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우가 '쌈, 마이웨이' 김탁수 역으로 활약했다. 제공|굳피플
[스포티비스타=문지훈 기자] "밉지만은 악역이 되고 싶었다. 귀여워 보일 수 있는 포인트를 열심히 찾았다. 대사 중간에 살짝 웃기도 하고, 일부러 보조개를 보여주기도 했다."

김건우의 작전은 성공했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역할이었지만 오히려 팬이 생겼다. 배우가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악역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김건우는 보여줬다. 

김건우는 지난 11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극본 임상춘, 연출 이나정)에서 주인공 고동만(박서준 분)의 라이벌 김탁수 역으로 약 2개월 동안 시청자들과 만났다. 김탁수는 고동만이 태권도 선수였던 시절, 그리고 격투기 선수를 시작할 때 부정한 방법을 써 고동만을 궁지에 내몬 인물이다.

틀에 박히지 않은 악역을 만들어 낸 김건우. 작품 내내 이나정 PD와 임상춘 작가의 칭찬을 받았다. 김건우는 "드라마, 영화 경험이 전무한 저를 발탁하셨다. 모험을 해주셔서 감사한데 '너무 잘 하고 있다'고 칭찬도 하셔서 몸둘 바를 몰랐다. 많은 힘이 됐다"고 했다. 

▲ 김건우는 김탁수를 밉지만은 않은 악역으로 만들어냈다. 사진|KBS2 방송화면 캡처
김탁수에 완전히 녹아들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철저히 준비했다. 캐릭터의 성격 구축, 스타일링, 몸 만들기 등 어느 한 부분도 모자라지 않게 채우고 싶었다. 

김건우는 "머리 탈색을 여러 번 했고, 강한 이미지를 각인할 수 있는 옷을 골라 입었다. 성격을 구축하기 위해서 탁수의 어린 시절을 상상했다. 가사 도우미가 있고, 샹들리에를 달아놓은 100평 짜리 집에 살았을 것 같다. 철없는 금수저라고 상상하니 쉬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4, 5월 달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루 두 번씩 했다. 압구정 격투기 체육관, 파주 액션 스쿨에 가서 현직 선수들과 훈련하고 기술도 배웠다"고 격투기 선수의 몸을 만들어 온 과정을 이야기했다. 

이같은 노력을 거쳤지만 선배 박서준과 격투기로 맞붙는 장면을 찍을 때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나와 박서준 형이 만나는 장면은 드라마 전체 부분에서 갈등에 해당하기에 중요했다. 특히 박서준 형과 싸우는 장면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에 심하게 긴장했다. 박서준 형이 노련한 데 비해, 나는 경험이 부족해 걸림돌이 되면 어쩌나 걱정했다. 하지만 박서준 형이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라고 말해줘서 점점 긴장을 풀었다." 

자연스러운 격투기 장면이 탄생한 배경에는 김건우와 박서준의 치열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김건우는 "5분 나오는 장면인데 촬영은 10시간이 넘어갔다. 함께 몸을 부딪치는 장면이 많아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특히 형에게 맞는 장면이 많았다. 엎어치기도 하고 넘어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박서준 형이 전혀 지친 티를 내지 않아 불평할 새가 없었다. 열심히 따라갔다"고 후기를 전했다. 

"촬영을 통해 연기보다 정신력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촬영이 연장될 때도 많고, 여름이라 너무 더웠다. 피곤한 건 당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강한 정신력이 필수였다. 박서준 형이 조언을 많이 해줘서 꿋꿋히 힘을 낼 수 있었다. 형에게 참 고맙다."

▲ 김건우는 악플도 유쾌하게 받아들였다. 사진|KBS2 방송화면 캡처
밉지 않은 악역을 구축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드라마에 몰입한 시청자로부터 악플을 받기도 했다. 김건우는 "내가 아닌 캐릭터에게 하는 말들이라 괜찮았다. 그런데 심한 말이 너무 많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캐릭터가 입체적이라 반응이 즉각적으로 왔다. 애매모호한 반응은 없었다. '너무 싫다 혹은 '드라마에서 너무 튄다' 중 하나였다"고 유쾌하게 이야기했다. 

드라마 방송 중에는 김탁수를 향한 악플이 많았다면, 종영 후에는 신인 배우 김건우를 응원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김건우는 "기억에 남는 댓글은 '무서운 신인'이다"라며 수줍게 웃었다.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그려낸 배우의 만족이 담긴 웃음이었다. 

하지만 가장 만족스러웠던 순간은 호평을 확인할 때가 아니었다. 연기 도중 스스로 그 순간에 흠뻑 빠져 있다는 기분이 들 때가 김건우가 꼽은 최고의 순간이었다.   

"현장에서 내가 어떻게 연기했는지 기억이 안 날 때가 있다. 촬영이 끝난 직후인데도 바로 전에 한 연기가 생각이 안나는 거다. 어느 순간 촬영이 끝나 있다. 그럴 때면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 완전히 몰입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도 그런 순간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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