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강희가 KBS2 '추리의 여왕' 종영 기념 인터뷰를 가졌다. 제공|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스타=문지훈 기자] 최강희(40)에게 ‘추리의 여왕’은 선물 같은 작품이었다. “너를 아줌마라 부르는 것이 재미있다”는 친구의 권유로 선택한 작품은 뜻밖의 행운을 가져다 줬다. 최강희는 ‘추리의 여왕’ 덕분에 밝아졌고, 연기에 자신감을 더했다. 

최강희는 지난달 종영한 KBS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극본 이성민, 연출 김진우)에서 추리퀸 유설옥 역을 맡아 2개월간 시청자들과 만났다. 날카로운 추리력과 따뜻한 매력을 겸비한 유설옥을 제 옷 입은 듯 그렸다. 
  
“친한 친구가 대본을 3, 4회까지 보고 정말 재미있으니 하라고 했다. 추리 과정이 흥미롭고 최강희를 아줌마라고 부르는 것이 신선하다고 했다. 또 내 캐릭터 유설옥이 ‘민폐 여주인공’이 아니라 똑똑하다고도 했다. 반신반의했지만 촬영에 임해 보니 친구의 결정이 옳았다고 느꼈다. ‘나는 복 받은 배우’라고 생각하게 해준 작품이니까. 밖에서는 똑똑하게 추리를 해내는 사람이 가정에서 위축돼있는 모습을 보니 공감이 갔고 재미있었다. 특히 시어머니 눈치를 보는 장면을 찍을 때 행복했다. 남들은 그런 유설옥이 답답하다고 했지만 나는 존재감을 느꼈다. 가정이라는 곳에 단단히 소속된 유설옥의 모습이 좋았다.”

밝고 유쾌한 유설옥을 연기하면서 최강희는 덩달아 행복해졌다. 그는 “유설옥을 연기할 때는 한 가지만 주의했다. 무조건 밝은 모습을 보였다. 감정 연기를 하면서 시청자들과 함께 호흡해야 하는데, 그보다 너무 앞서가지 않기 위해 조심했던 것”이라며 “또 내가 어두워지면 주변도 어두워지기에 밝은 모습만 보이도록 노력했다. 저절로 행복해졌다”고 했다.  

▲ 최강희가 '추리의 여왕' 촬영 후기를 밝혔다. 제공|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자 잠시 고민하더니 “하나만 꼽을 수 없다”며 웃었다. 최강희는 작품에 애정을 가졌던 만큼, 매 장면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사랑스럽다’고 표현한 장면은 유설옥이 공조 파트너인 형사 하완승(권상우 분)과 처음 마주쳤던 순간. 작품의 전체적 무드를 담은 장면이었다.

최강희는 이 장면에 대해 “당시 유설옥은 시어머니께 드릴 약밥을 떨어트렸고 하완승은 뜨거운 어묵을 먹고 있었다”며 “단순해 보였지만 우리 드라마의 분위기를 담고 있어 가장 애착이 간다. 추리 공조의 분위기, 각자 고뇌가 묻어나면서도 밝은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극중 가족과 함께 하는 장면을 연기할 때는 완전히 유설옥에 빠져들었다. 최강희는 소속감을 느끼며 행복을 찾는 성격이기에, 가족이 행복하거나 위기를 맞을 때 몰입도가 최고치에 오른다.

최강희는 “시어머니 박경숙 여사(박준금 분)가 누명을 쓰고 범인으로 몰린 시점에서, 유설옥이 시어머니를 구해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다. 시어머니와 나누는 감정, 시어머니와 함께 겪는 일련의 과정이 좋았다”고 했다.

남편 김호철(윤희석 분)이 바람 피우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는 실제로 두려운 감정을 느꼈다. 집안의 한 구성원이었던 유설옥이 분리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최강희가 얼마나 유설옥에 몰입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 최강희가 우울증을 극복한 과정을 이야기했다. 제공|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최강희는 유설옥처럼 러블리하고 쾌활했다. 하지만 오랜 연기 인생을 되짚는 과정에서 사뭇 진지하고도 어두운 면모를 보였다. 23년차 여배우로서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있냐고 묻자, “중간에 힘든 기간이 있었는데 활동을 하다 보니 편안해졌다”고 했다. 

이후 말끝을 흐리던 최강희를 깊숙이 파고들었고,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최강희는 “대본이 정말 많이 들어오던 시기가 있었다. 영화 ‘애자’를 찍고 나서는 일주일 동안 10건이나 들어왔다. 하지만 영화 ‘미나문방구’와 드라마 ‘7급 공무원’ 끝나고 나서 캐스팅이 끊겼다. 아이 엄마나 이전에 했던 역할 혹은 재미없는 작품만 들어왔다. 결국 내게 남은 타이틀은 ‘동안’이었다. 나이가 많으니 ‘4차원’이라는 말도 독특하기보다 괴상하게 느껴졌다. 그 글자가 정답지 않았다. 이질감이 느껴졌고 무서웠다. 그 때 우울증이 왔다”고 했다. 

“집에 들어가서 안 나오기 시작했다. 점점 밖에 나가기가 싫어졌고, 얼굴을 모자로 가리고 다녔다. 내가 되고 싶은 나와 실제 내가 멀어졌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MBC 드라마 '화려한 유혹', tvN 드라마 '하트투하트'를 찍으면서 극복했다. 여러 가지 모험을 거치면서 오히려 편안해졌다”고 덧붙였다. 

▲ '추리의 여왕'이 지난달 종영했다. 사진|KBS2 방송화면 캡처
우울증 극복 후 만난 ‘추리의 여왕’은 그야말로 선물이자, 터닝포인트였다. 배우로서 애매한 나이.연하와 로코만 찍기도, 아이 엄마 역할로 이미지를 굳히기도 싫었던 최강희는 ‘추리의 여왕’을 통해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가지게 됐다. 

최강희는 “유설옥은 아줌마지만 마냥 아줌마 같지만은 않다. 사랑스러우면서 보이시하고 주체적이다. 친근하기까지 하다. 이제는 아줌마를 포함, 어떤 역할도 할 수 있다. 유설옥을 연기하면서 세상과 동떨어져 있던 내가 대중 사이로 들어간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다양한 매력을 지닌 유설옥의 도움을 받아 배우로서 자리를 잡은 셈이다.

우울했던 나날들을 극복하고 ‘추리의 여왕’으로 연기인생 제2막을 연 최강희. 앞으로 어떤 작품과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올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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