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화려한 컬러를 자랑한다면 권력 앞에 충성하고 순종적인 양동철(배성우)는 무채색에 가깝다. 언제나 강식 옆에 붙어 있고, 그의 생각대로 움직인다. 본인의 생각이나 판단은 없다. 강식의 그림자 인 듯 하고, 강식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있다. 크게 튀는 인물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색으로 극을 지배한다.
이런 동철을 연기한 배우는 배성우다.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동철은 너무 튀었을 때 극을 산만하게 만들고, 또 반대의 상황일 때는 극의 톤을 다운 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배성우 특유의 톤 조절 능력으로 동철을 살아있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들었다. 순종적인 듯 하지만, 자신 보다 낮은
사람이라 느낄 때는 지체없이 물어 뜯고, 숨어 있어야 할 때는 강식과 숨소리까지 함께 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지운다.
배성우 역시 동철에 대해 “인물 자체가 톤의 변화가 많은 인물”이라며 한재림 감독과 그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했다. 한없이
가벼워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뛰어난 처세술로 살아남는 인물에 대한 톤 조절이 관권이었던 것이다.
어떤 부분은 굉장히 말랑하고, 또 어떤 부분은 서늘하게 표현해 달라는
한재림 감독의 요청을 100% 이해하고 동철을 만들었다. 결국
배성우의 뛰어난 완급 조절은 영화의 흐름을 깨트리지 않으면서도 극의 균형을 잡아낸 것에 성공하며, 배성우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 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