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 제공|(주)쇼박스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1980년 5월 광주 이야기를 외부인의 시선으로 담았다. 서울의 택시운전사 김만섭은 큰 돈을 준다는 말에 아무것도 모르고 광주로 향하고, 그 곳에서 또 다른 우리를 마주한다. 인간적인 도리를 모두 상실한 그들과 그들에게 맞서는 우리. 타 지역 사람인 만섭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인간의 도리를 잊은 그들이 될 것인가, 그들에게 맞서는 ‘우리’가 될 것인가 말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김만섭은 지극히 평범한 이웃이다. 딸을 하나 키우고, 친구 집에서 셋방살이를 한다. 택시운전사로 생계를 이어가지만 쉽지 않다. 친구이자 집 주인에게 돈을 빌려 월세를 낼 정도로 형편이 좋지는 않다. 하지만 웃는다.

취재를 위해 광주로 향하는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피터)를 태운 만섭에게 사명감은 없다. 그저 밀린 월세를 해결 할 만큼 큰 돈을 준다는 말에 자신이 알고 있는 온갖 영어를 총동원해 피터를 택시에 태운다. 그 길이 자신에게 어떤 변화를 상상도 하지 못한다.

‘택시운전사’는 몹시도 밝고 경쾌하게 시작한다. 기분 좋게 웃고 흥겹게 운전을 하는 만섭과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듣고 있으면 편안하게 1980년대로 흘러 들어간다. 학생들의 대모 속에서 자연스럽게 인중에 치약을 바르는 모습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인 듯 하다.

▲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 제공|(주)쇼박스

독일 기자 피터를 태우고 광주로 가는 길 역시 심각하지 않다. 아무 상황을 모르고 운전을 하는 만섭은 큰 돈을 벌 생각에 들떠 있다. 심각한 것은 비장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매만지는 피터의 표정 뿐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만섭과 목적을 가진 피터의 광주행은 쉽지 않지만 또 큰 어려움은 없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비하면 말이다.

‘택시운전사’는 광주의 상황을 덤덤하게 보여준다. 그 어떤 장면도 관객들의 눈물과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소시민으로 대변되는 만섭의 표정 변화로 자연스럽게 감정을 끌어 올리고, ‘푸른 눈의 목격자’인 피터의 카메라를 통해 그날의 광주를 차분하게 그려낸다. 그저 인간적인 도리를 다 할 뿐인 광주의 평범한 택시운전사들은 공감하기 충분하다. 8월 2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37분.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