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희진(왼쪽), 정다혜. 제공|JTBC
[스포티비스타=유은영 기자] “저는 원래 인물을 이해하고 감정을 쌓아가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어느 순간 글자로만 보여주려고 하고, 겉멋만 들었더라고요. 계산만 하다 보니 밑바닥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배우 이희진(38)이 지난날의 자신을 스스로 평했다. 이희진은 1997년 걸그룹 베이비복스 멤버로 데뷔해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베이비복스가 해체된 이후로는 연기자로 전향, 2010년부터 꾸준히 다양한 작품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이게 오히려 독이 됐다.

이희진은 “쉬지 않고 여러 작품을 했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며 “100%는 아니지만 진심을 다해서 연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퇴색되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내가 단순해서 극소수의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받지 않으려고 하는 게 강하다”면서 “연기 하는 게 티가 날 것 같았다. ‘쟤 일부러 연기하는 거다’ ‘쟤 일부러 운다’고. 그러다 보니 자꾸 계산을 하게 되더라”고 덧붙였다.

이희진은 이어 “원래 인물을 이해하고 감정을 쌓아서 연기를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겉멋이 들었더라. 눈 가리고 아웅 하려고 하더라. 손을 써볼까, 억양을 올려볼까 등을 계산하고 있더라”며 “그러다 보니 자꾸 밑바닥이 보이기 시작했고, 사람들에게 들키더라”고 덧붙였다.

“그때 회사에 이야기를 했죠. 나 이렇게 가면 연기를 오래 하지 못할 것 같다고요. 회사에서도 직언을 해주더라고요. 제가 특출나게 예쁜 것도 아니고, 딕션이 좋은 것도 아니라고요. 제 장점은 예쁜 척하지 않으면서 감정에 최선을 다하는 건데 그걸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요.”

▲ 이희진. 사진|한희재 기자

그래서 앞만 보고 달렸던 달리기를 멈췄더니 감을 잃는 불상사가 생겼다. 최근 몇 년이 그랬다. 2010년 이후로 한 해에 2~3작품씩 해왔던 그는 2015년 E채널 ‘라이더스:내일을 잡아라’ 이후 그렇다 할 작품이 없었다. tvN ‘기억’(2016)과 MBC ‘최고의 연인’(2016)에 특별 출연으로 얼굴을 비쳤을 뿐이다. 

“시행착오도 겪고 자신감도 잃어버리고 대사 분석도 되지 않았을 때” 만난 작품이 최근 종영한 JTBC 금토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극본 백미경, 연출 김윤철)다. 이희진은 “이 작품이 생각도 많이 깨이게 하고, 연기도 초심으로 돌아가게 만들어줬다. 고마운 작품”이라고 밝혔다.

이희진은 ‘품위있는 그녀’에서 김효주라는 인물을 만나 그의 감정을 이해하고 자신 안에 쌓아 올리면서 연기를 했다. 그 덕분에 김효주라는 애틋한 인물이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뿐 아니라 이희진이 바라던 “편안하게, 말하듯이 대사를 하는” 것도 이뤘다. 

그는 “‘최고의 사랑’을 할 때 함께 호흡을 맞췄던 공효진이 부러운 게 있었다. 공효진은 대사를 할 때 편안하게 말하듯이 한다. 그게 부러웠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그렇게 하고 있더라”며 “‘발연기’를 하기는 했지만 그거 한 가지는 이뤘다”고 덧붙이며 웃었다.

초심을 되찾은 이희진은 “김효주의 성숙한 느낌”을 끌어안고 올해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제 연령대에 맞는 작품으로 내년을 시작하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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