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준이 솔직하게 자신에 대해 설명했다. 제공|프레인TPC
[스포티비스타=이호영 기자] 이준은 어려운 의미부여 없이 쉬운 '직구' 스타일의 화법으로 자신을 설명했다. 그의 소신은 거짓 없이 진솔하고, 담백했다.

이준은 지난 8월 27일 종영된 KBS2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극본 이정선, 연출 이재상)에서 어이돌 출신 톱스타 안중희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극중 안중희의 감정은 그야말로 널을 뛰었다. 발연기 콤플렉스를 가진 까칠한 톱스타였다. 어린 시절을 외롭게 보냈고, 아버지의 정을 느껴야 하는 역할로 인해 그를 찾았다. 하지만 가짜였다. 수많은 사연을 품고 살아온 가짜 아버지였다. 처음으로 가족의 정, 아버지의 사랑을 느껴본 뒤 맛본 배신감은 너무나도 썼다. 그 와중 사랑하는 여자와는 이복남매라는 오해로 얽혀 감정을 억눌러야 했다. 순탄치 않은 멜로를 그리다가 서로의 진심을 확인, 해피엔딩을 맞았다.

극 안에서 철딱서니 톱스타 안중희의 성장과정은 코믹으로 시작해 신파극을 거쳐 멜로로 마무리됐다. 연기하는 배우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결국 이준은 해냈고, 세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는 찬사로 마무리됐다.

이준은 엄청난 감정 소모의 연속이 "솔직히 말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애초에 그는 안중희를 가벼운 인물로 생각했단다.

"사실 '아버지가 이상해'의 따뜻하고 유쾌한 분위기가 끌려 이 작품을 선택했다. 안중희라는 인물은 그저 '안하무인의 배우'라는 시놉시스의 짧은 글 정도로만 짐작했다. 중간에 캐릭터가 확 변해야 한다는 디렉션을 듣고 당황했다. 막연하더라. 내가 납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큰 변화를 주면 아예 다른 인물로만 그려져 작품에 해가 될까 두려웠다."

역할의 감정을 이해하고 이준 본인이 그것을 스스로 납득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단다. 그는 당시의 삶이 행복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어른이 돼가는 안중희는 자연스럽게 이어나가야 한다는 압박, 연기력으로는 비교도 안될 대선배들과 대립하는 장면, 극과 극 감정 변주 등 압박의 연속이었다. 대본의 영향을 받아 위축됐고, 예민한 상태로 지냈다. 쉬는 날에도 마음이 불편했다."

▲ 배우 이준이 '아버지가 이상해' 안중희의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제공|프레인TPC
이준은 가장 먼저 겉모습에 변화를 줬다. 그는 "아무리 역할에 몰입하고, 사연을 늘어놓는다 해도 겉으로 보이는 것들이 그럴싸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옷에서부터 변화를 줬다. 초반 안하무인 톱스타 안중희는 가볍고 특이한 옷을 주로 입는다. 그가 우여곡절을 겪고 철이 들어가면서부터는 주로 정장을 입어 어른스러운 모습을 꾸며냈다. 사랑스러운 멜로 연기 중에는 산뜻한 코디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극중 36세의 설정에 맞게 목소리 톤도 낮췄다. 갑자기 나이 들어 보이는 연기를 하는 상상 하니 내가 어색해서 안되겠더라. 정말 티 안 나게 한 단계씩 전체적인 톤을 맞춰나갔다"고 말했다.

감정선에서는 고민 끝에 아버지 이윤석(김영철 분)과의 관계에 감정을 대입, 변화를 이끌어내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부모라고 믿었던 이들에게 느낀 배신감을 연기하는 와중에도 자꾸만 '왜?'라는 의문이 들어 고역이었다고.

"나라면 이윤석을 굉장히 빨리 용서했을 것 같았다. 그가 사 온 수박과 참외를 집어던지고, 거울을 깨는 장면이 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울컥했다. 날 자식처럼 여기는 남자가 오로지 나만을 위해 이것들을 준비한 정성스러운 과정이 떠올랐다. 마음 아파 못 던지겠더라. 이윤석의 아내 나영실(김해숙 분)이 안중희를 찾아와 무릎을 꿇고 눈물로 사죄하는 장면도 감정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을 연기하는 것은 매번 힘들다."

이준은 연기자다. 말 그대로 상황에 몰입한 척, 이해한 척, 연기하면 되는 것 아니었을까. 그는 "나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내가 이해 못한 장면에서 두 시간 정도 촬영을 중단하고 김영철, 김해숙, 이재상 PD에게 도움을 구하기도 했다. 연기자는 대본대로 따라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전에 내가 납득하고, 몰입해야 한다. 그다음 사실과 가깝게 그려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순서대로 진행해야 쌓이고 쌓여 보는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 배우 이준이 자신있는 연기에 대해 설명했다. 제공|프레인TPC
반면 이준은 "배우병에 걸린 까칠한 톱스타로 보여준 능청 연기와 멜로는 비교적 쉬웠다"고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두 가지 모두 내가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본 것들이었다. 작품을 할 때마다 재발견 소리를 듣는다.(웃음) 확실히 이번 작품으로 멜로 연기가 가능한 배우라는 재발견은 이뤄낸 것 같다.(웃음) 객관적으로 내 얼굴이 멜로에 적합한 인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해냈으니 참 뿌듯한 상황 아닌가."

"발연기를 하는 배우 안중희를 준비할 때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일부러 과하게 준비해 갔다. 속된 말로 '쓰레기'같은 인성을 연기해버렸다.(웃음) 이 PD가 당황해서 조금만 줄이라고 하더라. 뭐든 조금 힘을 빼는 것은 쉽기 때문에 애초에 준비할 때 더 얹어간다. 나름의 노하우다.(웃음)"

이번 작품을 마지막으로 이준은 오는 10월 24일 입대를 앞두고 있다. 군 복무로 생길 21개월의 공백기에 대한 부담을 묻자 "정신건강을 위해 미리 걱정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답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미래를 미리 걱정해봤자 나만 힘들다. 쿨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사람 마음은 억지로 붙잡는 것 아니다. 물론 잊혀질 수 있다. 그때 가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면 대중들은 분명 다시 찾아주실 것이라 확신한다. 사실 이번 작품을 끝내고 작품 제안이 많이 들어왔다. 조금 서둘러 부지런을 떨었다면 소화할 수 있는 스케줄이었다. 하지만 내 인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입대 전 남은 절반은 팬들을 위해 활동할 것이고, 남은 시간은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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