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제작 영상뉴스팀] 두산 베어스 외야수 김재환이 거포 유망주에서 4번 타자로 자리잡기까지 햇수로 딱 10년이 걸렸습니다. 

2008년 두산에 입단할 때 김재환은 포수였는데요. 한 방 능력을 갖춘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쉽게 자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오른쪽 어깨가 말썽이었습니다. 두산 고위 관계자는 "포수인데 오른쪽 어깨가 계속 좋지 않으니까 타석에서도 위축됐다. 1루수로 바꿔도 어깨가 안 좋아서 송구가 정확하지 않으니까 어려웠다. 그러다 김현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지난해 외야에 자리가 생긴 게 컸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재환은 지난해 134경기에 나서 타율 3할2푼5리 37홈런 124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단숨에 주전 좌익수로 도약했는데요. 어렵게 재능을 꽃피우나 싶을 때, 2011년 10월 도핑테스트에서 금지 약물 성분이 검출된 전력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김재환은 변명하지 않고 묵묵히 방망이를 돌렸습니다.

▲ 김재환(오른쪽) ⓒ 곽혜미 기자
올 시즌은 지난해보다 더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하며 4번 타자로 확실히 자리 잡았습니다. 올 시즌 두산이 치른 102경기 모두 4번 타자로 출전했는데요. 8일 잠실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KBO 리그 역대 최다인 12경기 연속 타점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김재환은 9일 한화전에서도 5회 우월 투런포로 타점을 추가하며 신기록 행진을 이어 갔습니다.

대기록을 세운 뒤 김재환은 마음껏 웃지도 좋아하지도 못했는데요. "대기록이고 영광이지만, 마냥 좋아할 수 없다. 모든 야구 팬들께 죄송하다고 하고 싶다. 앞으로 꾸준히 성실하게 야구를 하겠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지난 10년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 가족은 큰 버팀목이 됐습니다. 김재환은 "먼저 부모님 덕분에 버틸 수 있었고, 또 내 가정이 생기면서 마음을 다시 바로잡았다"고 밝혔습니다. 2015년 11월에 태어난 쌍둥이 딸들에게 특히 고마워했는데요. 김재환은 "아이들이 나를 180도로 바꿨다"고 강조했습니다.

동료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김재환은 "내가 못 쳐도 앞뒤에서 잘 쳐주니까 부담 없이 치는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거 같다"며 해결하려 하지 않고 지금처럼 타자와 싸움에만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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