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쓸신잡' 양정우 PD. 제공|tvN

[스포티비스타=양소영 기자] ‘알쓸신잡’ 양정우 PD에게 출연진 섭외부터 시즌2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좋은 사람들 덕분에 ‘알쓸신잡’이 성공할 수 있었다는 양정우 PD, 그에게서 프로그램과 사람에 대한 진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나영석 PD와 양정우 PD가 연출한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은 네 명의 ‘잡학박사’가 국내를 여행하며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를 펼치는 수다 여행 콘셉트의 프로그램이다. 가수 유희열이 진행을 맡고 작가 유시민,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소설가 김영하, 뇌를 연구하는 물리학자 정재승이 출연했다.

‘알쓸신잡’은 전국 각지의 아름다운 풍경과 잡학박사들의 매력적인 수다에 힘입어 평균 6%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양정우 PD는 최근 진행된 스포티비스타와 인터뷰에서 “이렇게까지 사랑받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 다들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도 “첫 촬영 할 때 재미있긴 했지만,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해줄지 몰랐다. 시청률보다도 첫 방송하면서 실시간 검색어에 ‘세계사 편력’ ‘백석’ 등이 화제가 돼서 신기했다. 시청 층이 좁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신기했다”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알쓸신잡’의 출발은 지식을 쉽게 전달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양정우 PD는 언젠가는 이런 프로그램을 제작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조금씩 준비했다. ‘알쓸신잡’의 틀이 잡히고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간 건 유시민 작가의 섭외가 진행되면서였다. 이후 지금의 멤버가 구성됐다. ‘알쓸신잡’ 제작진은 “새로운 사람들이 나오는 새로운 것을 하자”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예능에 도전했다.

양정우 PD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한다는 위기의식도 있었다. 일부에서는 ‘삼시세끼’만 하느냐는 비난도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 새로운 프로그램에 도전할 필요가 있었고, ‘알쓸신잡’이 시의성도 맞고 새로울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알쓸신잡’의 성공 이유에 대해 “이야기다.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듣는 즐거움이다.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화려한 스타들이 나오지 않아도 시청자들이 볼 의향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 '알쓸신잡' 유시민-유희열-정재승-김영하-황교익. 사진| '알쓸신잡' 페이스북
양정우 PD는 개성 넘치는 잡학박사들 덕에 ‘알쓸신잡’이 더욱 다채로울 수 있었다고. 그는 “유시민 선생님은 많은 걸 알고 계신다. 중심을 잡고 맹활약했다. 대장 같은 큰 형님이다. 황교익 선생님은 음식을 담당하지만, 굉장히 섬세한 감수성이 있다. tvN ‘수요미식회’로 알려졌지만 문학이나 역사에 대한 식견들을 감성적으로 전달해주셔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영하 선생님의 모습은 그 분의 라이프스타일이다. 어른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고 젊다. 선생님이 ‘나는 이런 힙한 라이프스타일을 30년 전부터 해왔다’고 하시더라. 문학보다 다른 이야기를 많이 하셨지만, 이야기가 재미있다. 소설가라는 직업은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지 않나. 그런 분은 다르구나 싶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서문에다 정재승 선생님 책의 서문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20년 전부터 책으로, 글로, 강연으로 ‘알쓸신잡’을 해온 분이다. 다른 분들에게 과학 이야기를 끌어내고 호기심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양정우 PD는 무엇보다 서로를 존중하고 존경하는 모습이 좋았다고. 그는 “서로 존칭을 쓰고 각 분야의 이야기를 호기심 있게 듣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개인적으로도 좋았다”고 고백했다. 제작진은 섭외 과정에서도 사석이든 강연이든 서로 연관 관계가 있고, 서로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섭외하려고 노력했다. 김영하와 정재승은 정기적으로 만나서 대화를 나누던 사이었고, 유시민과 황교익은 ‘알쓸신잡’으로 친분을 나눈 뒤 함께 낚시를 다닐 정도가 됐다.

하지만 첫 촬영 직전까지도 출연 결정을 확실하게 하지 않았던 잡학 박사들. 양정우 PD는 “그래서 불안했다. 첫 촬영 날짜가 나왔는데 확답을 주지 않으셨다. 섭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거절했다”며 “저희도 설득 할 때 이 프로그램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를 말해야 되는데 이야기 할 것이 없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양정우 PD는 MC 유희열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유희열 형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며 “선생님들을 적극적으로 보살폈고 좋아했다. 개인적으로 너무 고마웠다. 사실 저희가 나쁜 사람이다. 유희열 형이 똑똑하고 아는 것도 많다. 그런 이야기들을 선생님들도 좋아했고, 음악적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했다. 혹시나 색이 섞이면 혼란스러울 수 있을 것 같아 방송에 내지 못한 부분들이 있다”고 털어놨다.

▲ '알쓸신잡' 양정우 PD. 제공|tvN
‘알쓸신잡’에서 제작진의 개입은 어디까지였을까. 제작진은 여행지도 잡학박사들과 대화를 통해 함께 결정했다. 여행 당일 일정도 잡학박사들의 선택이었다. 여행지를 둘러본 뒤 시작되는 수다도 온전히 잡학박사들의 몫이었다. 양정우 PD는 “저희도 예측할 수 없다. 선생님들을 따라다니고, 저녁에 대화 나누는 것을 볼 뿐이다. 가끔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더 나와야 되나 싶기도 했다. 이야기를 끌어내야 하나 고민할 때도 있었지만, 잘 안 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양정우 PD는 제작진이 최대한 개입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은 기획이 없어야 성공한다고 생각했다. 개입은 거의 없었다. 있었다면 편집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현장에서 제안을 하는 것들은 없었다. 선생님들의 토크 자체가 최고의 대본이었다. 대화의 흐름에 저희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그게 우리 프로그램 모토였다”고 강조했다.

‘알쓸신잡’은 촬영 보다 후반 작업이 힘든 프로그램이었다.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서 미리 준비해야할 것이 많지는 않았다. 게임을 짜야 하는 프로그램도 아니었고, 특별한 준비물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기존의 편집처럼 캐릭터를 잡고 분위기를 전달하는 일에 잡학박사들의 이야기에 대한 ‘팩트 체크’가 동시에 진행됐다. 방송에 나가는 순간 파급 효과가 크기에 더욱 주의 깊게 돌아봤다. 제작진은 잡학 박사들의 도움을 받고, 다른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받고, 자료를 찾아보며 노력했다.

양정우 PD는 “‘알쓸신잡’이 잘 된 건 제가 잘해서 그런 건 아니다. 선생님들이 정말 잘해줬다”며 “시즌2는 하고 싶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편성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시즌2요? 선생님들하고 하고 싶죠. 물론 주변에서 말씀 주신 것처럼 여성 지식인에 대한 부분도 일리가 있어서 고민을 해봐야 될 것 같아요. 쉬운 일은 아니에요.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많은 분을 만났고, 중간에 멤버를 추가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했어요. 그런데 멤버를 추가하는 것도 쉬운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저희 역시도 프로그램에 대한 아쉬운 점들이 있습니다. 역사 전문가가 없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고요. 고민을 많이 해봐야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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