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싱글라이더'에서 재훈(이병헌)의 아내 수진 역을 맡은 배우 공효진. 제공|워너브러더스 픽쳐스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영화 싱글라이더는 재훈(이병헌)의 시선을 따라간다.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고,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 아내는 아들과 함께 호주로 보낸다. 아들의 영어 교육을 위해서다.

재훈의 결정에 피해를 보는 사람은 아내 수진(공효진)이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원치 않은 곳,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언어로 소통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도, 남편은 그곳에 없다.  하지만 영화는 철저하게 재훈의 시선이다. 아내가 느꼈을 외로움과 고통, 서운함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재훈은 최악의 상황에서, 그제서야 떠올린 가족을 찾아 호주로 오고, 그곳에서 자신의 아내이지만 낯선 수진을 마주한다.

영화 속 수진은 감정의 폭이 크지 않다. 한국에서와 다른 삶에 적응했고, 아들과 함께 그래도 즐겁게 보낸다. 그곳에서 새로운 이웃이 생겼고, 이제 제법 언어도 익숙해졌다. 수진을 연기한 공효진은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심심하기도 했고, 성에 차지 않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 함께했다. 수진이라는 나무 한 그루가 아닌, ‘싱글라이더라는 큰 숲을 보고 내린 결정이었다. 영화에서 꼭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래도 충분한 작품이었다. 공효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Q. ‘싱글라이더시나리오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무엇인가.

감독님은 굉장히 감각적인 분이다. 광고를 오래 했던 사람이라, 임팩트 있는, 짧고 간결한, 본인 색이 담겨 있는 문장을 구사한다. 시나리오를 보고 이주영 감독의 필체에 매력을 느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치치라는 강아지 캐릭터도 귀여웠다. 정장을 입은 남자와 포메라니안의 조합이 감각적이지 않은가.

▲ 공효진은 수진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물로 만들고 싶었다. 제공|워너브러더스 픽쳐스

Q. 그런 감각에 끌려서 선택했나.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설명적이지 않아서다. 느낌만 있을 뿐이다. 플래시백도 짧게, 그 상황의 공기만 느껴지게 만들었다. 재훈과 수진의 관계가 과거에 어땠는지, 지금은 어떤지, 아주 간결하게 툭툭 보여주는 것이 쿨했다. 상상하기 나름이었다.

Q. 수진의 전사가 많지 않다.

영화에는 수진의 과거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러면서 캐릭터가 살아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다. 내 생각에 수진은 강남에서 태어나 그 구역에서 계속 학교를 다녔을 것이다. 백화점 식료품 코너에서 장을 보고, 어렸을 때, 여러가지를 많이 해봤는데, 바이올린이 가장 잘 맞아 예고에 입학해 졸업하고, 대학을 갔을 것이다. 재훈과는 선을 봐서 결혼했을 것 같다. 불같이 뜨거운 사랑을 한 것 같지는 않다.

Q. 수진을 그렇게 구체화 시킨 이유가 무엇인가.

플래시백에 나오는 수진의 모습이 그렇다. 단정하게 머리를 묶고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이다. 남편은 자다 일어나서 부스스하지만, 수진은 메이크업까지 다 마치고 단정하다.

Q. 그래서 재훈이 자유로운 수진의 모습에 더 놀랐을 것 같다.

남편에게 이야기를 다 했을 것이다. 수진은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사소한 것도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재훈은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겠지. 기억도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호주에 와서 보니 너무 자유롭게, 옆집 남자와 깔깔거리고 웃고 놀고 있으니, 충격이었을 것이다.

Q. 이번에는 많이 평범한 역할인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맡았던 역할들 중 가장 흔한 사람이다. 항상 특별한 인물이었다. 캐릭터 앞에 전대미문이라는 타이틀이 많이 붙었다. 그런 특별한 사람 말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만들고 싶었다.

Q. 그만큼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이 영화는 내 캐릭터, 재훈 캐릭터 등 하나만 보고 출연한 것이 아니다. 나무 한 그루 말고 숲을 보는데 주력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만큼이었다. 영화를 찍으면서 내가 하는 것이 없는 것 같기도 했고, 성에 안차기도 했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전화를 받지 않는 재훈에게 전화를 걸 때도 걱정의 강도를 높였는데, 잘 표현되진 않더라. 하하.

▲ 이병헌과 스릴러나 형사물에서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낸 배우 공효진. 제공|워너브러더스 픽쳐스

Q. 그래서 더 고민이 생기진 않았나.

마음먹기 나름이다. 내가 할 역할을 과하지 않게 표현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면 마음이 편하다. 내 연기를 어필하려는 욕심도 생기지 않고, 보여주지 못한 것 같은 안달도 나지 않는다. 미화하거나 포장할 필요가 없다. 내 자아를 찾고 깨닫는 과정을 극적으로 표현해야만 주인공은 아니다.

Q. 이병헌과 한 작품에 출연했는데, 붙는 장면이 거의 없었다. 워밍업 정도로 생각하면 될까.

맞다, 하하. 함께 연기하면서 한 수 배우고 싶다. 스릴러에서 만나보고 싶다. 서로 알기 전부터 좋아하는 여배우로 나를 꼽는 것을 보고 영광스럽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작품에서 만난다면, 형사물, 스릴러를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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