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김만섭이 차를 고치는 정비소(위), 전남 순천에 위치한 정비소 입구. 사진|'택시운전사' 2차 예고편 캡처, 스포티비스타

[스포티비스타=순천•여수, 이은지 기자] 영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을 배경으로 한다. 서울에서 시작한 영화는 서울에서 광주로 향하는 여정과 순천 등을 담았다.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980년 5월을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였다. 그 시절을 살았던 관객들에게 이질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그 시절을 알지 못하는 관개들의 눈에는 영화적 세계로 재창조해야 하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1980년대 느낌이 남아 있는 길을 찾아 5개월에 걸쳐 장소 헌팅을 진행했다. 장성의 폐 고속도로를 비롯해 숲 속의 샛길, 광주, 마산, 순천, 여수, 광양, 합천, 대전, 김천, 의성 등 전국을 돌아 다니며 1980년대를 살려냈다.

특히 광주 금남로는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이 펼쳐질 장소이지만, 이미 40여 년의 세월이 지나 실제 장소에서 촬영이 불가능했다. 결국 전체 오픈 세트를 짓기로 결정했고, 광주의 한 공터에 실제 크기로 금남로를 재현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외에도 1980년대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장소들이 있다. 서울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자동차를 수리하기 위해 찾은 공업사와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와 서울기자 이기자(정진영)가 만남을 갖는 다방이다. 두 장소 모두 영화 속 배경을 서울이지만, 실제로는 전남 순천과 여수에 각각 위치해 있다.

카센터인 성동 카 공업사와 다방은 현재도 영업중인 곳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은다. 영화를 관람한 시민들이 실제 그 곳을 찾는 재미도 있다. 그래서 '택시운전사' 1천만 관객 돌파를 앞둔 지난 19일, 전남 순천의 공업사와 여수의 다방을 직접 찾아가 봤다. 방문에 앞서 오전 CGV 순천에서 '택시운전사'를 한 번 더 관람했다.

# “3000원만 받아”…만섭의 차를 수리하는 곳이자 끼니를 해결하기도 한 카센터

▲ 영화 '택시운전사' 속 자동차 정비소. 사진|'택시운전사' 2차 예고편 캡처, 스포티비스타

만섭에게 택시는 전 재산이자 자신과 딸 은정의 미래다. 전 재산으로 택시를 구입 했고, 택시 운전을 해서 딸을 키우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만큼 소중한 택시가 망가지고 만다. 서울에서 대학생들이 시위를 벌이는 와중에 사고가 난 것이다. 잠깐 방심한 사이 택시를 망가트린 학생은 이미 도망갔고, 다음날 '성동 카 공업사'를 찾는다. 

만섭에게 성동 카 공업사는 단순한 정비소가 아니다. 최대한 돈을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싸 와 끼니를 해결하기도 하고, 인심 좋은 사장님 덕분에 수리비를 흥정하기도 한다. "5000원만 달라"는 공업사 사장님에게 만섭은 "3000원만 받아"라며 돈을 쥐어 주고 공업사 한 켠에 있는 작은 문으로 들어가 식사를 한다.

▲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위), 해당 장면을 촬영한 장소. 사진|(주)쇼박스, 스포티비스타

영화를 관람한 후 근처에 위치한 성동 카 공업사를 찾았다. 도보로 10분 정도 걸리고, 차로는 2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다. 영화에 등장한 이름과 같은 '성동 카 공업사'로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를 시작으로 30년의 세월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주 오래된 공업사였다.

이 곳은 만섭이 택시를 고치고, 식사를 해결하는 정겨운 공간이기도 했지만, '택시운전사'에게는 첫 촬영 현장이기도 했다. 간판 모퉁이에 연출을 맡은 장훈 감독의 사인과 '2016.6.5 첫 촬영'이라는 글을 확인 할 수 있었다. 

▲ 영화 '택시운전사'에 등장한 실제 공업사(왼쪽)-공업사에서 보이는 CGV 순천 건물. 사진|스포티비스타

아버지에 이어 공업사를 운영중인 김동준 씨는 기자의 방문에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어제도 관광객이 찾아왔다. 인천에서도 오고 전국에서 오긴 한다"며 영화 흥행 후 공업사를 찾는 관광객이 많아졌음을 전했다.

