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눈길'에서 긍정적인 소녀 종분 역을 맡은 배우 김향기. 사진|곽혜미 기자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실존 인물을 연기할 때 배우들은 더욱 많은 고민에 빠진다. 실제 사건이 왜곡 될 수도 있고, 실존 인물에 대한 잘못된 해석으로 대중에게 다른 이미지를 심어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 눈길’은 역사적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아프고도 슬픈 역사였다. 그 역사 안에 살았던 소녀들의 심정을 감히 이해한다고 할 수 없어 함부로 위로를 건네기도 힘들다. 조심스러운 지점이고 어려운 부분이다. 배우 김향기(17)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사람들이 물었다. “눈길출연을 선택했냐. 그때마다 답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작품이었다. 이 소녀들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어렵고 예민한 작품이었지만 외면할 수는 없었다. 배우로서 진심을 담아 성실히 연기해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렇게 눈길을 함께 걸었다. 김향기를 만났다.

Q. 드라마와 영화 버전이 있는데, 영화는 어떻게 다르던가.

영화에는 드라마에 없던 장면이 추가 됐다고 하더라. 이렇게 눈물이 많이 날 줄 몰랐다. 큰 스크린에서 장면이 끊기지 않고 보니 확실히 잘 전달 된 것 같다. 크게 와 닿았다.

Q. 시나리오를 보고 조심스럽거나 걱정이 되진 않았나.

위안부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만 들었을 때는 걱정이 많았다. 조심스러운 부분이기도 하고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고 그런 걱정이 사라졌다.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이 소녀들 이야기를 중심으로,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왔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작품이었다. 담담해서 더 아련하게 들어왔다.

Q. 도전하기 쉬운 캐릭터는 아니다.

소녀들의 마음을 내가 잘 표현하고 싶었다. 물론 어렵고 예민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만큼 중요하고, 많은 분들이 알아 주셨으면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배우로서 작품을 통해 진실에 다가가면 피해자 할머니들께도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고, 다짐을 했다.

▲ 어렵고 조심스러웠지만, 소녀들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는 배우 김향기. 사진|곽혜미 기자

Q. 그래도 힘들긴 했을 것 같다.

허구의 인물이 아닌, 실제 우리 민족에게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고, 실존 인물을 표현해야 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하나를 꼽긴 어렵지만, 그래도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장면이 있다면, 종분이 돌아간 집에 가족이 없는 장면인 것 같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종분이 조차도 엄마와 동생이 없는 것을 보고 좌절한다. 그 장면을 촬영할 때 슬펐다. 엄마와 동생을 부를 때 많이 토해냈던 것 같다.

Q. 종분을 연기할 때 집중했던 부분이 무엇인가.

종분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살아서 돌아갈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그렇게 믿고 있다. 영애를 이끌어 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종분도 많이 지치고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마음을 갖는 인물이라 생각했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종분을 잊지 않으려고 했다.

Q. 이나정 감독이 현장에서 특별히 강조했던 부분이 있나.

우리에게 요구한 것은 없다. 어떻게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담담하게, 소녀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씀하셨다. 우리에게 믿음을 갖고 이야기해 주신 것 같아서 감사했고,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표현했다.

Q. 힘든 작품이었지만, 김새론과 동갑내기 친구라서 더 힘이 됐을 것 같다.

영화 속에서도 친구고, 실제로도 친구다. 이미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대화가 잘 통하고, 정신적으로 공유하는 부분이 많았다. 호흡을 맞출 때도 부담없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편안하게 연기했다. 그래서 더 도움이 많이 됐다.

Q. ‘눈길도 그렇고 전작인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도 많은 감정이 필요한 작품인데, 선택 기준이 무엇인가.

시나리오다. 대본을 읽었을 때 그 역할이 보내는 메시지나 표현할 수 있는 메시지, 영화가 담고 있는 의미가 가슴에 와 닿으면 욕심이 생긴다. 처음 읽고, 또 두 세번 읽은 후 이 작품은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구나’ ‘이 아이는 이런 상황에서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구나등이 느껴지면 욕심이 난다.

Q. 시나리오는 직접 읽는 편인가.

예전에는 엄마가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느낀 부분을 이야기해 주셨다. 그 다음에 내가 시나리오를 읽었다. 요즘에는 내가 먼저 읽고 엄마에게 느낀 부분을 이야기한다. 소속사도 내 의견을 많이 들어준다. 내 의견을 많이 낼 수 있게 도움을 주신다. 성인이 되면 스스로 결정을 해야 한다. 미리 준비하는 과정인 것 같다.

Q. ‘눈길은 어땠나.

소재를 이야기해 주면서 시나리오를 읽어보라고 주시더라. 시나리오를 읽고 내 고민과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를 이야기했다. 성실하게 연기해서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말씀드렸다. 엄마도 잘 생각했다고 응원해 주셨다.

▲ 김향기는 '눈길'을 보고 자신의 연기보다 소녀들의 감정에 몰입이 됐다고 했다. 사진|곽혜미 기자

Q. 완성된 작품을 보고 많이 울었다고 했는데.

사실 시간이 지나고 작품을 보면, 내 연기의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 그런데 눈길은 내 연기가 보이지 않고, 내용에 나도 모르게 몰입을 했다. 관객의 한 명으로, 흘러가는 장면, 장면마다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메고 그랬다.

Q.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했으면 하는 장면이 있나.

장면보다는 영화를 보고 역사적인 진실을 가슴에 담고,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애가 종분에게 사진을 주면서 네가 기억해야 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 의미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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