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 속 배성우는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사람마다 상대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만, 배성우가 연기한 양동철은 더욱 다양하다.

배성우는 극중 권력 앞에 순종적인 전략부의 행동대장 양동철 역을 맡았다. 대한민국 권력 설계자 한강식(정우성)을 보좌하는 전략부 배후의 핵심인물이자 박태수(조인성)의 대학 선배로 태수와 강식을 연결해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강식에게는 절대적으로 복종하고 권력에는 순종적이지만, 자신보다 아래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무자비하다. 태수를 대하는 모습도 상황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그렇다고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지는 않았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성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별히 초점을 맞춘 건 없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상대에 따라 톤이 달라진다. 꼭 양동철이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친구들을 만날 때도 상대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가. 양동철은 그런 부분이 조금 더 도드라지는 인물일 뿐이다.”

하지만 양동철의 양면성은 확실히 가져갔다. 한재림 감독의 의도이기도 했다. 초반 태수를 대하는 동철은 동네 형 같은 느낌이라면, 후반 동철은 태수를 폭력적으로 대한다. 그런 모습은 동철이 권력을 대하는 태도를 단번에 이해하게 만들기도 하고, 동철의 캐릭터를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태수가 처음엔 동철에게 선배님이라고 부른다. 나중에는 형이라고 부르면서 반말을 하기도 한다. 집안까지 다 아는, 서로 편한 사이로 그려진다. 그랬을 때 나중에 관계가 틀어진 후 낙차가 더욱 클 것이라는 감독님의 계산이 있었던 것 같다. 낙차를 키우면 동철의 양면성이 더욱 심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그런 계산을 하면서 연기했다.”

‘더 킹’은 태수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한 작품이다. 그런 이유로 동철이 살아온 모습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캐릭터의 과거는 현재를 만드는 중요한 포인트다. 결국 배우가 만들어가야 하는 몫이었다.

“동철의 전사가 많이 드러나진 않는다. 다만, 강식과 동철은 태생 자체가 기득권층의 뉘앙스가 많다고 느꼈다. 태수가 자수성가 스타일이라면, 강식과 동철은 엘리트 코스를 밟고 올라와서 라인을 탄 느낌이다. 태수와 함께 일을 하면서도 이질감이 있다. 들개파 보스 응수(김의성)와 이인자 두일(류준열)은 그들에게 그저 도구일 뿐인 것이다.”

‘더 킹’은 영화가 끝난 후 많은 대화가 오갈만한 작품이다. 배성우 역시 “영화를 본 후 관객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이길 바란다”고 했다. “재미있게 봐 달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바람일 순 있지만, 재미를 강요할 순 없다는 것.

“우리 작품은 상업 오락 영화다. 조금 신선하고 유니크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상업영화다. 그런 부분을 신선하게 즐겨 주셨으면 좋겠다. 또 블랙 코미디 요소가 있으니 많이 웃으셨으면 좋겠다. 그런 바람으로 만들었다. 나의 바람은 그런 부분이지만, 그저 영화를 본 후 이야깃거리가 있는 작품이었으면 한다.”

한편 ‘더 킹’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싶었던 태수와 대한민국 권력의 중심에 있는 강식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달 18일 개봉해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