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범죄도시'에 출연한 배우 윤계상. 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등장부터 강렬했다. 그에게 몰입하는데 0.1초도 걸리지 않았다. 장발 헤어스타일에 영혼이 없는 듯한 무미건조한 표정까지, 배우 윤계상은 이미 영화 ‘범죄도시’의 악랄한 범죄자 장첸이 돼 있었다.

윤계상은 편안한 이미지가 강했다. 영화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 보다는 땅에 발을 붙이고, 우리와 함께 살아 갈만한, 지극히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었다. 그러다가 윤계상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 작품은 영화 ‘풍산개’다.

“감독님이 ‘풍산개’를 보고 캐스팅을 찬성했다. 산의 눈빛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풍산개’ 촬영 당시 고생을 정말 많이 했고 ‘범죄도시’에서 그 때의 눈빛을 많이 쓰려고 노력했다.”

그렇다. ‘범죄도시’의 장첸과 ‘풍산개’의 산은 어딘가 닮아 있다. 산의 눈빛에서 순수함과 슬픔을 지워내면 장첸이 보였다. 장첸은 외로웠던 산의 이면에 있는 캐릭터인지도 모른다.

반대라면 장첸은 절대 악으로 표출 한다는 것이다. 윤계상이 시나리오를 보고 처음 느낀 것은 “백지 상태의 절대 악”이었다. 그는 튼튼하고 좋은 뼈대에 살을 붙여 나갔다. 윤계상에게 장첸은 “살을 붙이기 아주 좋은 뼈대”로 보였다.

좋은 뼈대에 살을 붙여 나갔다. 머리와 수염을 기르고, 러시아 장교 같은 긴 코트에 워커를 신었다. “배우에게 정말 탐나는 캐릭터”를 만나 구체화 시키는 즐거움을 느꼈다. 그의 바람대로 “등장부터 0.1초도 걸리지 않는 몰입”을 줬다.

▲ 영화 '범죄도시'에 출연한 배우 윤계상. 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참 좋은, 적절한 시기에 만난 작품이었다. 역할의 다양성은 항상 추구해 왔었고, 악역 제안이 “너무나도 안 들어왔댜”고 했다. 그로 인한 배고픔이 있었다. 영화 ‘비스티 보이즈’ 승우의 어두운 면을 극대화 시켜 새로운 악역이 나올것 같다는 제작사 대표의 생각이었다. 기회를 엿보는 윤계상은 그 시나리오를 “덥석” 물었다.

‘범죄도시’는 악인의 소굴 이야기다. 조직의 확장을 위해 서로가 서로를 잡아 먹는다. 잠시라도 약한 마음을 먹으면 상대의 먹이가 되고 만다. 그 안으로 더 악독한 장첸이 들어오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장첸은 어떤 이유로 이토록 무자비한 악인이 됐을까. 전사가 궁금했다. 영화 속에는 연변 조직의 행동대장 정도로만 나온다. 초고에는 그의 전사도 있었다고 했다.

“초고에는 있었는데, 없어지면서 더 간결해졌다. 전사를 생각하진 않았다. 그냥 과거에도 나쁜 놈이었는데 이유를 만드는 것이 캐릭터를 복잡하게 만든 것 같았다. 배우가 연기를 할 때 너무 복잡해지면 관객들은 잘 느끼지 못한다. 그냥 무자비한 사람이고 악랄한 사람이다. 장첸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 아니라 역할에만 충실했다.”

영화에는 마동석이 ‘원 샷 원 킬’의 괴물형사 마석도 역으로 등장한다. 등장부터 범상치 않다. 맨 주먹으로 칼을 뿌리치고, 말로 상대를 무릎 꿇게 만든다. 그만큼 놀라운 것이 윤계상이 연기한 장첸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비주얼로 스스로도 놀란 적은 없었을까 싶었다.

“내 장면을 보고 놀라지는 않았다. 다른 배우들의 화면을 보고 놀랐다. 조연부터 단역까지 연기를 정말 잘 한다. 현장에서 정말 놀란 것은 양태(김성규)의 모습이었다. 정말 미친 사람 같았다. 그런 동물적인 얼굴을 갖고 싶었다. 장첸 역에 빠져 있을 때도 ‘양태를 내가 이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 영화 '범죄도시'에 출연한 배우 윤계상. 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마지막으로 윤계상은 흥행에 대한 목마른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흥행을 크게 신경쓰지 않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큰 흥행이 된 작품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흥행의 맛을 보지 못했다. 세상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어떤 느낌인지 느끼고 싶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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