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경호가 '미씽나인'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사진|곽혜미 기자

[스포티비스타=양소영 기자] 솔직했다. 그 어떤 질문에도 망설이지 않았다. 배우 정경호(34)는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털어놓았다. 비록 남들은 ‘미씽나인’을 두고 아쉽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인생작’이라며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정경호는 지난 9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미씽나인’(극본 손황원, 연출 최병길, 제작 SM C&C)에서 서준오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미씽나인’은 비행기 추락으로 조난된 9명의 극한 무인도 생존기를 다룬 작품.

정경호는 ‘미씽나인’ 종영 후 진행된 스포티비스타와 인터뷰에서 “시청률은 아쉽다”면서도 “저만 고생한건 아니다. 배우들과 스태프 모두 고생했다. 각자 끝까지 할 일들이 있었고 시청률을 떠나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미씽나인’은 4%대의 낮은 시청률과 함께 후반부 고구마 전개로 혹평을 받았다.

이와 관련 정경호는 “누구의 탓도 아니다. 10부 정도 대본이 나온 상태에서 찍었는데, 스피드하게 편집을 하면서 10부 내용이 8부로 끝났다. 작가님도 2부 정도를 급하게 더 써야했다. 작가님도 감독님도 모두 고생했다”며 “처음에는 ‘미씽나인’ 9명의 휴머니즘에 대해 그려질 예정이었다. 조금 틀어진 부분이 있다. 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엔딩신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정경호는 “페인트칠 하는 장면은 에필로그 개념으로 찍은 것”이라며 “저희가 환하게 웃으면서 찍은 장면이 없어서 그런 장면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의 의견이었다. 태호(최태준 분)가 석방된 게 아니라 외출 개념으로 나왔다는 설정으로 찍은 것이다. 저희가 설명이 부족했다. 태호의 죄를 미화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모든 게 급하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인터뷰 방식으로 촬영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각자 웃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준비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우들이 입고 등장한 아이보리 의상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았죠. 처음에는 과거와 현재를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아이비 계열은 과거를, 살아 돌아온 인물들은 원색 계열로 가려고 했고요.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누군가 한 번 의상을 잘못 입어서 나중에는 흐지부지 됐죠. 큰 의미를 뒀다기보다 현재와 과거 인물의 차이점을 두고 싶었던 것 같아요.”

▲ 정경호가 동료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사진|곽혜미 기자

정경호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는 “예전에는 시청자 반응을 거의 안 봤다. 그런데 (최)태준이나 (이)선빈이 촬영장에서 휴대전화로 무언가를 보는 거다. 요즘에는 방송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더라. 뒤늦게 보게 됐는데 시청자들의 눈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머리보다 2단계 위에 있더라. 제가 기억도 못하는 대사를 곱씹어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신기했다”고 고백했다.

정경호는 ‘미씽나인’의 현장 분위기는 무척 좋았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정경호는 “제주도에서 3개월을 보냈다. 시간이 있어도 서울을 안 갔다. 다들 즐기면서 촬영했다”며 “‘미씽나인’ 촬영이 끝나자마자 헤어지기 아쉬워서 바로 다음 날 30명 정도 강원도 양양으로 여행을 떠났다. 1박 2일로 다녀왔는데, 3개월 정도 촬영하다 보니 정이 많이 든 것 같다”고 전했다.

정경호는 극중 정기준 역의 오정세와 완벽한 케미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메이킹 영상을 통해 공개된 두 사람의 애드리브 역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경호는 “사실 애드리브가 생각보다는 많이 없었다”며 “(오)정세 형이랑 촬영하기 전부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밝은 신들을 어떻게 살리면 좋을까 이야기를 했다. 지뢰신도 테이크가 많이 가지 않았다. 작가님과 감독님이 많이 열어준 부분도 있다.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백)진희한테는 고맙고 미안하죠. 얼굴에 진흙을 가득 묻힌 은폐, 엄폐신은 제가 제안했어요. 진희가 잘 받아줬죠. 둘이서 멜로가 더 붙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어요. 극 안에서 망가지는 것은 두렵지 않아요. ‘미씽나인’ 찍으면서도 힘들지 않았어요. 추위 때문에 힘들긴 했지만, 겨울 바다도 한 번 빠지기가 어렵지 한 번 빠지고 나면 모든 걸 내려놓게 돼요. 비닐봉지는 안 입으려고 했는데 감독님이 시켜서 했어요.(웃음)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 정경호는 '미씽나인'을 자신의 인생작이라고 표현했다. 사진|곽혜미 기자

정경호는 함께 고생한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악역을 맡아 고군분투한 최태준에 대해서도 “중앙대학교 선후배 사이다. 같이 학교를 다닌 것은 아니지만, 몇 번 학교에서 보긴 했다”며 “살인자 최태호 캐릭터를 표현하는 게 어려웠을 거다. 그래도 잘 버티고 잘 해줬다. 그래서 고맙고 좋은 동생이 생긴 것 같아 좋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극을 이끌어야 했던 정경호는 “9명이나 나오지 않나. 부담감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다. 그래서 더 편했고, 그분들에게 기댔다. 서로 호흡도 좋았다”고 털어놨다. 특히 정경호는 “모든 배우들이 감독님과 작가님의 의견을 존중했다. 누구 한 명 틀어지지 않고 열심히 찍었다. 신선한 소재의 독특한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정경호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있어서 누구랑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서도 한정훈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컸다는 것. 정경호는 “한정훈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서로 알던 사이”라며 “‘나쁜녀석들’ 집필하기 전부터 친했다. 감독님도 많이 열려 있는 분이었고, 김상호 선배님도 그렇고 정말 함께할 수 있어 좋았다. 어떤 특별한 역할을 떠나 동료 배우들과 같이 연기하는 게 재미있다”고 고백했다.

지난 2003년 데뷔한 정경호는 어느새 15년차 배우가 됐다.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다양한 역할들을 소화한 정경호지만, 작품이 끝날 때마다 ‘재발견’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 섭섭한 마음은 없을까. 정경호는 오히려 “감사하다”며 “계속 재발견 되고 싶다”고 털어놨다. 다시 ‘미씽나인’을 해도 서준오 역할을 하겠다는 정경호는 “‘미씽나인’은 인생 작품이다. 이런 기회가 또 올까 싶다. 안타까움도 있고 아쉬움도 있지만 이렇게 큰 판에, 거대한 작품에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 많은 사람들을 얻은 소중한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미씽나인’ 끝나고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잘되고 못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남아있기 때문이에요. 그런 부분을 돌아보고 싶고요. 아직은 연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죠. 제가 갖고 있는 걸 정확하게 먼저 알고 저의 장점을 표현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꾸미지 않고 옆집 오빠 같은 편안한 연기를 하고 싶어요. 제가 뭘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편안하게 연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자기 만의 색깔로 편안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정경호. 서준오라는 옷을 입고 또 한 번 능청스러운 연기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그를 또 어떤 모습으로 만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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