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훈은 '품위있는 그녀' 출연 이후 비로소 빛을 봤다. 제공|샘컴퍼니
[스포티비스타=유은영 기자] 긴 무명 생활을 뒤로하고, 이제야 빛을 본 배우 정상훈(39)은 겸손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다 주위 사람들 덕분이라고, 그들이 자신을 끌어줬기에 버틸 수 있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정상훈은 지난달 종영한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극본 백미경, 연출 김윤철)로 인기를 누렸다. 정상훈이 연기한 안재석이라는 인물은 조강지처를 두고 바람을 피우는 남자였지만, 이를 재치 있게 연기한 정상훈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고, 기사는 매일 쏟아졌다. 포털 사이트 메인을 장식하는 일도 번번이 일어났다. 이는 정상훈이 1998년 SBS ‘나 어때’로 데뷔한 이후 처음 겪는 일이었다.

정상훈은 “요즘 기분이 좋다”고 말하면서도 “누릴 때는 누리라고 하지만 조금 조심스럽기도 하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서서히 잘 돼서 그런 것 같다”고 자신을 진단,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현명하게 행동해야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상훈은 특히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줬던 사람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내가 여기까지 온 것은 ‘사람’ 때문”이라며 “사람이 나를 끌어줘서 여기까지 왔다. 그 관계를 만든 것은 나지만, 그 사람 마음에 자국을 남겨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다. 마음의 자국 때문에 그 사람이 손을 뻗어준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훈에게 손을 뻗어준 사람은 정성화, 신동엽, 황정민, 조정석 등이다. 정상훈은 “연기에 실망하고 과도기에 빠져 있었던 시기가 있었다”며 “그때 정성화 선배가 대학로로 가볼 생각이 있냐고 손을 뻗어줬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대학로에서 10년 넘게 공연만 했고, 공연에서 설 자리가 없어지는 시기에 신동엽 선배가 손을 뻗어줬고, 계속 혼자서 일하고 있었는데 나를 ‘연기자로 키워보겠다’던 황정민 선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정상훈은 “‘양꼬치엔 칭따오’로 얻은 인기가 꺼져갈 때쯤 조정석이 ‘여행 가지 않을래?’라고 하더라. 나영석 PD님을 설득시켜서 나를 데리고 가줬다”면서 “그 결과로 ‘운빨로맨스’를 찍게 됐고, 김윤철 PD님이 이 작품을 보고 ‘품위있는 그녀’에 캐스팅해주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것들이 제 인생이에요. 좋은 결과를, 그저 운 좋게 바라는 게 아니에요. 매 순간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대하고 또 그렇게 생각하면 어느 순간 나비효과나 부메랑처럼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 정상훈(왼쪽), 김희선. 김희선은 정상훈을 "최고의 남자 파트너"라고 칭찬했다. 제공|JTBC

정상훈을 만든 수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고 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제2의 인생이 펼쳐졌다. 인생 2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과는 다르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정상훈은 이 공을 ‘품위있는 그녀’ 백미경 작가와 김윤철 PD에게 돌렸다.

정상훈은 “PD님과 작가님께서 내가 구현하고 싶은 캐릭터를 만들 수 있도록 많이 열어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미경 작가님의 글이 좋았다. 글이 좋으면 시청자를 설득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걸 다시 한번 알게 됐다”며 “김윤철 PD님의 후반 작업도 좋았다. PD님만의 섬세한 컷, 감정적인 컷들이 잘 맞아떨어졌다. 장면과 음악의 타이밍도 좋았다”고 설명했다.

정상훈의 칭찬은 이어졌다. 정상훈은 “조연들의 연기 구멍도 없었다”며 “또 한 회, 한 회, 갈등 구조가 정확했다. 수박 겉핥기식의 통념적인 드라마도 아니었다. 진짜 서울 강남에 있을 법한 일들을 잘 다뤘다. 그게 시청자들을 설득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칭찬은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돌리는 정상훈이지만, 그 또한 김희선으로부터 ‘최고의 남자 파트너’라는 칭찬을 받을 정도로 큰 활약을 했다. 이에 정상훈도 화답했다. 정상훈은 “향후 10년간 김희선 같은 파트너를 못 만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분의 컨트롤 능력이나 촬영장 분위기를 잘 조성하는 덕목 등이 멋졌다. 빈말이 아니다”라며 웃었다.

정상훈은 지금까지 걸어온 것처럼 꾸준히 나아갈 생각이다. 지금의 정상훈에게 ‘도약해서 점프를 할 시기가 아니냐’는 말이 잇따르지만, 정상훈은 그저 “이 상태 그대로 꾸준히 갈 것”이라고만 했다. 그는 “삶의 모토는 노력, 그리고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면서, 이 마음을 안고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