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연서(왼쪽), 주원. 제공|SBS
[스포티비스타=유은영 기자] 동갑내기 오연서(30)와 주원이 함께 촬영한 첫 신은 다름 아닌 ‘얼굴에 트림’하는 장면. 아무리 연기라고는 하지만, 이제 막 친해지기 시작한 사이라면 거리낄 수밖에 없다. 오연서도 그랬다.

오연서는 지난달 종영한 SBS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극본 윤효제, 연출 오진석)에서 혜명공주 역을 맡아 시청자들과 만났다. 극 중 혜명공주와 로맨스를 펼친 인물은 견우로, 이는 주원이 연기했다. 혜명공주와 견우의 첫 만남은 아름답지 않았다. 혜명공주는 견우 얼굴에 트림을 하고, 술 취해 구토를 하는 등 진상을 부렸고, 견우는 그런 혜명공주를 탐탁치않아 했다. 

오연서는 “처음 찍은 장면이 얼굴에다가 트림을 하는 거여서 너무 싫었다. 주원과 동갑이라서 빨리 친해지기는 했지만 그때는 약간 어색한 사이였다. 살짝 높임말을 쓰고 있을 때였다”며 “차라리 키스신이면 아름답기라도 하잖나. 난데없이 남자 배우 얼굴에 트림을 하려니까 창피했다. 토하는 신은 나중에 친해진 뒤 해서 그나마 나았다”고 설명해 웃음을 안겼다.

오연서는 특히 ‘트림’ 연기가 힘겨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트림이라는 것은 자연적으로 나오는 거지, 일부러 하려고 하니까 잘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어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하는 것은 상관없었다. 토해본 적은 있으니까”라고 웃었다.

얼굴에 트림을 하고, 바로 앞에서 토를 하고. 술 취해 진상을 부리다가 잠이 들어버리고. 견우를 성추행범으로 오인해 폭행하기도 하는 등 오연서가 연기한 혜명공주의 첫 등장은 강렬했다. 사실 이러한 모습은 ‘진상’ ‘민폐’에 가까웠다. 오연서 또한 이 부분을 인정했다.

오연서는 “저도 민폐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3부 정도까지는 혜명공주의 전사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이 여자는 왜 처음 만난 견우를 못살게 굴고, 반지가 뭐길래 술을 마시고 폭행을 하고, 아무데서나 자는지 알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더군다나 극 초반 대사는 ‘반말’로 이뤄졌다. 대부분의 사극 대사는 존대로 이뤄지는데 반말이다 보니 낯설기도 했던 것 같다. 또 혜명공주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캐릭터이기도 했다. 그래서 연기 논란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 오연서. 제공|이매진아시아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엽기적인 그녀’의 극 초반 분위기는 코미디였다. 반면 후반부는 애절한 로맨스와 권력 싸움이 중심이 됐다. 전혀 다른 분위기, 이 격차를 줄이고 자연스럽게 넘기는 게 오연서의 고민이었다. 오연서는 “1부부터 6부까지는 섞어서 찍었다”며 “웃기는 신을 찍다가 울어야 하는 신을 찍기도 했다. 이 간극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까가 숙제였다”고 했다.

차라리 완벽히 후반부에 접어들면서는 편했다고. 오연서는 “뒷부분의 분위기 자체가 달라져서 편했다”며 “중반부가 힘들었다. 밖에서는 망나니 같이 행동하다가 궁에 들어오면 중전 눈치도 보고 동생도 지켜야 했다. 아바마마에 대한 존경과 원망도 있었을 거다. 말투 자체도 궁 안과 밖이 달랐다.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다행히 편집이 잘 돼 크게 어긋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논란도 있었고, 고민도 많았던 작품이지만 시청자들의 응원 덕분에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오연서는 “‘엽기적인 그녀’를 봐주는 분들은 늘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면 속상하고 힘이 빠질 때도 있는데, 정말 재밌게 보고 있다는 응원을 보내주셔서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엽기적인 그녀’가 저희 아버지 나잇대 남자분들이 많이 봐주셨더라. SNS나 댓글에도 재밌게 잘 봤다고 써주시는 걸 보면 기분이 좋더라. 메이크업하는 언니 아버지께서도 애청자라고 하시더라. 힘이 났다‘고 덧붙였다.

오연서는 특히 “사전 제작 드라마가 처음이어서 겁이 났고 걱정도 많았지만 유종의 미를 잘 거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는 “작품을 할 때마다 얻어가는 게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엽기적인 그녀’ 혜명공주를 연기하면서 또 성장하지 않았나 싶다. 연기적으로든, 인간적으로든 성숙해졌겠지 생각하고 있다”고 시원스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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