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리가 감독의 덕목과 자질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공|메타플레이
[스포티비스타=유은영 기자] “감독의 덕목, 자질이요? 제가 그런 게 있어서 연출을 한 것 같지는 않고요.(웃음) 연출자들은 각자 영화를 하는 목적이 다를 거예요. 그래도 세상에 대한, 인간에 대한 애정이 조금 깊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제가 ‘인간’을 연기하는 한 사람이니까요.”

‘연기’를 하는 배우로 18년을 살아온 문소리(43)가 메가폰을 쥐었다. 14일 개봉하는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로 대중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여배우는 오늘도’는 문소리가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 입학한 뒤, 2년간 연출 공부를 하며 만든 단편 세 개를 묶어 완성한 영화다. ‘여배우’(2014) ‘여배우는 오늘도’(2015) ‘최고의 감독’(2015)이라는 각기 다른 이야기가 한편으로 엮였다.

감독의 지휘 아래 연기를 하던 배우였다가, 이제는 연기자들을 지휘하는 감독이 된 그는 ‘감독의 덕목, 자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애정’이라 대답했다. 세상에 대한,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었으면 한다는 것. 이는 문소리가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에서 풀어낸 이야기와 연결된다. ‘여배우는 오늘도’의 주인공은 여자. 그것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배우다. 여배우가 지니는 다양한 고민을 함축적이면서도 해학적으로 풀어냈다. 문소리의 따뜻한 시각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문소리는 “나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고, 고민할 수밖에 없고, 그리고 행동해야 하는 사람”이라며 “한국 영화계에서 10여 년 넘게 일을 했고, 혜택받은 바도 많다. 그래서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에 직면했다. ‘연기만 할 수 있다면 다른 것은 상관없어’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 '여배우는 오늘도' 문소리. 제공|메타플레이

문소리는 영화를 만드는 영화계를 ‘직장’으로 봤다. 그는 “직장의 수지는 맞는지, 이것이 건강한지, 속은 썩었는지. 그게 나한테 중요한 문제”라며 “같이 고민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데 일조를 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는 ‘여자 배우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라는 측면의 문제가 아니라며 “남성이든 여성이든 같이 살고, 같이 일하고 있다. 같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그래서 문소리는 나섰다. ‘여배우의 삶’을 다루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고민을 했고 함께 풀어가기 위해 화두를 던졌다. 영화계에 애정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실천’이다. 

최근 한국 사회를 강타한 ‘여혐 논란’ ‘페미니즘 담론’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영화인으로서의 고민,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여배우는 오늘도’에 담겨 있기 때문. 하지만 문소리는 “그런 것과 상관은 있지만 노리고 개봉을 하게 된 것은 아니다. 영화에 나오는 남자 캐릭터들을 비난하고 싸우자고 만든 것도 아니다”면서도 “이 영화가 한국 사회의 젠더 감수성을 높이고, 영화계 안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마음을 드러냈다.

앞으로 계속해서 연출에 도전할 계획은 ‘아직’ 세우지 않았다. 문소리는 “장편 시나리오 제안도 받았는데 다 거절했다”고 솔직히 털어놓으면서 “연기를 하기에도 빠듯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살다 보면,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어떤 무엇인가가 바뀌어서 다시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단서를 붙였다. 이는 “감독으로 데뷔할 생각이 없다”던 지난날의 단언을 비껴간 답이었다.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며 단편 영화를 찍던 시절, 문소리는 감독으로 데뷔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단편을 묶어 개봉으로까지 이어졌다.

문소리는 “어디 인생이 그렇게 뜻대로 되냐”며 웃었다. 문소리는 “영화감독과 결혼할 생각도 없었는데, 지금 같이 살고 있잖나”라며 “예상하지 않았던, 계획하지 않았던 일들이 펼쳐지기도 한다. 아직은 감당할만한 일이 펼쳐지는 것 같아서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영화가 개봉으로 이어지고,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게 된 계기를 풀었다. 이는 다름 아닌 영화계에서 오랫동안 함께 일해왔던 친구들 때문.

문소리는 “영화 일을 하면서 만나게 된 친구들이 있다. 다들 결혼을 안 해서 애도 없고 시어머니도 없다. 만나서 다른 이야기를 할 게 없다. 주구장창 영화 이야기만 한다. 그 친구들과 함께하며 영화에 대한 갈증을 술로 풀었다. 술로만 풀어지는 것은 아니었다”며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판다고 하지 않나. 결국 ‘우리가 해보자’가 됐다. 홍보, 배급, 번역 등 모두 오랜 친구들과 함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문소리는 '자신은 잊혀져도 된다'고 말했다. 제공|메타플레이

‘여배우’ 문소리, ‘감독’ 문소리, 그리고 ‘감독’ 문소리가 만들어낸 영화 속 ‘인간’ 문소리. 여러 문소리가 대중의 앞에 섰다. 이 가운데서 문소리는 어떤 ‘문소리’로 대중의 기억 속에 남았으면 할까.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어떤 ‘문소리’로 남고 싶냐고요? 저는 뭐, 죽어 없어져도 되고 잊혀져도 됩니다. 다만 제가 했던 영화, 제가 고민하고 만들었던 작품 그리고 같이 작업한 사람들은 잊히지 않았으면 해요. 오래오래 시간을 견디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힘을 잃지 않는 영화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