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스' 이하나가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곽혜미 기자
[스포티비스타=양소영 기자] 배우 이하나(35)는 질문 하나 하나에 신중하게 대답했다. 어떻게 하면 질문하는 이를 위해 더 좋은 대답을 들려줄까 고민했다. ‘보이스’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이야기를 들으러 온 이를 위해 배려하는 모습에서 ‘강권주’의 모습이 보였다. 아주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고 듣기 위해 노력했던 강권주와 이하나는 어쩌면 아주 많이 닮아 있었다.

이하나는 지난 12일 종영한 OCN 드라마 ‘보이스’에서 보이스 프로파일러 강권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보이스’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불의의 사고로 떠나보내야 했던 강력계 형사 무진혁(장혁 분)과 112신고센터 대원 강권주(이하나 분)가 범죄해결률 전국 최저라는 성운지청 ‘112신고센터 골든타임팀’에 근무하며 자신들의 가족을 죽인 연쇄 살인자를 추적하며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평균 5%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하나는 “드라마가 끝나고 종방연에서 저희끼리 자축하기도 했다. 시즌2 이야기도 했다”며 “드라마 시작하기 전에는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촬영할 때도 모험이었다. 사고가 날까봐 걱정되기도 했다. 설 연휴에 한 주 방송이 쉬면서, 시청자들을 한 주 기다리게 하는 것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한주가 오아시스 같기도 했다. 물론 쉬는 동안에도 촬영을 했지만 ‘보이스’는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하나에게 ‘보이스’는 특별한 작품이다. 처음으로 장르물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민폐 여자주인공 캐릭터와 달리 주체적인 강권주 캐릭터를 만나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하나는 이를 위해 남다른 각오로 ‘보이스’에 임했다. 일상생활과 거리가 먼 전문적인 용어들이 많은 대사도 사실 쉽지 않았다.

이하나는 “전설의 백샷신이 있다. 저희가 센터에서 보통 40신을 소화해야 되는데, 10신 정도를 끊어서 간다. 그날은 이상하게 대사를 계속 틀렸다. 나중에는 NG가 나도 그냥 이어서 갔다. 예성 씨랑 은서 씨랑 저희들끼리 그렇게 부르는데, 나중에는 웃음이 터질 것 같은데도 끝까지 참고 촬영을 했다”며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감독님과 작가님이 대사를 줄여준다고 하기도 했어요. 제가 안 된다고 했죠. 제 대사를 휴대전화에 녹음해보기도 하고, 저 혼자만의 리허설을 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귀에 대사를 숙지시켰죠. 대사 외우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대사를 하면서 얼굴에 감정을 얼마나 드러내야 될지도 고민됐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얼굴에 너무 감정이 드러나서 NG가 나기도 하고, 대사를 너무 빨리 해서 NG가 나기도 했죠. 긴박한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얼마나 공감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했던 것 같아요.”

▲ 이하나가 '보이스' 촬영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사진|곽혜미 기자
이하나는 강권주에 몰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강권주를 잘 그려낼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했다. 김홍선 PD는 이하나에게 영화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를 추천했다. 이하나는 “영화 자체가 굉장히 신선하고 ‘뻔’하지 않다. 전형적이지 않은 연기도 좋았다. 거울 한 번 보지 않았을 것 같은 주인공의 모습과 세련된 연출을 보면서 감탄했다. 강권주에게 집중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하나는 “미드 ‘트루 디텍티브’의 OST도 김홍선 감독님이 추천해줬다. 그 노래만 들으면 강권주가 되는 것 같았다”며 “노래를 들으면 쓸쓸하고 고독했다. 권주의 고독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노래와 추억이 맞물릴 때 큰 보물을 얻는 느낌이다. 나중에 이 노래만 들어도 권주가 생각날 것 같다. 권주에게 몰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김홍선 PD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하나 스스로 강권주에 몰입했다는 걸 느낀 순간은 언제였을까. 이하나는 잠시 고민했다. 이어 “센터에서 처음에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보고 돌아다니기도 했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센터를 누비고 다녔다. 제가 그런 성격이 못된다. 그런데 센터를 어색하지 않게 느껴졌을 때 강권주가 되어 있었던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편집실 다녀와서 울었어요. 대사를 빠르고 정확하게 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촬영에서는 느리게 해야 됐어요.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차분하게 해야 되는데 그게 더 힘들더라고요. ‘보이스’에서 경찰청장으로 나온 조영진 선배님에게 자문을 구했어요.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지, 극복할 수 있을지 물어봤죠. 선배님이 저를 위해 계속 고민하시더니 가만히 다가오셔서 생각을 느리게 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말씀 주셨어요. 처음엔 크게 와 닿지 않았는데 효과가 있더라고요. 선배님이 기발한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웃음)”

