지고, 심지어 마지막 구선원을 탈출하는 장면을 찍은 후에는 구토까지 했다. 선택에 대한 후회가 남지는 않을까 싶어 물으니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작품을 위해 쓰여지는 과정이었고, 애초에 내 선택이었다. 주체하지 못할 정도의 우울감이 몰려와 힘들었을 뿐, 후회하거나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았다. 덕분에 감정이입이 수월해 기쁜 마음이다. 만약 상미처럼 갇힌 공간에서 나를 다스려야 하는 역할이나 작품이 다시 찾아와도 똑같이 할 것이다."

서예지의 열연은 빛을 발했고, 시청자의 뇌리에 임상미의 이미지는 단단히 새겨졌다. '인생 캐릭터'를 만나 기쁠 테지만, 고착화된 이미지가 걱정되진 않을까. 이번에도 역시 그는 강단 있게 아니라고 답했다.

"시트콤 '감자별'의 코믹한 이미지, 혹은 청순가련한 서예지를 기억해주는 분들이 많았다. 이번 '구해줘'로 완전히 지워냈다. 배우가 몰입해 연기하면 전작의 역할은 지워지기 마련이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배웠다. 누군가의 시선에서 이전 역할이 보일까 두려운 것보다는 내 안에 남은 임상미가 걱정이다. 내가 어떻게 빠져나올지의 고민뿐이다. 이렇게 여운이 긴 작품, 캐릭터는 처음이다. 털어버리고 나와야하는 것이 맞지만 아직 그를 보내주기에 아쉬운 것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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