"여기서 첫 촬영을 시작했어요. 이틀 동안 촬영을 했는데, 송강호 씨가 정말 연기를 잘 하더라고요. 눈 앞에서 봤죠. 화면으로 봤을 때보다 키도 크고 체격도 좋았어요. 송강호 씨 말고도 고창석 씨와 정석용 씨도 왔죠."

직접 찾은 이곳은 영화 속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가지런히 정리된 정비 물품들도, 공업사의 간판도, 만섭이 식사를 즐기던 공간 역시 모두 같았다. 다소 외진 곳에 있어서 눈에 바로 보이지는 않지만 CGV 순천과 가까워 영화를 본 후 한번 찾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 “광주에 혼자? 거긴 어떻게 가려고?” 독일기자 피터와 서울기자 이기자의 접선지 다방

▲ 영화 '택시운전사' 속 초원 다방 전경(위), 실제 촬영이 이뤄진 여수의 한 다실 전경. 사진|(주)쇼박스, 스포티비스타

독일 공영방송 아시아 특파원 위르겐 힌츠페터는 일본에서 한국의 심상치 않은 상황을 듣는다. 한국의 광주를 취재하기 위해 기자 신분을 감추고 입국 한 후 영어에 능통한 서울의 이기자를 만난다. 서울 초원 다방에서 이기자를 만난 피터는 생각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을 듣게 되고 곧바로 광주로 떠날 결심을 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공간이 바로 초원 다방이다. 초원 다방은 독일기자 피터와 서울의 이기자의 접선지로, 은밀한 대화가 주로 오간다. 서울로 설정 돼 있지만, 이 곳은 전남 여수시 중앙동에 위치한 한 다실이었다.

실제로 찾은 다실은 외관이 너무 달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순신 광장에서 멀지 않은 진남로 상가에 위치해 있다. 해당 다실이 생긴지는 45년이 됐고, 현재 주인이 운영한지는 20년이 흘렀다. 1980년 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으로 ‘택시운전사’ 촬영지로 적절했다.

▲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위), 실제 촬영이 진행된 여수의 한 다실. 사진|(주)쇼박스, 스포티비스타

첫 번째 사진은 실제 영화 속 모습이고, 두 번째 사진은 현재 운영중인 다실의 모습이다. 영화 속 모습과 같았다. 과거부터 큰 변화 없이 다실을 운영했고, 그래서 영화 속 모습과 같을 수밖에 없었다.  영화 속에서 이 공간은 다양한 각도로 활용되고, 누구의 시선으로 바라보냐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는 공간으로 변한다. 

피터와 이기자는 이 공간에서 두 번의 만남을 갖고, 촬영은 하루 진행됐다. 현장을 찾은 날 있었던 주인은 "촬영 하던 날 내가 현장이 있지 못했다. 이 근처에 사는데, 사정이 있어서 집에 있었고, 남편이 가게에 나와서 지켜봤다"고 말했다. 

"곡성에서부터 다방을 찾기 위해 내려오다가 우리 가게를 찾았다고 하더라. 영화 촬영을 진행하고 싶다고 했고, 좋다고 했다. 천장 페인트 등을 제작진이 정리해 줬고, 외관도 초원 다방과 비슷하게 해 줬는데, 안타깝게도 사정이 있어서 외관은 다시 되돌려야 했다, 지금 생각해도 조금 아쉽다. 정성스럽게 잘 만들어준 외관이었다."

이 곳만 보기 위해 찾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인근에 여수 관광지들이 많다. 이순신 광장과 거북선 광장 등에서는 가끔 불꽃축제를 진행하기도 한다. 도보 가능한 거리에 포장마차 거리도 있다.

오전 11시 50분 영화 관람을 시작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중간에 점심 식사를 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시 순천으로 돌아오니 오후 8시 가량이었다.

만약 직접 운전을 하고, 조금 더 영화를 일찍 관람한다면, 인근 촬영지가 한 곳 더 있다. 바로 광양항 국제여객터미널이다. 이 곳은 피터와 만섭이 헤어지는 장소다. 피터는 광주에서 서울로 돌아온 후 광주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일본으로 돌아간다. 이 과정에서 김포공항이 등장하는데, 실제 촬영은 광양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진행됐다.

한편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 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송강호와 토마스 크레취만을 비롯해 유해진, 류준열 등이 출연했으며, 현재 극장 상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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