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더 킹'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 제공|NEW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한재림 감독은 영화 더 킹’이 조금 더 가볍고 경쾌한 작품으로 보여지길 바랐다. 정치 검사와 권력 등을 이야기 함에 있어서 영화 내부자들과 비슷한 영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와는 접근 방식부터 결까지 모든 것이 달랐다.

한재림 감독이 생각하는 더 킹의 시작은 명확했다. 자신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던 노무전 전 대통령의 서거. 새로운 세상, 권위와 권력이 사라지고 탈권위적인 세상이 올 것이라는 생각은 오류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답답했고, 마음이 아팠다. 권력자들만이 살기 좋은 이 세상을, 그들의 민낯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나온 작품이 바로 더 킹이다.

영화 속에는 비현실적으로 잘생긴 검사들과 그들이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하면서 망가지는 장면이 등장한다. 잘생긴 검사는 동경이었고, 그들이 망가지면서 터져 나오는 웃음은 쾌감이었다. 이 모든 것은 한재림 감독의 의도하에 움직였다. 로망과 같던, 동경했던 이들의 망가짐은 상상 이상의 통쾌함을 줬고, 한재림 감독의 의도는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지난달 18일 개봉 후 5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응답했으니 말이다. 한재림 감독을 만났다. 

Q. ‘더 킹의 시작은 무엇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다. 내가 40대 초반인데, 첫 선거가 김대중 대통령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되고 월드컵을 하고, 시민들이 마음껏 놀 수 있게 됐구나 싶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되면서 새로운 세상, 권위와 권력이 사라지는 세상이 오겠구나 했는데, 전체적으로 실패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 기득권 세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봤다. 권력자들의 이야기, 그들의 민낯을 어떻게 잘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 한재림 감독은 권력자의 입장에서 권력의 내면을 보고 싶었다고 했다. 제공|NEW

Q. 권력자들의 이야기를 권력자들이 하고 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여주면 답답하고 힘들 것 같았다. 내가 그 권력 가까이 가보자 싶더라. 나도 욕망이 있고, 관객들도 욕망이 있을 것이다. 권력 가까이 가서 봤을 때 권력의 민낯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권력을 보고 웃고 즐기고, 또 조소하면서 권력의 메카니즘을 이해하는 것이다. 개인의 비극과 사회의 비극을 한번쯤 돌아볼 수 있게, 어떤 선택을 끼치는지를 보는 그런 영화다.

Q. 이야기는 정말 현실적인데 캐스팅이 비현실적이다.

이 영화가 권력과 욕망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권력의 아름다움과 그들이 무너질 때의 쾌감을 주고 싶었다. 조인성, 정우성 같이 생긴 사람이 검찰로 출근할 때 정말 멋있다. 대기업 간부 같기도 하다. 그런 것에 대한 동경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게 권력이고 힘이다.

Q. 태수 역을 맡은 조인성은 10대부터 30대까지 연기한다. 처음부터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가.

애초에 1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까지의 이야기라서 한 배우가 다 해야 했다. 그래서 30대 중반 배우를 찾았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인물, 신선한 인물로 조인성 씨가 생각났다. 영화에서 아주 잘 표현했고, 조인성 씨와도 잘 어울렸다. 태수에 대해 굉장히 잘 이해했다.

Q. 다들 좋은 배우들이고 그만한 역량이 있는 배우들이다. 영화 완성 후 신의 한 수 였다고 생각한 배우는.

솔직히 한 명을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조인성은 관객들과 가장 많이 만나는 인물인데, 그 역할을 잘 해줬고, 정우성은 품위 있고 멋있으면서도 권력의 이면을 거침없이 잘 보여줬다. 배성우, 류준열 등은 분위기를 띄우고, 권력의 어두운 이면을 상징하는 등 모두 잘해 줬다. 한 명을 꼽기가 정말 어렵다.

Q. 펜트하우스에서 춤을 추거나 굿을 하는 장면이 인상 깊더라.

키도 크고 잘생긴 이들을 비웃고 싶었다. 권력자들인 이들은 대단한 것처럼 행동하지만, 판단이 되지 않아 점 집에 가서 점을 보고, 라인을 타려 하고, 굿을 한다. 좋으면 신난다고 춤을 추는 등의 모습을 통해 권력자도 똑같은 인간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영화 '더 킹'의 진짜 의미는 국민이라고 설명한 한재림 감독. 제공|NEW
Q. ‘더 킹이라는 제목이 주는 의미가 다양하다. 의도적인가.

맞다. 킹이 되려는 태수의 의지일 수도, 그의 상황일 수도 있고, 강식을 상징할 수도 있다. 또 대통령의 변화를 통해 보여주니 대통령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의미는 국민이다. 이들을 마음껏 비웃고, 우리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시민들의 힘으로 정의가 구현되고 있는 세상인 것 같다.

Q. 관객들이 무엇을 느꼈으면 하는가.

희망을 느꼈으면 한다. 이런 권력자들이 있다. 우리 나라를, 일반적인 검사들이 아닌 정치 검사들이 좀먹고 있다. 우리나라에 분명 존재하지만, 정말 우스운 사람들이다. 우리가 무서워 할 필요가 없고, 우리의 힘으로, 우리가 잘 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희망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런 희망을 갖고, 속지 말고 세상을 잘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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