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공조'에서 북한 범죄 조직의 리더 차기성으로 악역에 도전한 배우 김주혁. 제공|CJ 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서글서글한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에 따뜻하고 자상한 남자. 화려하진 않지만, 소소한 이벤트와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로 여자를 설레게 하고 감동을 안기는 사람. 배우 김주혁이 지닌 지금까지의 이미지였다.

이랬던 김주혁이 영화 공조’(감독 김성훈)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북한 범죄 조직의 리더 차기성 역으로 변신했다. 자신과 자신을 따르는 부하들의 이익이라고 굳게 믿는, 혹은 그걸 신념이라고 합리화 시키는 차기성은 자신의 의견에 반하는 자는 가차없이 제거한다동고동락하던 사람이라도 상관없다.

남한으로 넘어온 범죄조직을 잡기 위해 남한형사 강진태(유해진)와 북한청사 림철령(현빈)이 만났고, 최초 남북 공조 수사를 펼치는 상황에서 차기성은 절대적인 악인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주혁은 단순한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모든 인물들에게 이유가 있듯이, 차기성 역시 전사를 만들고, 좀 더 매력적인 인물로 만들기 위해 작업했다.

▲ 김주혁은 첫 악역 연기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했다. 제공|CJ 엔터테인먼트

“단순한 악역이라 생각하지 않고 캐릭터를 만들었다. 차기성은 신념대로 움직이는 인물이다. 함께 전사를 만들었는데, 조국에 충성을 다 했지만, 아내가 처형 당했다는 설정을 했다. 대본에 나와있는 것은 아니고, 우리끼리 생각해 본 것이다. 그런 전사를 생각하고 연기하면, 관객들에게 조금 더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싶었다.”

첫 악역에 도전하면서 외적인 변화를 주기도 했다. 좀 더 단단해 보이기 위해 태닝을 했고, 분장을 좀 더 어둡게 했다. 거친 차기성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고, 운동을 통해 몸을 만들어 나갔다.

몸을 태닝 했는데, 얼굴까지 할 수는 없으니까, 분장을 좀 더 어둡게 했다. 얼굴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검은 점을 분사하는 식으로 뿌려서 만들었고, 노력을 많이 했다. 원래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인데, 살을 좀 더 뺐다. 역할을 위해 몸을 만드는 것이지, 몸을 만드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드러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 아니다.”

외적인 변화 이후에는 사투리에 신경을 썼다. 차기성은 현빈이 맡은 림철령과는 또 다른 사투리를 구사하는 인물이다. 림철령이 평양 사투리, 그러니까 북한의 수도, 평양의 표준어를 쓴다면, 차기성은 함경도 사투리를 구사했다.

내가 하는 사투리는 함경도다. 함경도 사투리는 연변 사투리와 비슷하다. 평양은 북한의 수도니까, 서울말 같다. 말이 주는 굴곡 등 맛이 살지 않는다. 차기성은 군인 출신이고, 철령의 사투리와 구분 짓기 위해 함경도 사투리로 잡았다. 좀 더 강한 느낌이 있다.”

의외로 첫 악역이었다. 지금까지 김주혁이 맡았던 역할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왜 이렇게 선한 역할만 했느냐는 물음에 악역이 안 들어와서 못했다고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악역에 대한 카타르시스가 있더라. 전에는 로맨틱 코미디가 많이 들어왔다. 다른 역에 대한 갈증도 있었고, 소속사에 맨날 이런 것만 주냐고 이야기 하기도 했다. CJ 쪽에서 먼저 제안을 했고, 시나리오를 읽은 후 하겠다고 했다. 감독님은 좀 불안했을 것이다. 표정을 보면 안다. 나의 기존 작품을 보고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관객들이 어떻게 볼까등 걱정이 있었을 것이다.”

카타르시스가 있고 지금까지 해 온 캐릭터와 달라서 재미도 있었지만, 외로움도 함께 따라왔다. 로맨틱 코미디는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정말 중요했지만, 차기성은 극중 외로운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런 외로움이 싫지만은 않았다.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있어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그 전에는 호흡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외로운 기분을 조금 느껴야 했다. 그렇다고 현장에서도 조용히 감정을 잡고 그러진 않았다. 현장에서는 또 수다를 떨어야 하니까. 하하.”

1998SBS 8기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데뷔한 김주혁은 20년 가까이 연기자로 살고 있다. 큰 기복 없이 꾸준하게 안정적으로 연기를 해 왔다. ‘공조를 기점으로 또 다른 김주혁의 얼굴까지 봤다. 과연 김주혁은 어떤 기준으로 시나리오를 선택하고 움직일까.

▲ 김주혁은 조연이라도 색을 낼 수 있다면 욕심이 난다고 했다. 제공|CJ 엔터테인먼트

“주인공인데, 전체적인 배경을 해주는 인물이 있고, 조연인데, 그 안에 색을 채워주는 인물이 있다. 그럴 때는 그 색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고 싶은 느낌이 드는 캐릭터가 있고, 이건 내것이구나라는 느낌이 오는 경우도 있다. 나도 사람인지라, 재미있는 시나리오에 끌리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캐릭터와, 완벽하진 않지만 내가 했을 때 색다른 느낌이 들것 같은 캐릭터가 있다. 다 해보고 싶다.”

한편, 김주혁이 처음 악역으로 변신한 공조는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조직을 잡기 위해 남북한이 최초로 비공식 공조 수사를 펼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인기리에 극장 상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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