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더 킹'에서 권력의 실세 한강식 역을 맡은 배우 정우성. 제공|NEW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배우 정우성은 어느덧 선배 연기자가 됐다. 데뷔한지 20년을 훌쩍 넘겼고, 현장에는 선배보다 후배들이 많아졌다. 어린시절부터 연기자로 살아왔고, 대중에게는 인간 정우성보다 배우 정우성으로서의 얼굴이 익숙하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배우로 살아왔기에 더욱 그렇다.

어른의 느낌이다. 그의 출연으로 영화에 중심이 잡히고 조금 더 무게가 실리기도 한다. 그저 키가 크고, 그 누구도, 스스로도 부정하지 않을 만큼 잘생긴 외모 때문이 아니다. 그가 가진 아우라는 분위기를 압도한다. 만나서 대화를 나눌 때도 절대 가볍지 않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어른으로서의 고민이 컸고, 자신의 무게감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도 느껴진다.

정우성이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에 출연한 것은 이런 고민의 연장선 이었는지도 모른다. 권력의 실세,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한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당연히 존재할 것이다. 더군다나 더 킹의 한강식처럼 바람직하지 못한 인물일 경우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정우성은 생각이 달랐다. “용기 있는 선택이라는 말에 내가 겁이 없다고 가볍게 넘길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정우성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더 킹의 인터뷰였지만, 20년이 넘는 시간 배우로 살아왔던 정우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물론 더 킹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배우와 인간 정우성을 구분하기는 어려웠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같은 한 사람은 인간과 배우로 구별하는 것은 무의미 했다. 인간 정우성과 배우 정우성은 같은 생각을 했고, 인생관이 곧 배우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기성세대로서 고민이 많다고 말한 배우 정우성. 제공|NEW

Q.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나.

용기 있는 작품이었다. 내 선택이 용기가 있는 것이라고? 내가 원래 겁이 없다. 영화라는게 한편으로는 시대 정서를 담는 것도 중요하다. 그 시대가 갖고 있는 불합리함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있다. 모든 영화가 그럴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조직에 대한 합리적인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담고 있는 시나리오라서 좋았다.

Q. 배우는 항상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데, 한강식도 그 일환인가.

이미지에 대한 새로움, 확장, 도전 등 보다는 내가 어느 순간 선배가 돼 있더라. 현장에 가면 가장 선배 대접을 받는다. 내 나이가 40대 중반이니 기성세대에 접어 들었다. 직업도, 한 사람으로서도 세상과 어떤 소통을 할지에 고민이 많았다. 다음 세대에 어떤 모습이 바람직할지,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런 취지의 선택이었다.

Q. 이번 작품에서는 정말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부분도 선택의 이유가 되는가.

연기의 스펙트럼을 보고 결정하는 건 아니다. 표현의 스팩트럼은 캐릭터가 규정 짓는다. 캐릭터가 표현하는 밀도에 신경을 쓴다. 한강식은 표현 방식이 다양하고, 많은 장소에 등장하니까, 어쩌다 보니 넓은 표현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더 킹이 태수의 일대기이지만, 강식이 베이스를 깔아준다. 집중해서 연기한 부분이 있나.

태수가 멀리서 보는 강식은 그럴싸하게 포장된 사람이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다르다. 그의 선택이나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주면 충분했다. 그럴싸한 외피 안에 음흉하고 추악함이 있다. 그런 강식을 만들어서 구축해 두면, 태수가 바라본다. 태수가 바라보는 시선으로 강식이 완성되는 것이다.

▲ 정우성은 '더 킹'에서 한강식을 가장 잘 표현한 신으로 펜트하우스 파티신을 꼽았다. 제공|NEW

Q. 강식을 가장 잘 표현한 장면이 있나.

펜트하우스 파티에서 일장 연설을 하는 장면이다. 모순된 부분이다. 역사가 엉망이니, 검사로서의 정의 구현을 이야기 하는게 아니라, 그들의 부역자가 되면 잘살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공심을 접은 사심이 담겨 있다. 시나리오로 봤을 때 그 신을 보고 내가 그놈(한강식)(연기함으로써) 무너트리겠다는 생각을 했다.

Q. 강식이 과거에 어떤 인물이었을지 생각해 봤나.

태수의 전사가 강식의 전사일 수도 있다. 좀 더 현실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았을 것이고, 더 노력했을 것이다. 조직 안에 들어와보니, 그들을 장악하는 상위층은 불합리한 타협을 조장한다. 누구나 바른 초심으로 들어갔지만, 상위 권력이 어떤 가치관으로 그들을 유도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타협이라는 단어로 복종하게 되는 것이다.

Q. 조인성과 호흡을 맞췄는데 어땠나.

사실은 미안했다. 조인성은 나에 대한 동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던 신인이었다.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나왔고, 인성이와도 멀어졌다. 개인적인 일로 인해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후배를 돌보지 못한 미안함이 있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내가 현장에 임하는 자세를 보고, 인성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 정우성은 2017년 무엇가를 배우고 싶은 갈망을 드러냈다. 제공|NEW
Q. 2017년은 어떤 해로 만들고 싶나.

배우로서 연기를 할 것이다. 내가 맡은 캐릭터 하나 하나가 넘어야 할 산이다. 충실하게 잘 해야 할 것 같다. 또, 뭔가를 배우고 싶다. 뭔지는 잘 모르겠다. 악기나 춤 같은 것을 배우고 싶다. 내 정서를 위한 것일지, 신체를 위한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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