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박민영. 제공|문화창고
[스포티비스타=이호영 인턴기자] "목숨 걸고, 무릎을 꼬집어가며, 대본을 읽다 지쳐 쓰러져 잠들 때까지 익혔다."

얼마 전 종영한 KBS2 드라마 '7일의 왕비'에서 비극의 여주인공 단경왕후를 연기한 배우 박민영의 각오, 소감은 열정적이었다.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죽을힘을 다해 연기하겠다"던 약속을 지켜 행복하다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했다. 본인이 연기한 단경왕후를 설명할 때에는 친한 친구의 이야기를 하듯 반가워했고, 배우로서의 미래를 묻자 설레는 표정으로 계획을 늘어놓았다.

'7일의 왕비'는 제목에서 말하듯 비극적 결말이 예고된 작품이다. 로맨틱하고 청량한 느낌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박민영은 단 7일 왕후의 자리에 올랐다 폐위되는 실존인물 단경왕후 신채경을 연기했다. 그가 비극 로맨스 한 가운데의 여인을 연기하고자 마음먹은 결정적 계기는 '갈증'이었다.

"그동안 해온 작품들을 생각해보면 죄다 캔디 같은 일생을 사는 여주인공 역할의 반복이었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배우로서의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연기에 대한 갈증은 최고조에 달했다. 어려운 산수 문제도 풀어보고 싶은데 계속해서 쉬운 문제만 푸는 그런 느낌이었다. 때마침 신채경을 만났다. '7일의 왕비' 시나리오를 받아 읽어보니 '방향이 어떻든 간에 마음껏 쏟아낼 수 있겠다'고 느꼈다. 결국 선택했고 돌이켜보니 가장 많이 쏟아낸 것은 눈물이더라.(웃음)"

▲ 배우 박민영. 제공|문화창고
박민영은 신채경과 그동안의 캐릭터들을 비교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인물의 깊이, 사용하는 얼굴 근육의 개수, 흘리는 눈물의 농도 자체가 다르다. 예를 들어 '성균관 스캔들' 윤희의 경우 공부에 대한 열정, 신분의 벽 등에 가로막혀 슬픔에 빠지고 그걸 이겨내려 재치 있는 방법들을 사용한다. 하지만 신채경은 혼인, 이혼, 타고난 운명의 굴레 등 당장 이 심각한 선택의 기로 앞에서 결정짓지 않으면 사랑하는 누군가가 죽어나간다.(웃음) 비교 대상이 아니다. 32살의 박민영이기에 가능한 연기였다"고 답했다.

"연기자로서 신채경의 표현 방식이 기분 좋게 와 닿았다. 반복되는 처연한 운명에 체념한 듯 심장이 없는 표정까지 지어 보이는 인물이다. 절대로 캔디가 아니다."

박민영이 가장 간절하던 순간 만난 신채경은 막중한 책임감으로 다가왔다. 그는 "'7일의 왕비'라는 작품에서 왕비 역할을 맡은 내가 흔들리면 절대 안 된다고 마음 먹었다. 긴장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고, 연기가 안 풀리면 무릎을 꼬집었고, 대본을 읽다가 쓰려져 잠들었다"고 전했다.

단경왕후 신채경은 역사적 근간만 존재할뿐 자세한 성격 묘사 혹은 설명이 부족한 실존인물이다. 박민영은 신채경을 '사랑꾼' 그리고 마더 테레사라고 표현했다.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다. 주체적이고 당찬성격, 현명하고 사랑스러운 당위성을 그리려 노력했다. 화목한 집안에서 나고 자라 사랑을 듬뿍 받은 인물이다. 그렇기에 사랑을 남에게 베풀 줄도 아는 최고의 여자다. 만약 친한 여동생이 그렇게 나쁜 남자들에게 계산 섞인 사랑을 받는다면 '정신 차려'하고 혼냈을 것이다.(웃음) 주변 사람들을 사랑으로 보듬어주는 신채경은 마더 테레사 같다."

마지막으로 '7일의 왕비'를 끝낸 지금이 연기의 매력, 흥미가 최고조에 달한 상태라고 전했다. 바라는 다음 작품의 장르, 역할에 대해 물으니 기다렸다는 듯이 설명을 늘어놓았다.

"정말 많다. 다음에는 데굴데굴 구르면서 웃기고 싶다. 망가지고 풀어져 여기저기 날뛰는 연기 좋다.(웃음) 그게 아니라면 '선덕여왕'의 미실 같은 악인도 욕심난다. 비련의 여주인공에 빠져있었으니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도 좋을 것 같다.(웃음) 다양한 도전은 언제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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