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구재이. 사진|곽혜미 기자
[스포티비스타=문지훈 인턴기자] “효주는 마지막까지 쓸쓸했어요. 다들 해피엔딩을 맞았는데 효주만 끝까지 가족에게도, 남자에게도 사랑 받지 못 했죠. 하지만 모두를 행복하게 해 주고 떠났기에 만족했어요. 제겐 정말 애틋하고 안쓰러운 아이예요.”

악녀라 불렸던 '민효주'를, 구재이(31)는 이렇게 표현했다. 구재이는 지난 6개월간 KBS2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극본 구현숙, 연출 황인혁, 이하 '월계수') 의 민효주로 살았다. 민효주는 극중 미사 어패럴의 맏딸로 이동진(이동건)의 전 부인이다. 까칠하고 불 같으며 갖고 싶은 건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 이동진과 이혼한 사이지만, 이동진과 나연실(조윤희)의 연인 관계를 질투해 훼방 놓기도 했다.

남녀 주인공의 사랑 훼방꾼인 민효주를 향한 시청자들의 시선은 따가웠고, 악성 댓글도 달렸다. 구재이는 “안 보려고 노력했는데 자꾸 눈에 보였다. 효주를 미워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효주도 알고 보면 불쌍한 아이인데 나쁘게만 보시니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구재이는 효주를 연기하는 배우로서, 효주가 왜 나쁜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효주를 이해하게 됐고, 강한 애착을 갖게 됐다.

구재이는 “효주는 학창 시절에 안 좋은 일이 있어 비뚤어졌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없었고, 아빠는 외도를 해 이복동생까지 생겼다. 상처를 받은 효주는 결국 자기 방어적인 삶을 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효주가 작품에서는 센 척을 하지만, 속은 여리고 사랑 받고 싶어 했을 것이다. 그렇게 효주 행동의 계기를 생각하다 보니 연기가 수월해졌고, 효주에 대한 사랑도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여자로서, 효주가 마음이 떠난 남자를 지워내지 못 하고 주위를 맴도는 것도 안쓰러웠다. 구재이는 “실제 상황이라면 나는 자존심을 지킬 것 같다. 동진을 향한 효주의 마음은 일방적인 사랑이었다. 여자는 남자에게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효주가 너무 불쌍했다. 나도 여자니까 효주 상황이 이해 되면서도 애잔했다. 안아주고 싶은 캐릭터”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 구재이는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민효주 캐릭터가 안쓰러웠다. 사진|곽혜미 기자

민효주로서 극중 상황은 슬펐지만, 구재이로서 소화한 촬영 현장은 따뜻함 그 자체였다. 베테랑  선배들이 많아 배우는 것도 많았다. 구재이는 “감독님도 인자하고 누구 한 명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분위기 메이커들이 많았다. 특히 현우 씨가 농담으로 분위기를 잘 띄워 줬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선배님들과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나보다 연기 경력이 훨씬 긴 선배들이 열심히 캐릭터를 연구하며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촬영장에 갈 때마다 자극 받았다. ‘월계수’를 통해 연기의 소중함에 대해 알았다.”고 밝혔다. 

촬영 내내 의붓엄마와 딸로 대립했던 박준금(고은숙 역)과도 따뜻한 선후배로 지냈다. 구재이는 “실제로 박준금 선생님은 인자한 분이다. 후배들을 챙겨주시고 가르쳐주시고, 분위기를 편안하게 해 주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구재이는 “가장 기억에 남는 신도 박준금 선생님과 함께 한 신이다. 선생님에게 새엄마가 아닌, 엄마라고 부르는 장면을 찍고 나서 선생님과 함께 감격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선생님과 연기할 수 있어 기뻤다”고 덧붙였다. 

모델 출신인 구재이는 지난 2012년 KBS2 단막극 ‘습지생태보고서’에 특별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에 흥미를 느끼며 웹드라마 ‘당신을 주문합니다’, JTBC ‘라스트’ 등에서 작은 역할부터 맡으며 차근차근 역량을 쌓아 왔다. ‘월계수’를 통해서는 10년 후까지 바라보는 어엿한 배우가 됐다. 2017년은 물론이고 먼 미래까지 내다보며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구재이다. 

그는 "인생을 뒤바꿀 큰 일이 생기지 않는 한 10, 20년 후에도 연기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 때는 어떤 배역을 맡든 어색하지 않고 어울리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인간 구재이로서는 싱그러움을 유지하고 싶다. 단순히 나이만 든 여자가 돼 있진 않을 것"라면서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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