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택시운전사'를 연출한 장훈 감독. 제공|(주)쇼박스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나, 실존 인물을 다루는 작품은 부담이 크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소재인 광주 민주화 항쟁과 같은 비극일 경우 더더욱 그렇다.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으로 불리는 이 이야기는 지금까지 다양한 이야기로 대중들을 만났다.

‘택시운전사’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르다. 광주 내부의 이야기를 외지인의 시각으로 풀어 냈다.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과 독일의 기자 피터의 눈이다. 영화는 피터보다는 만섭의 시각으로 그려진다. 처음부터 광주의 상황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점차 빠져 들게 한다. 만섭이 느끼는 감정 변화와 비슷할 수도 있다. 어쩌면 그 시절, 1980년 5월 광주 시민이 아닌 이상, 우리는 모두 만섭과 같은 외지인이니 말이다. 연출을 맡은 장훈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극적인 역사를 다루다 보니 창작자로 부담이 됐다. 내가 직접 격은 일도 아니다. 자료를 통해 나중에 알게 됐다. 겪지 않은 세대로서 마음의 빚이나 부채가 있었다. 그 사건을 겪었던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부담이었다.”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 나와야 한다는 부담 만큼이나, 감정에 호소하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을 것이다. 비극의 역사를 다루다 보면, 감정 과잉으로 가거나, 감정을 강요하는 모순이 벌어지기도 한다. ‘택시운전사’는 이 두가지를 피해갔다. 이는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관객들이 현장에 있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감정에 호소하지 않으려고 했다. 감정은 영화 속 상황을 통해 스스로 느끼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었다. 너무 감정적으로, 의도적으로 호소하지 않았다.”

▲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 제공|(주)소박스

앞서 언급 했듯이 ‘택시운전사’의 차별점은 두 외부인의 시선으로 광주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두 사람의 시선을 따라간다. “광주를 제외한 대한민국 다른 지역의 사람을 대변”하는 만섭과 “대한민국 외부 시선”인 피터의 시선 조차 다르다. 당시 광주는 광주를 제외한 다른 지역과 단절 돼 있었다면, 대한민국은 외국과 단절된 상황이었다. 장훈 감독은 그로 인해 생기는 두 시선의 차이를 영화의 매력적인 지점으로 꼽았다.

‘택시운전사’는 송강호에 많은 부분을 기대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가 지닌 소시민 이미지는 영화의 중심을 잡는다. 당시 개인 택시를 가지고 있는 택시운전사는 소시민에 속하지 않는다. “개인택시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당시 택시기사는 가난한 집은 아니다. 하지만 만섭은 특수한 상황이다. 빚도 있었고 작은 방에 세를 들어 살고 있다. 그가 가진 것은 택시가 전부다. 딸과 자신의 미래를 책임 지는 것이 낡은 택시다. 그런 측면에서 보편적인 소시민인 것이다.”

결국 만섭의 상황과 송강호의 특유의 분위기가 만나 진짜 만섭이 탄생했다. 만섭이라는 인물 자체가 평범해 포인트를 잡기 힘들었지만, 송강호는 보편적이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방법으로 그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탄생한 장면에서 장훈 감독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 장면이 있다. 누워서 피터에게 딸 이야기를 하는 장면과 노래를 부르며 차를 돌리는 장면, 광주에서 쓰러져가는 사람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다. 그런 연기를 생각도 못 해 봤다. 시나리오에서는 정서적으로 슬프겠다는 생각만 했다.”

▲ 장훈 감독은 '택시운전사' 속 따뜻한 이야기를 봐 달라고 당부했다. 제공|(주)쇼박스

장훈 감독은 비극을 비극으로만 그리지 않았다. 비극의 역사 속에 살고 있지만, 따뜻한 식사 한끼를 나눌 수 있는 정을 만들어 냈다. 비극 속 인간적이고 따뜻한 정서를 품게 만든다. ‘택시운전사’에 대해 “따듯한 영화라고 생각하고, 각 캐릭터의 매력적인 부분을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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