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남한산성' 스틸. 제공|CJ 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남한산성은 서울에서 동남쪽으로 약 24km 떨어진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면 산성리에 위치한다. 1636년, 청이 대군을 이끌로 조선을 침략하면서 병자호란이 발발하고, 조선의 왕 인조는 강화도로 피신하려 하지만 길이 막혀 실패한다. 결국 가까운 남한산성으로 몸을 피하지만, 점점 좁혀 오는 청의 공격으로 남한산성에 고립된다.

영화 ‘남한산성’은 인조가 남한산성에 고립된 후 4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남한산성 안에 고립된 인조와 신하들은 논쟁을 벌인다. 청의 굴욕적인 제안에 화친과 척화로 나뉜다.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조판서 최명길과 청의 치욕스러운 공격에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예조판서 김상헌 사이에서 인조의 번민은 깊어만 진다.

전쟁이 아닌, 논쟁의 영화다. 묵직한 정통 사극으로 지금까지의 픽션을 가미시켜 재미를 높인 사극들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작품에 함께한 배우들 역시 이토록 묵직한 사극은 만나기 힘들었다.

이조판서 최명길 역은 이병헌이 연기했다. 명길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인물이다. 예조판서 김상헌과 대립에도 절대 흥분하거나, 목소리가 높아지지 않는 모습은 명길의 성격을 단번에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이병헌은 이런 명길을 특유의 목소리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표현했다.

불같은 성향을 가진 상헌은 김윤석이 맡았다. 사려가 깊은 듯하나, 순간 사람의 목을 벨 수 있는 결단력과 옳다고 믿는 신념을 굽히지 않는 고집을 지닌 인물이다. 상헌은 김윤석이 지금까지 보여 준, 자신만의 뜨거운 기질과 만나 시너지를 발휘했다. 나라를 향한 굳은 충심을 지닌 묵직한 존재감과 불같은 에너지를 품은 상헌은 김윤석으로 인해 더욱 배가 됐다.

상헌과 명길이 논쟁을 펼치는 대목은 영화의 백미다. 두 사람의 에너지가 만나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주고받는 논쟁은 관객의 숨통까지 조여 온다. 관객이 마치 인조의 자리에 앉아 두 신하의 대립을 지켜보고 있는 느낌까지 든다.

▲ 영화 '남한산성' 스틸. 제공|CJ 엔터테인먼트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너무 많은 배우들이 등장한다. 좋은 배우들이 한곳에 모여 자신만의 연기를 펼치는 모습을 목격하는 것은 관객으로도 즐거운 일이지만, ‘남한산성’에서는 오히려 독이 됐다. 인조의 등장은 관객과 같은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과하지 않고 적당하지만, 명길과 상헌에 감정을 집중할 때 쯤, 등장하는 대장장이 서날쇠(고수)와 수어사 이시백(박희순)의 존재는 감정이입을 깨트리고 몰입을 떨어뜨린다.

원작 소설 속 두 캐릭터를 100% 살리지 않은 것은 명길과 상헌의 논쟁이라는 한가지 길로 모으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매력적인 캐릭터를 어중간하게 활용해 영화의 몰입을 떨어트리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영화 속 모든 사건과 상황, 각각의 캐릭터를 모두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오는 3일 개봉. 15세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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