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정현이 '학교 2017' 종영 소감을 전했다. 제공|오앤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스타=이호영 기자] "열여덟 살 학생을 연기한 비결은 따로 없어요. 저는 인간 현태운에 집중해 연기한 것뿐입니다."

스물여덟 살의 배우 김정현은 지난 5일 종영된 KBS2 월화드라마 '학교 2017'(극본 정찬미, 연출 박진석 송민엽)의 열여덟 살 학생 현태운을 연기했다. 그의 포커스는 고등학생 연기 혹은 말랑한 로맨스, 스타 등용문이라는 찬스 등이 아니었다. 오로지 인간 현태운의 의식 흐름만을 따랐단다.

김정현은 "나이가 있는데 교복을 입고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을 연기하는 것이 힘들지 않았냐고들 묻더라. 열여덟의 학생을 연기하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나이, 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저마다의 삶과 인생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복과 나이는 현태운을 말하는 '장치'일뿐이라고 표현한 그는 "드라마 '구해줘' 속 학생들과 영화 '파수꾼'의 학생, 그리고 '학교 2017'의 수많은 학생들은 모두 다른 사람이다. 외적으로 보여지는 것들은 PD를 비롯한 훌륭한 스태프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난 오로지 현태운이라는 인물에만 집중했을 뿐이다. 당연히 이런 옷을 입고, 이렇게 행동하는 친구였겠구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극중 현태운은 사연 많은 반항아다. 과거 친구의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있고, 아버지와 갈등을 빚는다. 그 아버지는 자신이 다니는 금도고등학교의 이사장이다. 현태운은 정체를 숨기고 학교의 'X'로 활동한다. 훗날 아버지가 저지른 비리를 폭로하기도 한다. 평범한 이들이 고등학생 시절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흔한 상황, 환경은 아니다.

김정현은 '트라우마'로 현태운의 행동에 대한 타당성을 부여, 감정의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그는 "현태운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내가 납득하고자 노력했다. 시작은 친구에 대한 트라우마였다. 그 감정을 이해하니 아버지와의 갈등, 'X' 활동, 친구 송대휘(장동윤 분)와 얽힌 감정선, 라은호(김세정 분)를 향한 사랑에 대한 불확신 등에 대한 결론이 지어졌다"고 설명했다.

▲ 배우 김정현이 '학교 2017' 속 김세정과의 스킨쉽을 자제했다. 제공|오앤엔터테인먼트
'학교 2017'은 학생들의 성장을 그린 풋풋한 청춘물이다. 이들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는 빠질 수 없는 요소였다. 극중 현태운은 여주인공 라은호와 '여사친' '남사친' 시절부터 티격태격하며 점차 서로의 사랑의 확신해 키워나갔다. 김정현이 맡은 역할은 여심을 저격하기 유리했다.

예상 외로 김정현은 사랑 이야기는 조금 덜어냈다. 현실적인 고등학생의 사랑은 과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는 것이 그의 해석이었다. 김정현은 "'학교 2017'은 그런 작품이 아니었다. 성인 멜로에서나 나올법한 모습을 보여줘 설렘을 유발하고 싶지는 않았다. 남녀가 딱 달라붙지 않더라도 고등학생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미묘한 떨림과 긴장이 있다. 시선을 의식해서 그것을 뭉개버리고 싶지 않더라"고 말했다.

12회 중 현태운이 라은호에게 손깍지를 끼며 고백하는 장면도 마찬가지, 조금 덜어낸 것이었다. 김정현은 "원래는 손깍지가 아닌 이마 키스였다. 고등학생이 이 타이밍에 키스는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PD님도 동의했고, 김세정과 상의해 '손깍지' 아이디어를 냈다. 충분히 그것만으로도 설렐 수 있는 나이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애정전선이 깔린 역할만이 뽐낼 수 있는 달콤한 연출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김정현은 "노리고 설정하면 오히려 수가 틀린다"며 "남녀 케미의 맛을 살리는 것이 목적이 돼버리면 자칫 작품의 맛은 죽을 수 있다. 이 포인트에서 나의 어떤 모습을 보여줘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내야겠다는 생각, 해본적 없다. 극 전체가 아닌 배우 본인의 욕심이 앞서면 위험하다"고 전했다.

김정현의 소신은 적중했다. 수위가 낮춰진 애정신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고백은 김정현 처럼'이라는 시청자의 호평이 쏟아진 것이다. 자극적이지 않은 애정신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김정현은 알고 있었다.

이번 작품은 신예 김정현에게 큰 기회였다. 걸출한 배우들을 발굴해낸 KBS '학교'시리즈의 일곱 번째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김정현은 이번에도 역시 본질을 꿰뚫었다. '스타'라는 단어에 치우치기 싫었고, 들뜨고 싶지 않았단다.

"이 작품으로 반드시 '스타가 될 테야'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물론 이 작품이 '스타 등용문'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그 범주 안에 들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애초부터 부귀영화를 바라고 출발하지 않았다. 괜한 부담이나 설레발은 금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연기를 잘 준비해 시청자에게 다가가 어떤 이야기를 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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