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조성하가 '구해줘' 백정기를 하얗게 물들였다. 제공|OCN
[스포티비스타=이호영 기자] 배우 조성하는 교주 백정기를 새하얗게 물들였다. 백발에 흰 눈썹, 위아래 흰색 정장, 백구두까지 회를 거듭할수록 그의 백색 분장은 강조됐다.

조성하는 지난 24일 종영된 OCN 주말 드라마 '구해줘'(극본 정이도, 연출 김성수)에서 사이비 종교 구선원의 교주이자, 마을 전체를 홀려 쥐락펴락하는 악인 백정기로 분해 열연했다.

극 중 백정기는 악행의 중심에 존재하지만 자신의 손에는 절대 피를 묻히지 않는다. 그저 현란한 말솜씨와 인자한 표정으로 주변 이들을 홀려 조종한다. 스스로를 고결하고 순수한 '절대 존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한 마리의 백조, 조성하는 그런 백정기를 표현하기 위해 백색의 장치를 택했다.

▲ 배우 조성하가 '구해줘' 백정기를 연기하며 탈색을 감행했다. 제공|HB엔터테인먼트-라쏨
조성하는 "처음 대본을 받아 읽어 봤을 때에 흰머리, 흰옷에 대한 설정은 하나도 없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짓(?)이었다.(웃음) 백정기는 사연도 없는 인물이었다. 어쩌다가 악인이 됐는지, 가족관계는 어떤지에 대한 전사가 전무했다. 구원파의 교주 유병언이 떠올랐다. 세월호 참사 당시, 동영상을 봤던 것이 뇌리를 스쳤다. 청중 앞에서 새하얀 옷을 갖춰 입고, 청중을 휘어잡는 백발의 교주의 모습이 뇌리에 깊게 박혀있었다. 처음 김성수 PD와 정이도 작가에게 탈색을 자처하니, 굉장히 놀라더라"며 웃어 보였다.

순백의 백정기를 표현하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조성하는 "시작 전 다섯 번 탈색을 감행, 이후 일주일에 한 번씩 재 탈색했다. 총 열여섯 번 탈색을 하니 두피에 화상을 입어 진물이 나오고, 염증이 생기더라. 눈썹도 염색했다. 정장을 두벌 맞추고, 걸맞은 액세서리도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동대문에 가서 직접 샀다"고 말했다.

조성하는 강렬한 비주얼로 힘을 '잔뜩' 줬기에 행동이나 말투, 표정에서는 살짝 힘을 풀어 백정기의 완급을 조절했다고 한다. 그는 "시청자가 보기 힘들 정도로 역겨워 보일 것 같았다"며 "기괴한 겉모습에 연기까지 힘을 줘버리면 자칫 보는 이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어 최대한 중화시켰다. 또 백정기는 자신이 악당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인물이기에 표현 방식을 그렇게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 배우 조성하는 '구해줘' 백정기가 싫었다고 말했다. 제공|HB엔터테인먼트-라쏨
백정기 본인은 악인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그의 설명, 연기하는 배우는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조성하는 "나는 그런 인간들 싫어한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조성하는 "백정기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그리고 모두에게 추앙받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연구했을 것이다. 소름 끼치지만 본인은 정당한 노력으로 일궈낸 권력이자 결실이라고 믿었을 것. 망상에 빠진 정신병자다. 과정 중 행해지는 악행들은 '대를 위한 소의 희생'정도로 치부한다. 그를 연기하면서 연민 따위는 없었다. 현실사회에 실제 일어날 수 있는 가슴 아픈 단면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전했다.

조성하는 이번 연기의 관건으로 "우스꽝스러운 행동으로 그럴싸한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을 꼽았다. 그는 "매번 난감한 장면의 연속이었다. 첫 예배 장면부터 암 시술을 한다며 핏덩이를 들고 설친다. 장풍을 쏘고, 귀신을 쫓는다. 자칫 우스워 보일 수 있는 행동들이다. 암 시술 장면은 대사가 A4용지 5~6장 정도 됐다. 참 힘들더라(웃음)"고 말했다.

이어 "많은 대사량보다 힘들었던 건 어떻게 그럴듯하게 만드느냐였다. '구해줘'는 드라마지 '개그콘서트'가 아니지 않나. 시청자들이 신도의 영혼이 유린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 다른 생각을 갖게 하고, 이중적 코드를 끌어내야 했다. 사이비에 빠지지 않은 시청자들이 보는 드라마였기에 그들까지 현혹시켜야 했다. 모두가 함께 혼신의 힘을 다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해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 배우 조성하가 '구해줘' 시즌2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제공|HB엔터테인먼트-라쏨
이렇듯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열연한 조성하는 자신의 현재 상태를 '전장에서 전투를 마치고 돌아온 병사'라고 표현했다. 그는 "몸도 마음도 지쳐 탈진한 상태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구해줘' 시즌2에 대한 의향을 묻자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언제든지 가다듬고, 전장으로 나가 다시 치열하게 싸울 의지가 있다. '구해줘'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사회 구석구석에 실제로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을 널리 알린 작품이다. 이 세계를 더욱 면밀하게 바라볼 수 있는 깊이 있는 캐릭터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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