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다혜, 유서진, 김희선, 이희진, 오연아(왼쪽부터). 제공|JTBC
[스포티비스타=유은영 기자] 드라마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 가운데 자신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인물은 극히 드물다. 그래서 주연과 조연이 구분되고, 어떤 인물들은 주연의 이야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보조수단으로 사용된다. 

이희진(38)이 그간 연기 생활을 하며 만났던 인물도 그랬다. 그룹 베이비복스 활동 이후 연기자로 전향한 이희진은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주연이 아닌 조연이 대부분이었고, 자신의 서사를 오롯이 보여줄 수 있는 배역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극본 백미경, 연출 김윤철)는 달랐다.

이희진은 ‘품위있는 그녀’에서도 조연이었다.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은 김희선, 김선아가 연기한 우아진, 박복자였다. 그럼에도 그가 연기한 김효주라는 인물은 주연 못지않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겉으로 강하게 보이지만 속에 품어둔 슬픔과 아픔을 겉으로 내보였고,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이야기를 보여줬다. 

김효주뿐만이 아니다. 차기옥(유서진 분), 오경희(정다혜 분) 등 다양한 조연들이 ‘주인공’이 돼 자신의 이야기를 펼쳤다. 이희진은 “극 중 풍숙정을 운영하는 오풍숙(소희정 분) 또한 주인공이 됐다”며 “드라마에 등장하는 메이드들도 뼈 있는 말을 꼭 한마디씩 했다. 흘러가는 말이 아니라 각 인물들이 모두 이야깃거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는 ‘모두가 주인공’임을 알려주고자 하는 백미경 작가의 마음이다.

“백미경 작가님께서 리딩 하는 날 배우들에게 말씀하셨어요. ‘이 드라마 20회 중에서 한 번씩은 돌아가면서 주인공을 할 수 있는 회가 있을 것’이라고요. 그러니 ‘모두 밑진다는 느낌을 받지 말라’고. ‘꼭 한 번씩 주인공을 시켜드릴 거라’고요.”

▲ 이희진. 사진|JTBC 방송 화면 캡처

백미경 작가는 이희진에게 또 한 번 진심을 전했다. 이희진은 드라마 회식 장소에서 백미경 작가를 만났던 것을 언급하며 “김효주 배역으로 미팅을 하고 주말 동안 캐스팅을 기다렸다. 그런데 작가님이 그 주말 잠깐 기다리게 하신 것에 대해 미안해하시더라. 나는 가수 출신인데, 연기자로 대해주시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희진은 이어 “작가님이 ‘효주 참 불쌍한 캐릭터다. 희진 씨가 잘 살려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오케이 했다’고 하셨다”며 “뒤에 효주가 꼭 해줘야 할 게 있다고도 하셨다. 그것 좀 잘 부탁한다고, 믿는다고, 주인공이 될 거라고, 오래 걸릴 수 있는데 기다려달라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때 울컥했다. ‘모두 주인공’이라고 말한 것만큼은 지킨다고 하시더라. 그동안 다른 작품을 하면서 여기까지 온 과정을 보상받는 느낌이 들었다. 다들 신나게 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는 분위기 속에서 주책맞게 눈물을 흘렸다”고 웃었다.

백미경 작가가 이희진에게 말한 주인공이 되는 시간은 극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다가왔다. 시놉시스에 있던 ‘얼굴은 못생겼으나 뼛속까지 강남 부심이 있는 파워블로거. 얌체 같은 인물’의 김효주는 없었다. 바람을 피우는 남편에게 지쳤고, 자신 또한 애인을 만들어 맞바람을 피웠지만 오히려 자신이 상처받았다. 애인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것. 이희진은 “처음에는 몰랐다”며 “모 아니면 도인 캐릭터라 생각을 하고 도전을 했는데. 이렇게 심리적으로 감정놀음을 해야 하는 캐릭터인 줄 몰랐다”고 설명했다. 

김효주의 섬세한 감정을 따라가려다 보니 버겁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희진은 “뒷부분에 그렇게까지 감정이 훅 떨어질 줄 몰랐다”며 “끝나고 나서 되게 외로웠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또 레지던스 직원에게 애인 제안을 하는 장면 등을 몰아서 찍었다. 그때 감정이 밑바닥으로 가라앉았고 스스로가 초라하고 불쌍하게 느껴졌다. 슬펐고, 외로웠고,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럼에도 감사한 것은 ‘품위있는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는 거다. ‘품위있는 그녀’라는 작품을 만나고, 김효주라는 인물을 연기할 수 있었다는 것. 이희진은 ‘품위있는 그녀’를 이끌었던 다섯 명의 주연 배우들에 대한 인사도 전했다. 이희진은 “그분들이 중심을 잡아주지 않았다면 강남 사모들이 ‘막장’이어서 큰일 날 뻔했다”며 “저희들의 부족한 부분을 멋있게 포장해주셨다. 중심을 잡고 연기를 잘해주셨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