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란제리 소녀시대'가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사진|KBS2 화면
[스포티비스타=이호영 기자] '란제리 소녀시대'가 베일을 벗었다. 얽혀버린 네 남녀의 짝사랑 구도와 함께 첫 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도 엇갈렸다.

11일 KBS2 새 월화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극본 윤경아, 연출 홍석구)가 첫 방송됐다. 1970년 후반 대구를 배경으로 고등학생들의 우정과 사랑, 성장통 그린 작품이다. 드라마 '골든크로스', '완벽한 아내' 등을 연출한 홍석구 PD와 '부탁해요, 엄마', '완벽한 아내'를 쓴 윤경아 작가가 함께했다.

1979년 대구의 한 빵집에서 3대 3 단체 미팅이 열렸다. 뿔테 안경을 낀 모범생 배동문(서영주 분)은 천방지축 여고생 이정희(보나 분)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배동문은 "브룩 쉴즈를 닮았다"고 칭찬을 건넸지만, 그가 마음에 들지 않은 이정희는 "임예진은 몇 번 들어봤다"며 새초롬한 반응을 보였다. 이후 이정희는 다시 만나자는 배동문의 요청을 거절했다.

이정희에게도 첫사랑이 찾아왔다. 학교 일진 심애숙(도희 분)에게 쫓기던 그는 대구의 테리우스 손진(여회현 분)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벗어났다. 운명적인 첫 만남에 이정희는 '나는 사랑에 빠졌다'고 중얼거렸다.

다음날 이정희는 손진이 남녀공학실(도서관)에 있다는 소식에 배동문에게 애교를 피워 표를 받아냈다. 자신의 표를 내준 손진은 "고맙데이"라는 말만 남기고 황급히 뛰어가는 이정희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이정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손진은 공부를 마치고 일어났다. 이정희는 첫사랑에 단단히 빠져 자전거를 타고 뒤를 밟았다. 실수로 길가에 넘어진 그를 본 손진은 한걸음에 달려와 업어줬다. 이에 이정희는 행복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이때 미모의 여인 정혜주(채서진 분)가 나타나 상냥하게 서울말로 약국 위치를 알려줬다. 그는 서울에서 전학 온 외모, 재능, 공부, 성품,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엄친딸'이였다. 정혜주를 바라보는 손진의 알 수 없는 눈빛에 이정희는 불안해했다. 다음날 불안한 마음은 현실이 됐다. 박혜주가 이정희의 반으로 전학 오게 된 것이다.

'란제리 소녀시대'는 10대 고등학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주요 소재로 한 청춘물이다. 전작 '학교 2017', '쌈, 마이웨이', 현재 방송 중인 '맨홀', '최강 배달꾼' 등 엇비슷한 KBS 청춘물의 범람으로 방송 전부터 소재에 대한 기대치는 이미 낮아진 상황이었다.

첫 방송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8부작, 비교적 적은 회차의 특성에 맞게 첫 회부터 속도감 있는 전개는 호평 받았다. 지루하지 않은 인물 소개, 풋풋한 고등학생들이 보여준 첫사랑의 감정선까지 그려냈다. 특히 배동문, 이정희, 손진, 채서진의 묘하지만 대놓고 시작된 짝사랑 구도는 아련한 느낌까지 더했다. 가볍고 싱그러운 청춘물의 묘미를 잘 살린 것이다.

반면, 복고의 디테일한 느낌을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주인공이 '헐'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하거나 1979년 당시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DJ를 하지 않았던 가수 이문세의 등장, 당시와 맞지 않는 교복 색상, 2017년에 어울릴법한 세련된 화장, 헤어 등 대사와 소품에서 보여준 시대 반영의 부족은 치명적이었다. 배경과 맞지 않는 사투리에 대한 불평도 쏟아졌다. 대구를 배경으로 하고서는 등장인물 대부분의 억양이 부산지역과 가깝다는 것이다.

방송 직후 tvN '응답하라'시리즈가 보여줬던 복고, 사투리 디테일과의 비교도 줄을 이었다. 시청자의 눈은 까다로워졌다. 이제 더 이상 예스러운 소품과 아이템만 채워 넣어 '복고'라고 우기는 시대는 지났다. 당연히 브라운관에 비추기에 모든 것을 그대로 재현해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말이 되는 소품과 억양은 필수다. 복고물의 강점인 향수 자극에 필히 있어야 할 요소가 무엇인지 신경 써, 적절히 배치하는 센스가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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