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유연석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0년이다. 제공|킹콩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스타=유은영 기자] 의과대학에서 본과를 마치고 인턴, 레지던트, 펠로까지 약 10년이 걸린다. 이 시간은 ‘낭만닥터 김사부’ 강동주가 진정한 자신을 찾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다. 그리고 10년은 유연석(33)이 자신의 이름을 당당하게 내걸 수 있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기도 하다.

유연석은 지난달 종영한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극본 강은경, 연출 유인식, 제작 삼화 네트웍스)에서 강동주라는 젊은 의사를 연기했다. 강동주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보여줁 캐릭터다. 극 초반 강동주는 ‘흙수저’ 인생을 털어버리고자 오로지 자신이 잘 되는 일에만 열중했다. 하지만 돌담병원에서 김사부(한석규 분)를 만난 뒤 변했다. ‘진짜 의사’가 무엇인지 알게 된 것.

강동주가 그렇게 진정한 자신을 찾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0년이다. 유연석은 “의대에 가서 본과를 마치고, 인턴과 레지던트, 펠로까지 가는 데만 10년이 걸린다”면서 “그 과정이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겠는가. 강동주는 그 와중에 성공에 집착했지만, 김사부라는 사람을 만나서 성장하고 의사로서의 의미를 다시금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또한 ‘올드보이’(2003)로 데뷔해서 ‘응답하라 1994’(2013)로 많은 분들에게 이름을 알리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며 “좋았던 적도 있었고 아쉬웠던 적도 있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성장한 것 같다. 이런 점이 강동주와 많이 닮아 있다”고 설명했다.

유연석이 연기한 강동주는 10년의 세월을 방황으로 채웠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듯 보였지만 이는 어긋난 신념이었다. 유연석은 강동주와 달리 무명 생활을 지나 ‘응답하라 1994’로 이름을 알리기까지, 10년 동안 크게 어긋났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삐뚤어졌던 적도 많지 않다”며 “그저 한 곳을 보고 달려왔던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일하게 여러 가지 고민을 했던 시기가 있다면 ‘낭만닥터 김사부’ 작품에 들어가기 직전이다. 유연석은 “작품을 하기 전 몇 달 동안 쉬었다. 그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스스로 여러 가지 질문도 하고 고민했던 시간이 있다. 연기에 대한 갈증도 있었다. 그런 것들이 이번 작품을 하면서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 유연석이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연기한 강동주라는 인물 또한 '진짜 의사'로 거듭나기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다. 제공|SBS

“‘응답하라 1994’ 이후는 계속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었어요. 칠봉이 이미지를 지속하기보다는 다른 시도를 했죠. 성적으로 좋았던 때도 있고, 좋지 않았던 때도 있죠. 분명한 건 그때마다 늘 무언가를 배웠다는 거예요.”

유연석의 지난한 10년을 보상해준 작품은 ‘응답하라 1994’다. 이 드라마로 스타덤에 올랐고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큰 인기를 누렸다.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고 자만할 수 있었을 테지만 유연석은 그러지 않았다. 지난 시간을 되짚으며 “성과를 못 냈던 시절도 있었으니, 넘치는 사랑을 받으면 부족할 때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겸손해 했다.

그는 “다음에 어떤 결과를 낼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어찌 됐건 ‘응답하라 1994’는 성적과 상관없이 정말로 소중한 작품이다. 이번 ‘낭만닥터 김사부’ 역시도 내가 연기를 해나가는 과정 중 하나의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연기라는 한 우물을 판 유연석을 흔들어 놓는 것은 다름 아닌 '연기'다. 유연석은 “가장 좋아하는 것이라서 달려왔는데 그게 가장 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며 “‘낭만닥터 김사부’에 출연하기 전 했던 고민도 이것이다. ‘내가 이걸(연기) 안 하면 어떨까?’ ‘안 해도 내가 행복할까?’ ‘그만두면 다른 무엇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장 확고했던, 좋아했던 꿈이었는데 그 꿈이 나를 한순간 흔들던 시간이 있었다”면서 “좋아하기 때문에 흔들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더 이상의 고민과 흔들림은 없다. 유연석은 앞으로도 “사람들이 속 시원히 드러내지 못하는 감정을 대신 울어주고 소리쳐주고 얘기해 줄” 예정이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그런 작품이어서 좋았다며 웃은 그는 앞으로도 함께 웃고 우는 배우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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