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동현은 스스로 '품위있는 그녀' 서브플롯의 주인공이라 생각하며 연기에 임했다고 밝혔다. 제공|매니지먼트구
[스포티비스타=유은영 기자] “안태동(김용건 분) 집안의 이야기 못지않게 강남 여자들의 서브플롯이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어요. 대부분 드라마에서 서브플롯은 묻히기 쉽죠. 하지만 ‘품위있는 그녀’는 달랐습니다. 시청자들이 이야기를 궁금해 해주셨고, 큰 이야기와 두 번째 이야기가 탄탄하게 잘 어울렸죠. 저 스스로는 ‘작은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임했습니다.”

배우 채동현(37)의 마음가짐은 남달랐다. 현재 방송 중인 JTBC 금토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극본 백미경, 연출 김윤철)에서 자신이 연기하고 있는 김봉식이 작은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며 촬영에 임했다. ‘품위있는 그녀’를 이끄는 주요 인물인 우아진(김희선 분), 박복자(김선아 분) 등과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 나는 분량이지만, 그가 말한 작은 이야기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 인물이었다.

채동현이 연기한 김봉식은 프로 골퍼 출신으로, 아내 오경희(정다혜 분)를 사사건건 무시하고 폭력을 휘둘렀다. 결국 오경희는 바람을 피웠고,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졌고, 김봉식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김봉식은 누가 봐도 욕을 할 만한 사람이지만, 채동현은 자신이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을 만한 ‘인간적인 부분’을 찾으려 했다. 그것은 ‘아들을 굉장히 사랑한다’는 것. 

채동현은 “김봉식은 부성애가 굉장히 강한 사람이다. 오경희에 대한 사랑이 없는 남자인데도, 굳이 이 여자와 결혼한 것은 아이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라며 “김봉식이 봤을 때 오경희의 유일한 장점은 아들을 친아들처럼 대해준다는 거였다. 그래서 어떤 이유로든 이혼을 막으려고 했던 장면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채동현은 드라마가 끝난 뒤의 김봉식은 어떻게 살 것 같냐는 질문에 “조금은 철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고 답했다. 그는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하니까 의지가 있을 거다.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러지 않을 거다”면서 “만약에 그런 습관(폭력)을 고치지 못한다면 불행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운명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봉식이라는 인물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분석, 이해 과정을 거친 뒤에는 외형적으로 그 인물이 되고자 했다. “얼굴이 ‘퀭’하게 보이고 싶었다”는 채동현은 어느 정도 다이어트를 한 상태에서 10kg을 더 뺐다고 밝혔다. 그는 “촬영 전날은 물과 죽만 먹었고, 촬영하는 날 아침에는 부기가 빠지게끔 뛰기도 했다”며 “그렇게 스스로를 힘들게 했다. 그림을 보면 ‘퀭함’과 ‘불쾌함’이 묻어나오더라. 사는 게 힘들고 짜증이 있는 것 같아 보여 만족스러웠다”고 웃었다.

▲ '품위있는 그녀' 채동현. 사진|JTBC 방송 화면 캡처

덕분에 채동현이 만들어낸 김봉식은 많은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욕을 먹는 게 목적은 아니지만 불쾌하고 나쁜 사람이 돼야 스토리 진행 시 통쾌함이 배가 될 것 같았다”는 채동현의 예상이 적중한 것. 이뿐만 아니라 철저하게 준비한 장면들이 사실적이었기 때문에, 김봉식이라는 인물이 더욱 입체적으로 그려질 수 있었다.

그중 하나는 폭력신.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을 연기하는 탓에 본의 아니게 폭력을 휘두른 장면이 많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거짓’으로 만들어낸 장면이 아니다. 채동현은 “정다혜와 둘이서 찍은 첫 장면이 엘리베이터에서 따귀를 때리는 것이었다”며 “긴장을 많이 했다. 배우를 때리는 장면인 데다가 그것도 여자다. 처음에 가짜로 때리는 연기를 했는데 PD님이 아시더라. 이후 다혜에게도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제대로 했다”고 말했다. 

채동현뿐만 아니라 정다혜 또한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에 임했다. 채동현은 김봉식이 돼 폭력을 휘둘렀고, 정다혜는 오경희가 돼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 해당 장면을 찍고 한 달 반 동안 손목 치료를 받았다는 채동현의 말은 당시 상황을 실감케 했다. 

채동현은 김봉식과 오경희를 비롯해 ‘품위있는 그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현실적이라는 말도 더했다. 채동현은 “모든 인물들이 어딘가에 있는 것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며 “때리는 남편도 많다. (받아들이기) 싫지만 바람 피우 남편과 아내도 흔하게 널려 있는 일이잖나. 모두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실적인 인물들이 ‘품위있는 그녀’를 든든하게 받쳐줬기에 흥행할 수 있었을 거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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