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서진. 제공|제이에스핏쳐스, 드라마하우스
[스포티비스타=유은영 기자] “‘품위있는 그녀’가 막장이라면 막장일 수 있죠. 드라마 안에서 불륜을 빼놓고 이야기하기 힘들 정도니까요. 하지만 그게 억지스럽게 표현되지는 않았어요. 각각의 사건이 이해되고, 또 재밌게 흘러가요.”

JTBC 금토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극본 백미경, 연출 김윤철)는 소위 말하는 ‘막장’이다. 드라마 곳곳에 ‘불륜’이 판을 친다. 주인공 우아진(김희선 분) 남편은 딸의 미술교사와 눈이 맞고, 학부모 모임 사람끼리 바람이 나는 등 곳곳에 불륜이 산재해있다. 그럼에도 ‘품위있는 그녀’는 ‘고품격 막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시청률 고공행진은 물론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유서진은(40) ‘막장’임에도 사랑받는 이같은 반응에 대해 그럴 수 있다며 끄덕였다. 유서진은 “‘막장’이라고 일컬어지는 다른 드라마는 사건과 사건을 만들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우연을 갖다 붙인다”며 “하지만 우리 드라마는 아니다. 각 인물들에게 사건과 사연이 부여되고, 하나하나 얽혀 이해가 가능하다”고 그 비결을 짚었다.

각 인물에게 부여되는 사건과 사연, 모두가 주인공인 것 같은 이 이야기 구조는 배우들에게도 힘을 불어넣었다. 유서진이 ‘품위있는 그녀’에서 보여주고 있는 차기옥이라는 인물 또한 마찬가지다. ‘품위있는 그녀’의 중심 사건은 주인공 우아진과 박복자(김희선 분)가 이끌어나간다. 유서진이 연기한 차기옥이나, 그를 둘러싼 브런치 모임 인물들은 ‘조연’이지만 각자의 서사와 사연을 가진 주인공이기도 하다.

유서진은 “각 인물마다 개인이 갖고 있는 문제가 있다. 주연, 조연 개념을 떠나 그 사건 안에서는 내가 주인공이 된다. 이 때문에 배우들이 감사하고 좋아했다”며 “첫 대본 리딩이 끝나고 뒤풀이에서 백미경 작가님이 ‘내 드라마 안에서는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본인은 그렇게 쓰고 있다고 하시더라. 감사하게 생각했고, 그래서 더 즐거웠다”고 설명했다.

“(이)희진이는 눈물을 흘릴 정도로 고마워했어요. 주인공이 아닌, 조연인 친구들은 작가님 말 한마디에 힘을 얻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첫 촬영에 임하는 자세부터 남달랐던 거고요.”

▲ 유서진. 제공|제이에스픽쳐스, 드라마하우스

‘품위있는 그녀’가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또 있다. 현실과 닮았고, 또 공감을 얻었다는 것. 극 중 차기옥은 겉으로 화려해 보이지만 자폐아를 뒀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오희경(정다혜 분)은 남편에게 맞고 살고, 김효주(이희진 분) 또한 남편과 맞바람을 피우는 등 곪아 터진 속내가 존재한다. 유서진은 “우리 주위에도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하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누구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 드라마는 이런 모습들이 현실과 맞닿았던 것 같다”고 했다.

유서진은 또 “차기옥은 바람난 남편을 용서하고 끌어안는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차기옥 같은 인물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실제 내가 결혼을 하고 나니 ‘그럴 수 있겠구나’가 되더라”며 “엄마, 아빠라는 존재는 쉽게 그 자리를 떨치고 나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극 중 바람난 남편에게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느냐’고 따졌을 때 남편이 쏟아낸 말이 있다. 남편은 ‘내가 여태까지 너희 다 호강시켜줬는데 나도 숨 쉴 구멍 하나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한다. 그 장면을 본 친구들이 ‘여자지만 남편의 대사가 와닿았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극 중 차기옥이 오경희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는 ‘남편의 아이면 키운다’고 말해요. 가정을 지키겠다는 의지죠. 남편이 외도로 얻은 아이까지 키우면서 가정을 지키겠다는 대단한 결심이에요. 현실적이지 않은 대사로 보일 수 있죠. 많은 분들이 ‘요즘 시대에 그런 여자가 어디 있냐’고 하시기도 하고요. 하지만 남편하고의 세월이 있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유서진. 제공|제이에스픽쳐스, 드라마하우스

차기옥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유서진은 외적으로도 차기옥이 되기 위해 힘썼다. 고민은 ‘강남 사모님’ 스타일이었다. 또 브런치 모임에는 ‘강남 사모님’이 여럿 등장하기 때문에 차기옥 만의 확실한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어야 했다. 가장 먼저 바꾼 것은 헤어 스타일이다. 유서진은 “PD님께서 드라마에 여자들이 많이 등장하니 차별화가 있었으면 하시더라”며 “저는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쇼트커트’를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유서진은 또 “주인공 우아진은 온갖 명품을 다 가지고 있다. 우아진과는 분리가 되면서도 꿀리지 않는 스타일을 고민했다”며 “브런치 모임에서는 철저하게 슈트나 바지 콘셉트를 내세웠다. 색감도 흰색과 검은색으로 단조롭게 했다. 귀걸이도 늘어지는 게 아니라 딱 붙는 것으로 했다. 간단하며서도 고급스러운 스타일을 잡으려 했다”고 말했다.

유서진이 잡은 차기옥 캐릭터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유서진의 고급스럽고 우아한 이미지와 차기옥이 자연스럽게 조화된다는 평이 대다수다. 이런 반응에 대해 유서진은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인데 인정을 받아서 뿌듯하다”고 웃었다. 그는 “차기옥이라는 인물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헤어와 의상, 우리가 틀리지 않게 잘 잡았다는 거니까 뿌듯한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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