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싱글라이더'로 뛰어난 감성 연기를 펼친 배우 이병헌. 제공|워너브러더스 픽쳐스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영화 싱글라이더는 배우들의 극찬이 이어졌던 작품이다. 영화가 대중에게 공개 되기 전부터, 시나리오에 대한 극찬이 쏟아졌고, 배우 이병헌이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이후 보여주는 감성연기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이 기대감은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타고 더욱 커져갔다. 이병헌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예로 들며 싱글라이더가 주는 여운이 "버금갔다"라고 표현했다.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보여준 이병헌의 연기, 그 작품이 주는 여운을 기억하는 이들은 싱글라이더개봉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싱글라이더는 감성적인 영화였다. '증권회사 지점장으로 잘 나가던 가장이, 부실채권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은 후, 호주로 보낸 가족을 찾아가는 이야기'라는 설명부터가 감성적이었다. 그 곳에서 주인공은 자신만 몰랐던 가족들의 삶을 보게 되고,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그 여정에는 대사는 필요하지 않았다. 감정만이 필요했다.

감정 연기가 가장 중요한 영화다. 대사가 있다면 의도한 바를 대사로 전달하면 되는데, 대사도 거의 없고, 비슷한 감정인 것 같은데, 미묘하게 다 다르다. 한 표정에서 여러 가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면, 관객들에게도 풍요로운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유독 모니터링을 많이 했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감정은 이건데, 그림상으로는 다른 감정이 전해지면 안되니까 말이다.”

이병헌이 연기한 재훈은 영화 안에서 엄청난 박탈감을 느낀다. 한 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가족과 지인을 모두 잃게 생긴 상황 앞에 놓여 있다. 모든 것을 버리고 그 순간을 회피하고,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이병헌이라는 사람도 이런 감정을, 이런 경험을 했을까라는 궁금증이 들기도 했다.

사실 액션 영화 속 상황이 더 멀다. 사람을 죽이고 복수를 하는 것이 일상적인 이야기는 아니지 않나. 재훈은 인생의 절벽에 서 있긴 하지만 그런 감정을 느낄 수는 있다. 자살을 결심하고, 다리 위에 서 보진 않아도, 죽고 싶다는 감정은 하루에도 몇 번씩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싱글라이더속 상황이 더 현실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인 만큼 몰입의 깊이도 남달랐다. 그렇다고 힘든 것은 아니었다. 시나리오로 읽었을 때 예상했던 깊이보다 조금 더 들어간 정도라고 했다. 실제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이병헌은 영화 속에서 아들과 마주하는 장면에서 더욱 큰 몰입을 느꼈다고.

몰입이 생각보다 더 깊이 된 적은 있지만 힘들진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한 걸음 뒤에서 봐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주변을 계속 맴돌다가, 아들의 병원에서 처음으로 말을 거는 장면에서는 많이 울컥했다. 또 아들 방에서 침대에 같이 누워서 이야기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 이병헌은 큰 상황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모습이 영화 '싱글라이더' 속 재훈과 닮았다고 했다. 제공|워너브러더스 픽쳐스

앞서도 말했듯이 재훈은 거대한 상황 앞에 놓여 있다. 채권자들에게 수모를 당하고 집으로 돌아와 충동적으로 호주행 비행기 티켓을 끊는다. 2년 전 아내와 아들을 호주에 보낸 후 생각할 시간도 없이 일을 하면서 보냈다. 모든 것을 놓고 떠나는 것이다.

큰 상황 앞에서 무기력한 재훈의 모습이 나와 닮아 있다. 물론 재훈은 그 우울감이 깊어져 걸어다니는 좀비처럼 보이긴 한다. 큰 상황과 마주했을 때 능동적이기 보다는 수동적이다. 큰 상황 앞에서 무기력하게 놔 버리는 느낌은 나와 비슷한 지점이다.”

이병헌은 싱글라이더에서 90%에 가까운 분량을 차지한다. 재훈의 시점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상황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공기 좋은 곳에서 유독 걷는 신이 많았던 싱글라이더시나리오를 보고 조금의 휴식을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니었다. 2개월 동안 하루도 쉬는 날이 없이 촬영했고, 결국 모든 촬영을 끝낸 후 체력이 고갈됐다.

이는 이병헌의 분량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적으로, 공효진이나 안소희의 분량은 상대적으로 적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재훈의 감정에 따라, 재훈의 시선에 따라 영화가 흘러가니 자연스럽게 재훈의 감정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것. 그렇다면 이병헌이 재훈이 아닌, 공효진이 맡은 역할로 제안을 받았다면 출연을 했을까.

출연했을 것이다. 영화 내 마음의 풍금은 전도연 씨의 영화라고 이야기한다. 그때 그 작품에 출연했던 것은 아름다운 이야기에 나도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큰 비중이 아님에도 선택한 것은 비슷하다. 배우들마다 조금씩 다를 순 있지만, 정말 좋은 작품이라면, 그 영화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싱글라이더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비중이 크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하하.”

싱글라이더의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이주영 감독은 미래와 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더 좋은 미래를 위해 현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현대인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이병헌도 시나리오를 읽고 멍하게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아니고,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다. 내가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아무말도 못하고 멍하게 있었던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보는 사람들에게 있었을 것 같다. 대부분 현대인들이 소소한 행복을 뒤로 잠시 미뤄두고, 보이지 않는 목표를 향해 열심히 앞으로만 전진하는 그런 삶을 살고 있다. 멈칫하게 될 것 같다.”

재훈을 통해 현재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이야기임은 분명하지만, 이병헌 역시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과부하가 걸릴 법도 했고,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스스로 하기도 했다. ‘싱글라이더를 찍으며 조금 영향을 받기도 했다.

▲ 2018년 상반기까지 작품이 예정돼 있는 이병헌. 제공|워너브러더스 픽쳐스

“미국에서 서부 영화를 찍고, 돌아와 마스터를 찍었다. 또 호주에 가서 싱글라이더를 찍었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과 반대되는 삶을 살고 있는 아이러니 함은 뭘까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영화를 찍고 있고 다음 영화도 있지만, 이 영화에서 주는 메시지가 나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다. 언제든 내가 서서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자세는 돼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자주일지, 얼마나 오랫동안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마음가짐은 있다.”

모든 인터뷰가 마무리 된 후 이병헌은 끊임없이 일을 하는 원동력은 없다고 했다. 스스로도 지치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어느 순간 나 쉴래라고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내년 상반기 까지는 일을 할 것 같다. 그 다음에는 시간을 갖고 다음 작품에 대한 계획을 세우거나, 좀 쉬거나 할 것 같다. 그때 차후의 계획을 생각하고 만들어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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