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택시운전사'에 출연한 배우 송강호. 제공|(주)쇼박스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배우 송강호에게는 희노애락이 담겨 있다. 그로 인해 느껴지는 정서는 애잔 하면서도 따뜻하다. 인간적인 그의 연기에 공감하고,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이유다. 또 대중이 그를 ‘믿고 보는 배우’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 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 속 김만섭은 이런 송강호의 이미지가 100% 활용된다.

친근한 동네 이웃 같은 만섭은 송강호 그 자체다. 아무것도 모르고 광주로 들어간 만섭의 표정은 흡사 우리의 표정과 같다. 상상하지도 못할 상황을 목격한 뒤 놀라움과 함께 밀려오는 공포는 송강호의 표정을 통해 스크린에서 우리에게로 전달된다. 하지만 송강호의 얼굴이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송강호도 그 부분이 만족스러웠다.

“신파로 특정한 감정을 요구하는 영화가 아니고, 담담하고 담백하게 만든 작품이다. 작품의 시선이 새롭기도 하지만, 희망적으로 보였다. ‘1980년 5월 광주에 이런 끔찍하고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 잊지 말자’보다, 물론 잊지 말아야 하지만, 그보다는 그 아픔과 비극을 어떤 생각으로 극복해 내고, 지금까지 왔고, 지금 이 시대를 만들었나에 대한 희망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송강호의 말처럼 ‘택시운전사’는 대단한 영웅들이 만든 이야기가 아니다. 평범한 광주 시민을 비롯한 만섭 등 아주 평범한 사람이 가지고 있던,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를 지켰기에” 이어진 우리 삶의 이야기다. 그런 희망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 송강호는 만섭이 그 시대의 보통 사람이라고 했다. 제공|(주)쇼박스

만섭은 광주의 사람이 아닌, 돈을 벌기 위해 손님을 태우로 광주로 들어온 사람이다. 자연스럽게 감정이 변한다. 광주의 상황에 자연스럽게 빠져는 인물이라 공감이 됐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시대에 처해 있던 사람들의 보편적인 정서인 것 같다. 만섭이 특별한 의식을 지닌 사람은 아니다. 그냥 보통의 사람들이 느끼는 두려움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다. 광주에 있으면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서울에 홀로 두고 온 딸 걱정도 됐겠지만, 두렵기도 했을 것이다. 예고편에도 나오는데 딸에게 전화를 걸어 ‘손님을 두고 왔다’고 하고 돌아간다. 직업적 윤리이기도 하지만, 사람의 도리다. 사지에 내가 데리고 온 손님을 두고 온 죄책감인 것이다.”

‘택시운전사’는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1980년 5월 광주의 모습을 외부에 알린 독일 기자의 다큐멘터리 ‘푸른 눈의 목격자’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으로 꼽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직접 경험한 일은 아니지만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 입장에서 감정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시절 나는 중학생이었다. 한국 현대에서 큰 사건 중 하나라 ‘이런 일도 있었어?’라는 생각은 없었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욱 잔혹했다. 영화에 다 담을 수 없으니까 상징적인 몇몇 장면만 보여줬다. 새롭게 각성된 것은 없지만, 그 감정은 새삼스러웠다. 사진과 영상으로 봤을 때와 내가 현장에서 연기하면서 목격할 때 새롭게 느껴지는 고통이었다.”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속 송강호가 가장 인상적으로 느낀 장면은 무엇일까. 만섭이 택시를 몰고 광주역 광장으로 들어서는 장면이었다. 광주역에 모여든 시민들은 서로 주먹밥을 나누고, 한 곳에서는 마당 놀이에 여념이 없다. 허물없이 시민들이 순수하게, 같이 모여 놀이 판을 벌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말 건강한 모임이었는데”라는 느낌이 들어서 눈물이 나기도 했다.

▲ 송강호 "다음 작품은 '마약왕', 매 작품을 사회적 기능 생각하지 않는다". 제공|(주)쇼박스

송강호는 한 시상식에서 “영화 한편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수상 소감을 밝힌 바 있다. 그의 행보를 돌아보면 이 수상 소감과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100% 그렇지는 않다”고 말하는 송강호였다.

“분면 그런 부분도 있긴 하지만 100%라고 할 수는 없다. 다음 작품은 ‘마약왕’이다. 하하. 매 작품을 할 때 사회적인 기능과 의미를 기준으로 해서 선택하지는 않는다. 그런 작품이 왔을 때 좌우되긴 하지만, 그런 작품만 찾거나 선택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변호인’과 ‘택시운전사’가 4년의 시간이 있었지만, 그 시대의 아픔을 담고 있다 보니 그런 느낌이 든다. 우연의 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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