▲ 이하나에게 음악은 또 다른 삶의 원동력이었다. 사진|곽혜미 기자
이하나는 ‘보이스’를 촬영하며 참 행복했다. 이하나는 “유머 감각 좋은 분들이 많았다. 감독님도 일적인 면에서는 빈틈이 없는 분이다. 제가 감독님에게 귀마개를 선물 드렸는데, 좋아하셨다. 내심 기분이 좋았다. 감독님이 귀마개를 쓴 것도 잊어버리고 소리가 안 들린다고 하셨다. 뭘 숨겨도 다 알 것만 같은 감독님의 허당스러운 모습에 웃음이 나기도 했다. 감독님이 따님 두 분이 있으셔서 그런지 여자의 마음을 잘 아셨다. 섬세하게 캐치해주셔서 편하게 촬영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운이 좋았다”고 연신 말한 이하나는 “현장에서 분위기로 예감이 올 때가 있다. ‘보이스’는 현장 분위기가 무척 좋았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하나는 모태구를 연기한 김재욱에 대해서도 “정말 세련됐다. 작가님이 주문하신대로 잘 연기하신 것 같다. 온전히 표현된 모습을 보면서 부럽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도 개연성을 만들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혁 선배님도 그렇고, 대식이를 연기한 백성현도 그렇고 연기로 개연성을 주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하나는 앞서 열린 ‘보이스’ 제작발표회에서 “수사물이 이렇게 심장이 뛰고 무료할 수 있는 삶에 원동력이 될 수 있구나 싶다. 독함도 있고 간절함도 가지고 있다. 저도 ‘보이스’의 팬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하나는 “제가 쉽사리 지치는 편이다. 한 번 지치면 포기도 빠르다. 금세 자리를 옮겨버린다. ‘보이스’는 지칠만하면 무심코 노래 한두 곡 들으면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게 됐다. 그 힘이 뭐였는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현장에 나가면 단 한명도 마음에 걸리는 분들이 없었어요. 어쩌면 스태프들의 힘이었는지도 몰라요. 정말 편안하게 해줬고 지치지 않게 해줬어요. 동료 배우들도 그렇고요. 정말 신기하고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아직도 여운이 풀리지 않는 것 같아요.”

▲ 이하나가 김홍선 PD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사진|곽혜미 기자

 이하나의 또 다른 원동력은 음악이었다. 앨범을 준비 중이라는 이하나는 “거창할 수 있지만 음악은 지칠 때 저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방법이다. 음악으로 삶을 계속해나갈 수 있는 힘을 얻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분명히 얻는다. 제가 만드는 음악이 아니더라도 좋은 노래를 듣는 게 삶을 지치지 않게 하는 저의 원동력이다”며 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끼게 했다.

이하나는 “음악은 옛날부터 결과물로 나오지 않아도 좋았다. 연기는 좋은 결과물을 얻고 싶었다. 지금은 음악으로도 좋은 결과물을 내고 싶다”며 “지금은 반대인 것 같기도 했다. 이번에 이용녀 선배님하고 촬영을 하면서 제가 해보지 않은 액션, 연기가 나왔다. 안타깝게도 저를 찍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게 어떻게 나올 수 있었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촬영을 마치면서 그 부분을 다시 짚어보고 싶었다. 다음 기회가 없더라도 연기를 하면서 얻은 즐거움을 곱씹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하나에게 음악과 연기는 무척이나 특별했다. 그리고 ‘보이스’를 만난 이하나는 참으로 특별한 시간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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