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영화 ‘박열’은 아나키스트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의 이야기를 그린다. 일본 제국주의에 반대하고 자신의 신념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표현하는 박열과 후미코는 지금까지의 독립운동가와는 다르다. 많이 알지 못하기에 낯설지만, 그가 가진 신념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자극적이지 않게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의 사상을 풀어낸 이준익 감독의 ‘박열’은 그들의 아나키스트 기질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모든 장면 장면이 그들의 사상을 느낄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놓쳐서는 안될 장면을 이준익 감독에게 들어봤다.

# 후미코의 동거 서약서

후미코는 박열이 쓴 시 ‘개새끼’를 읽은 후 그에게 빠진다. 첫 만남부터 동거를 제안하고, 그 후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한다. 이때 후미코는 ‘동거 서약서’를 내민다. 첫째는 동지로서 동거이고, 둘째는 운동 활동 기간에는 자신을 여자로 보지 않는 것, 세번째는 한 사람이 타락해 권력자와 손을 잡는다면 동거를 끝낸다는 것이다.

▲ 영화 '박열' 스틸. 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동거 서약 조건으로 동거를 시작한다. 사상의 정체성을 일상에서도 지켜내려는 후미코의 의지가 담긴 장면이다. 개인의 자유 의지와 평등을 보장 받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기도 하다. 그것이 바로 아나키스트다.”

# 폭탄 입수 계획을 자백하는 박열의 동료

결국 박열은 스스로 일본에게 잡힌다. 일본이 짜 둔 시나리오대로 해주는 듯 하지만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그 때 박열과 함께 폭탄 입수를 공모했던 이들이 잡혀오고, 그들은 고문을 당하며 박열과 함께 폭탄 입수를 계획했노라고 자백한다.

▲ 영화 '박열' 스틸. 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고문을 받으며 자백을 한다. 하지만 절대 비굴하지 않다. 자신들이 행하려는 것을 강렬하게 주장한다. 자신이 신념을 가지고 있는 행동을 숨기거나 가리지 않는 태도가 바로 아나키스트의 태도다. 마찬가지로, 박열이 황태자를 죽이려고 했다고 말하는 장면도 있다. 원래 황태자를 죽이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의 음모를 눈치챈 박열은 당당하게 자신의 의지를 선언하는 장면이다.”

# 사형을 쟁취하는 박열

박열은 사형을 마다하지 않는다. 재판에 서기까지 조건을 제시하기도 한다. 첫째는 공판정에서 죄인 대우를 하지 않고 자신을 ‘피고’라고 부르지 않는 것, 둘째는 공판정에서의 조선 예복 착용을 허락할 것, 셋째 자리도 재판장과 동일한 좌석을 마련할 것, 넷째 공판 전에 자기의 선언문 낭독을 허락할 것이다. 이것을 지켜주지 않을 시에는 입을 닫고 일절 신문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박열은 조선 예복을 입고 재판을 받는다. 몇몇을 들어주지 않았지만 많은 것을 쟁취했다.

▲ 영화 '박열' 스틸. 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사형을 적극적으로 쟁취한다. 사형을 받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주도적으로 펼친다. 재판장 안에서의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가장 아나키스트적인 장면이다. 또 천왕이 은사장으로 사형을 감형하자 ‘그 자격을 누가 줬냐. 내가 쟁취한 사형을 니들이 함부로 감형을 하냐’며 찢는다. 이 장면도 마찬가지다.”

영화 ‘박열’(감독 이준익)은 1923년 도쿄, 6천 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오는 28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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