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배우 천우희라고 하면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영화 ‘써니’ ‘한공주’ ‘카드’ ‘곡성’까지 매 작품 임팩트 있는 연기를 했고, 연기에 대해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그 직품 속 천우희는 어딘가 모르게 어두웠고 무거웠다.

작품 속 보여준 강렬한 모습은 관객들의 뇌리에 각인됐고, ‘밝은 천우희’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어느날’이 반갑다. 물론 이 작품에서도 영혼으로 등장한다. 시각장애인이고, 사고로 인해 혼수상태에 빠진 캐릭터지만 사랑스럽고 한없이 긍정적인 인물이다. 영혼이 돼 한 남자, 김남길이 연기한 강수 눈에만 보이지만 그 상황 자체도 몹시 긍정적으로 받아 드린다. “시각장애인인데, 이렇게 세상을 볼 수 있다니!” 정도의 느낌이다.

천우희를 만났다. 실제 천우희는 ‘어느날’ 속 단미소보다 훨씬 사랑스러웠고, 지금까지 맡아온 캐릭터가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밝았다. 때로는 귀여운 말투로 단미소처럼 이야기 했지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할 때는 강한 어조를 사용했다. 천우희는 보다 다채로운 캐릭터였다.

◆ 이하 천우희와 나눈 일문일답

Q. 영화는 어떻게 봤나.

항상 처음 볼 때는 정신이 없다. 영화는 잘 나왔나? 편집이나 음악, CG 작업은? 내 연기는? 등의 생각으로 흐름이나 전체적으로 느끼질 못했다. 내 연기를 보면서 영화까지 감상하기에는 어려웠다. 그래도 시나리오 느낌보다 좋았다. 그 부분은 만족스럽다.

Q. ‘곡성’ 귀신에 이어 이번에는 영혼이다.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을 했나.

‘전형적인 느낌을 벗어나야 해!’라는 생각보다는 ‘왜 꼭 그렇게 해야하지?’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모든 작품에 출연할 때 이유와 명분을 만들어서 캐릭터를 구축하기 보다는, 캐릭터의 느낌을 받은 후 그 느낌에 대한 의문을 던지면서 되묻는다. 좋은 느낌은 가지고 가고, 별로인 부분, 고루한 느낌은 없애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간다.

Q. 그냥 천우희와 비슷한 느낌이 많았다.

자연스럽다는 반응이 있더라. 전작 캐릭터들은 내가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정확히 있었다. 이번에는 자연스러운 호흡과 케미에 중점을 뒀다. 그래서 평소 모습이 보였을 것이다. 주변에 있는, 나를 아는 지인들은 ‘너 같은데?’라고 말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는 느낌은 든다.

Q. 단미소는 상당히 사랑스럽다. 스스로 예쁜 모습을 잘 알텐데 의도한 것인가.

꼭 부각 시키려고는 하지 않았다. 내가 그 느낌을 가져가는 순간 오히려 반감된다. 하지만 딱 한 부분은 녹였다. 예고편에도 나오는 장면인데, 미소가 강수에게 병원 밖으로 데리고 나가 달라는 부탁을 한다. 최대한 업필을 했다. 다른 장면은 사랑스러움을 넣기 보다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표현을 했다.

Q. 밝게 자라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미소는 상당히 밝다.

아픔이 있지만 밝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주변 사람들 덕분이다. 호정(박희본 분)이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것 같다. 가족만큼 사랑하는 사람이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기에 밝게 자랐다고 생각한다. 캐릭터를 만들 때 겪은 일을 토대로 성격을 만들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선천적인 기질이나 천성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굳이 의미 부여를 할 필요가 없다.

Q. 밝은 모습이라 좋았다.

많은 분들이 나의 밝은 모습에 목마름이 있더라. 주변에서 보여달라고 하기도 했다. 나 역시도 밝은 모습이나 다채로운 캐릭터, 장르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조급해 하지는 않는다. 이번 작품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천우희에게 저런 모습이 있었나’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Q. 미소가 강수에게 하는 ‘아저씨’라는 호칭도 귀여웠다.

그 호칭 자체에 고민을 많이 했다. 혹시 거부감이 들면 어쩌지라는 생각이었다. 어린 여자 아이 같아 보일까봐 걱정도 됐다. 그래서 호칭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호칭을 찾다보니 결국 아저씨더라.

Q. 김남길과의 과케미스트리가 정말 좋았다.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다. 오빠(김남길)를 처음 만났을 때 배우는 자연스럽고, 자유로워야 한다는, 같은 생각을 했다. 현장에 아주 자연스러운 상태로 가서, 의상을 입으면서 캐릭터를 입는구나 생각을 한다. 현장에 가면서 연기에 대한 생각이 아닌, ‘오늘 뭐 입지’라는 것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 시간에 연기나 현장, 캐릭터 생각을 하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오빠도 같은 생각이다.

Q. 유독 강한 캐릭터를 많이 했다.

왜 항상 나에게 힘든 미션만 주어질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 성향이고 내 취향으로 작품을 선택한다. 단순한 캐릭터보다는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좋아한다. 물론 내가 작품을 고를 수 없는 상황도 있었지만, 나의 성향이 들어간 것도 있따. 앞으로의 내 선택이 궁금하다. 과거에는 오롯이 내가 끌리면 했는데, 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모습도 있다. 그런 것도 고려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