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고보결이 여유로운 태도를 보여줬다. 사진|곽혜미 기자
[스포티비스타=이호영 인턴기자] "늦은 나이? 조급하지 않아요. 완벽히 준비된 채로 대중 앞에 서고 싶다는 나의 바람, 선택의 시간들이었잖아요. 단단한 초석 위에 차근차근 쌓아 올리고 싶어요."

스물 아홉 살, 1988년생 6년 차 배우 고보결에게는 아직 '신예'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하지만 그는 느긋하고 여유로웠다. 정석에 가까운 길을 고민해 연극 무대를 찾아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경험은 풍부한 양분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자세에서 단단한 뚝심이 엿보였다.

고보결은 지난 3일 종영된 KBS2 드라마 '7일의 왕비'(극본 최진영, 연출 이정섭)에서 윤명혜로 분했다. 극 중 윤명혜는 자신이 짝사랑하는 이역(연우진 분)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인물이다. 명석한 두뇌, 야무진 성격, 세상을 보는 눈을 지녔으나 사랑만큼은 얻지 못한 외로운 운명을 타고났다. 그는 "한 작품에서 주체적인 인물로, 서사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어 행복했다. 훌륭한 선배, 연출진과 호흡한 경험은 큰 공부의 시간들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 배우 고보결이 연기를 시작한 이유를 밝혔다. 사진|곽혜미 기자
고보결은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얼떨결에 연기를 시작했다. 학원 첫 수업에서 두근거리는 설렘을 느낀 그는 그렇게 연기의 맛에 빠져들었다. 이후 안양예술고등학교, 서울예술대학에 진학해 연기를 전공했다.

"시작은 나의 선택이 아니었지만 단 한 번도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후회한 적 없다. 늘 행복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는 사실에 기뻤고, 하면 할수록 재미를 느껴 매사 감사한 마음의 연속이었다."

그는 한때 드라마 혹은 영화 등 매체 연기는 먼 훗날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고보결은 "처음 시작할 때에 준비가 안된 채로 대중 앞에 서고 싶지 않았다. 완벽한 상태의 나를 노출시키고 싶은 마음이 컸다. 연극 무대가 정석 코스라는 선배들의 설명에 무조건 연극부터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밀양 연극제에 찾아가니 연출을 맡은 선생님이 '너는 얼굴이 작아서 연극은 힘들어'라고 하시더라.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얼굴이 커야지 무대 위에 서면 더 눈에 띈다는 설명이었다. 그 말에 발끈해 '할 수 있다. 연극하겠다'고 고집을 피우기도 했다.(웃음) 연극이라는 장르는 정말 매력적이다. 한 호흡으로 길게 오락가락하는 감정들을 이어간다. 내 눈앞에 관객들의 실시간 반응을 살피고, 그들과 함께 울고 웃는다. 어찌 보면 관객과 마주해 호흡하는 그 느낌이 가장 큰 매력이다. 발성도 아주 좋아진다. '7일의 왕비'나 이전 작품 tvN '도깨비'에서 중저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던 것도 연극의 경험 덕분이다. 이런 즐거움을 깨닫은 나는 지금도 연극의 끈은 놓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고보결은 차근차근 단계를 발아 올라가는 과정을 더디기보다는 여유롭다고 전했다. 서서히 끓어올라 뭉근하고 길게, 열기를 머금는 뚝배기가 좋다던 그는 "여유로운 성격이다. 음악, 예능, 영화, 드라마 뭐든 여유가 느껴지는 것들을 좋아한다. 뚝배기 같은 정신으로 서서히 끓어오르는 중이니 기대해주셔도 좋다(웃음)"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배우로서 듣고 싶은 수식어를 묻자 고보결을은 "진부하고 식상하지만 가장 어렵다는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가 욕심난다. 그 말을 듣는 배우가 진짜 성공한 배우 아닐까 싶다"며 수줍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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