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이언티는 하나의 '브랜드'라고 표현한 자이언티. 제공|더블랙레이블

[스포티비스타=심재걸 기자] 자이언티(28, 본명 김해솔)의 색깔은 현 대중음악신에서 누구보다 확고하다. 찍어 부르는 창법, 감정이 없는듯한 표정과 몸짓, 하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노랫말 그리고 안경. 가수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자신만의 색이 뚜렷하다. 

2월의 출발선에서 만난 자이언티는 "김해솔과 자이언티는 조금 별개인 브랜드"라고 했다. 동료 스태프와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 브랜드는 이번 새 앨범 '오오(OO)'에서 김해솔을 얘기했다. "의식의 흐름대로 써내려간 일기장과 같다"고 앨범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였다. 

Q. '도깨비' O.S.T 열풍을 보기 좋게 잠재웠다. 
A. 와우, '무척 기쁘다'에 곱하기 3만 정도의 느낌이다. 타이틀곡이 사랑 받고 있는데 나머지 곡들도 가사를 잘 들어주면 좋겠다. 앨범 명은 내 안경을 뜻한다. 내 아이덴티티와 같다. 나와 대중 사이에 유일한 교집합이 음악이다. 내 시야를 통한 음악적 교감을 뜻하기도 한다. 

Q. 안경을 벗으니 눈매가 선하다. 왜 보통 때는 꼭 쓰고 다니나.
A. 자이언티라는 친구가 안경 쓰는 걸 좋아한다. 

Q. 마치 개별 인격처럼 말한다. 
A. 자이언티는 뮤지션 브랜드다. 다른 인격이라기 보다는 나와 조금 별개라는 생각을 하긴 한다. 자이언티를 위해 곡을 쓰고 스타일링을 하는 프로듀서, 스태프, 나와 같이 만드는 브랜드다. 

Q. 소속사를 YG의 더블랙레이블로 옮기면서 달라진 게 있나.
A. 회사가 바뀌고 많은 분들이 큰 변화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음악을 만드는 스태프, 프로듀서나 동료는 여전히 같다. 음악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스스로 더 정리가 되고 더 자유로워졌다고 할 수 있다. 

Q. 정신적인 변화는 있을 것 같다.
A. 중압감은 분명히 있다. 환경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어떤 음악을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을까. 인정 받을까 하는 부담감이다. 아무래도 성적과 무관하게 내 이야기를 하고 표현 자체를 중시하기 때문에 나를 좋아해주는 분이라면 그것을 먼저 봐주고 인정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Q. 전작과 이번 앨범을 비교하자면.  
A. 나아지는 부분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예전 발표된 음악으로 좋아해주는 분들은 새로운 음악이 적응되지 않을 수 있다. 살아가면서 다른 이야기,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나. 편곡이나 사운드에 신경을 많이 쓰고 러닝타임도 길어졌다. 앨범을 통째로 들었을 때 포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17년 자이언티의 모습을 어떻게 기록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

Q.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나.
A. 지금의 나를 담아냈다. 앨범 안에 잘 녹아있다. 최근의 내 생각을 담았다. '뭐하고 지내?' '무슨 생각해?'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그만큼 최근 생각, 마음, 감정을 담았다. 

Q. 타이틀 곡 가사 중 '이 노래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해'라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A. 농담이다. 어쩌다보니 가수가 되고 음반을 발매하는 직업을 갖게 됐다. 자전적인 내용의 노래들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살아온 환경을 보여주는 순간, 그 처음이 어려웠다. 나 혼자 쓴 일기장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공유되고, 나만 알고 있던 이야기로 대화가 되는 상황이 재미있으면서 당황스러웠다. 거꾸로 당신들은 이러면 어떨것 같냐고 말해봤다. 

Q. 스스로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나.
A. 미니멀한 것을 좋아한다. 간소화 되고 절제된 사운드 내는 것이 쉽지 않다. 아무래도 열 줄짜리 내용을 네 글자로 얘기하는 것, 그 안에 다 담고 끌어 당기려는 시도가 어렵다. 연구를 하고 있다. 그 결과가 이번 앨범이다. 
▲ 독특한 창법에 대한 애착을 보인 자이언티. 제공|더블랙레이블

Q. 가사는 어떻게 쓰고 있나.
A. 의식의 흐름대로 쓴다. 정말 흘러가는대로 쓴다. 잘되겠다? 좋아하겠다? 그런 생각으로 쓰지는 않는다. 흥얼거리다가 '와 정말 재밌다!'하는 가사를 발표한다. 음악도 그렇게 만든다.

Q. 지드래곤과 협업은 어떻게 이뤄졌나.
A. 해줄지 몰랐는데 정말 흔쾌히 응해줬다. 수록곡인데 같이 해도 괜찮냐고 물어봤다. 쿨한 느낌의 곡을 같이 하면 멋질 것 같았다. 정말 바쁜 와중에 몇번이나 녹음을 해줘서 고마웠다. 덕분에 잘 됐다. 

Q. 지드래곤과 함께 부른 노래에서도 '양화대교'가 나온다. 
A. '그 다리가 나랑 뭔 상관인데?', 나를 알린 곡이지만 단면만 보고 음악 세계를 판단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다. 어떻게 보면 '양화대교'가 내 콤플렉스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썼다. 

Q. 창법이 무척 개성있는데 한번쯤 바꿔보려는 생각은 안 해봤나.
A. 사람마다 다른 목소리를 가지고 있고 그 사람 목소리는 동일하다. 화가에 비유하자면 '내 목소리'라는 한 호의 붓을 갖고 있다. 그 붓으로 그리는 게 좋다. 나는 좋아하는 걸 하는 것이다. 사람들도 그 것을 좋아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Q.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성공 요인을 자평하자면.
A. 처음에는 완성도 보다는 희소성 때문에 인정 받은 것 같다. 힙합, 알앤비 보컬이 거의 없었다. 이러한 포지션의 싱어가 없어서 나를 찾아준 것 같다. 크러쉬, 딘이 나오면서 희소성 면에서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게 됐다. 이제는 완성도가 중요한 시대가 왔다. 앞으로 어떤 변화 있을까 나도 궁금하다. 계속 음악을 할테고, 더 완성도가 생길테니. 지금 우리도 어리지만 우리의 음악들을 듣고 자란 친구들이 있을 것이다. 음악 시장이 분명 재미있어질 것이다. 즐길 거리가 많아질 것이다. 

Q. 창작에 영향을 받는 부분은.
A. 평소에 듣고 예전부터 좋아하던 음악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문화나 사회 현상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Q. 최근에는 어떠한 사회 현상에 영향을 받았나.
A. '나쁜놈들'이란 트랙에서 끊임없이 채우고 싶어하는 사람의 욕심을 얘기했다. SNS를 보다가 관심 받고 싶어하는 모습, 끊임 없이 인정 받고 싶어하는, 관심을 원하는 모습이 공허해 보였다. 단면적인 모습이지만 사람의 욕망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Q. 가까이서 본 테디와 양현석은.
A. 양현석은 가까이에서 본 기억이 많지 않다. 정말 마주친 정도다. 직접적인 응원은 없었지만 우주의 기운을 받고 있다. 광합성, 태양의 기운을 받는 것처럼…. 테디는 정말 존경하는 분이다. 빅팬이다. 정말 신경 안쓰는 것처럼 하다가 섬세하게 알고 응원해준다. 안목이 정확하다. 믿고 여쭤볼 수 있는 존재다. 

Q. 앞으로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그저 내 음악을 잘 들어주면 좋겠다. '앞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또 무엇을 들고 나올까'하는 말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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