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애니원 해체 후 홀로서기에 나선 산다라 박. 사진|곽혜미 기자
[스포티비스타=문지훈 인턴기자] "'원스텝' 연기에 만족하냐고요? 감독님께는 죄송한 말이지만, '원스텝'은 제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이 보인 영화입니다. 아픈 손가락처럼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아요. 혹평도 각오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앞으로 할 일들을 생각하려고요. 이번 영화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해서 많은 작품, 사람들을 만나며 능력을 키울 생각이에요."

산다라 박(33)은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 '원스텝'(감독 전재홍)에서 타이틀 롤을 맡았다. 산다라 박이 연기한 '시현'은 교통사고를 당한 후 소리를 색으로 인지하는 병인 색청을 앓는 캐릭터다. 잃은 기억을 찾기 위해 지일(한재석 분)과 만나 곡을 만들어간다. 산다라 박은 최근 스포티비스타와 만나 촬영 후기와 즐거웠던 점, 힘들었던 점을 털어놓았다. 나아가 자신의 연기에 대한 아쉬움부터 열정, 예상되는 대중의 반응까지 이야기하며 자기 분석을 이어갔다. 객관적으로 자신을 평가하고, 노력을 더해 완성된 연기자로 태어나겠다는 각오다. 

지난 2009년부터 약 7년간 그룹 투애니원으로 활동한 산다라 박은 음악 영화라는 점에 강하게 끌렸다. 산다라 박은 "음악이 연관돼 있으면 무엇이든 끌린다. 다시 음악 영화 제안이 온다면 바로 (하겠다고) 결정할 것 같다"며 눈을 빛냈다. 이어 "음악의 힘이 큰 것 같다. 밴드와 무대를 꾸미는 것을 좋아해 즐겁게 촬영했는데, VIP 시사회에 온 지인들이 '덕분에 힐링하고 간다'고 말해 주셔서 두 배로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즐거운 촬영이었지만, 저예산 영화였기에 환경은 녹록치 않았다. 산다라 박은 "카메라가 한 대라 여러 번 찍어야 하는데 추위가 심해서 정말 힘들었다. 입도 안 움직이고 피부가 아플 정도"라고 회상했다. 이어 "감독님이 모든 장면을 최대한 빨리 찍어 주셨다. 밤샘 촬영도 거의 없었다. 항상 배우들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셨고,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게 해 주셨다"고 말했다. 

전재홍 감독은 첫 주연을 맡은 산다라 박을 위해 배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산다라 박은 "대사를 편한 말투로 바꾸어도 된다고 하셨고, 아이디어 있으면 반영할테니 말하라고 하셨다. 덕분에 촬영에 재미를 느꼈다"며 "색청 소재가 생소해서 고민했는데, 감독님이 색과 모양을 상상해 알려주셨다. 조언을 받아 편하게 연기를 했다"고 밝혔다.

전재홍 감독의 도움을 받으며 시현에 몰입하다 보니, 오열하는 장면에서는 저절로 눈물이 났다. 산다라 박은 "오열 장면에서 감독님이 음악을 틀어주셨는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연기하면서 이토록 짜릿한 감정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기분을 자주 느껴보고 싶다"며 웃었다. 

▲ 산다라 박에게 영화 '원스텝'은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다. 사진|곽혜미 기자
자신의 연기력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목소리가 하이톤이며 발성이 안정되지 못해 연기가 어색하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을, 산다라 박은 알고 있었다. 그는 "아직 캐릭터 분석력이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다. 노래할 때도 목소리 톤 지적을 받았다. 슬픈 노래를 하는데 '너 너무 행복해보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파트가 줄어든 적도 있다"며 "타고난 목소리를 바꿀 순 없으니 주어진 목소리를 이용해 잘 연기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평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예상했고, 이미 마음의 준비를 끝냈다. 사람이 한 번에 바뀔 수는 없으니, 노력을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생각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산다라 박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평소 연기 공부도 열심히 해 왔다. 그는 "최근까지 회사에서 연기 수업을 받았고, 이제는 선배님들에게 많이 배우려고 한다. 이전에 강혜정 언니, 임예진 선배가 연기 연습을 도와 주셨다. 이번에는 유인나 언니를 찾아가려고 한다. 언니가 대본 가지고 집에 오라고 해서 조만간 찾아갈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연기 실력을 늘려서, 언젠가는 내 롤모델인 엄정화 언니와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 말했다. "무대에서는 완벽한 가수고 화면에서는 완벽한 배우다. 그렇게 상반된 모습을 닮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원스텝'은 산다라 박이 연기자로서 홀로서기를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 같은 작품이다. 그에게 '원스텝'의 의미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연차가 7, 8년 되니까 떨릴 일이 없었는데, 영화 시사회 때 너무 긴장했다. 회사 이사님이 떠는 모습 처음 본다고 하셨다. '원스텝'은 그만큼 소중한 영화다. 아픈 손가락처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원스텝'으로 스크린 주연 데뷔를 마친 산다라 박은 영화 '치인트' 장보라 역으로 캐스팅 됐다. 필리핀의 가장 큰 영화사로부터 로맨틱 코미디 출연 제안도 받았다. 배우로서는 신인이나 다름없는 그에게, 러브콜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산다라 박은 "욕심내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늘려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신인의 자세로 노력할테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수많은 러브콜을 받고 사랑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겸손을 잃지 않는 산다라 박의 연기 인생에 기대가 모아진다.

한편, '원스텝'은 오는 4월 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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