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루크너:9개의 고향곡' 앨범 커버. 제공|유니버설뮤직

[스포티비스타=성정은 기자] "예술은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위로하며 평화롭게 만들어 줍니다. 소비적이고 자극적인 것이 난무하는 시대에 예술의 본질을 알려주어 균형이 맞춰지길 바랍니다. 브루크너가 표현해낸 숭고한 음악세계를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임헌정 지휘자, 2014-2016 브루크너 시리즈를 시작하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 임헌정)가 국내 오케스트라 최초로 브루크너 교향곡 실황 전집 '브루크너: 9개의 교향곡'을 24일 발매한다. 지휘자 임헌정의 표현대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즐거움을 주지는 않지만 그 단계를 뛰어넘으면 아름다운 음표의 세계가 보이는" 브루크너 교향곡 연주 실황의 감동을 고스란히 맛볼 수 있다.

2014년 예술의전당 기획공연으로 시작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안톤 브루크너(1824∼1896)의 교향곡 전곡 연주 프로젝트는 그간 국내 무대에서 실연으로 접하기 어려웠던 브루크너의 교향곡들을 2016년까지 3년 동안 선보이며 관객들의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지난 3년 간의 감동과 환희의 순간을 고스란히 담은 실황 앨범 '브루크너: 9개의 교향곡'은 국내 오케스트라 최초로 발매하는 브루크너 교향곡 실황 전집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원곡에 충실하면서도 기존의 연주법을 뛰어넘는 독창적인 시도로 관객의 찬사를 받았다. 앞서 2004~2008년 제주도립교향악단(지휘 이동호)이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을 녹음, 음반 제작을 한 적은 있으나 상업적인 발매로 대중에게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2014년 11월 21일 첫 무대에서 브루크너 최고의 걸작 교향곡 7번을 연주했다. 당시 대담한 화성과 장대한 표현 양식이 특징인 브루크너의 음악세계를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브루크너는 자신의 작품을 여러 차례 수정했다. 같은 교향곡이라도 여러 버전이 존재하는데, 작곡가이기도 한 임헌정은 브루크너 교향곡의 판본에 얽매이지 않고 브루크너를 연주할 때도 과감한 실험을 했다. 학구적이면서도 융통성을 잃지 않는 임헌정 지휘자의 특징을 연주를 통해 느낄 수 있다.

이후 대부분이 단조인 곡에 비해 맑고 밝은 장조의 교향곡 6번(2015년 2월 26일)을 연주했고, 초연 당시 청중들에게 외면을 당했던 교향곡 3번(2015년 5월 12일)도 선보였다. 브루크너 교향곡 3번은 초연에서 청중들과 음악평론가들에게 혹평을 받았던 작품이나 당시 공연장에 있던 위대한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당시 17세였던 말러는 이후 교향곡 3번을 피아노 연탄곡으로 편곡했다.

한 인터뷰에서 임헌정 지휘자는 "브루크너 음악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즐거움을 주지는 않는다"며 "너무 재미가 없어 연주자도 곤혹스러울 때가 있지만 그 단계를 뛰어넘으면 아름다운 음표의 세계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후 교향곡 1번(2015년 10월 29일), 교향곡 8번(2015년 12월 15일)을 연주했다. 특별히 ‘묵시적’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은 종교적인 숭고함이 가득한 대곡이자 브루크너의 최대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후고 볼프는 “음악 역사상 가장 영적이고 장엄한 작품이요, 3악장 아다지오는 천년이 지나야 그 진가가 드러날 것”이라고 표현했다.

‘로맨틱’이라는 부제가 달린 교향곡 4번(2016년 2월 25일)은 교향곡 7번과 함께 가장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브루크너가 표현하고자 했던 ‘로맨틱’은 현대의 낭만성을 나타내기 보다는 중세의 의미에 가까운 뜻으로 소설적이고 동화적이며 환상적인 의미로 해석된다. 이후 교향곡 2번(2016년 4월 26일), 교향곡 5번(2016년 9월 9일) 그리고 미완성으로 남은 교향곡 9번(2016년 12월 1일)을 마지막으로 3년에 걸친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연주 프로젝트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임헌정 지휘자는 10여 년 전 국내 처음으로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며 '말러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3년에 걸친 브루크너 9개 교향곡 전곡 연주와 이번 실황 앨범 발매를 통해 다시 한 번 국내 클래식계의 큰 방점을 찍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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