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하늘이 영화 '여교사'에 대한 선입견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제공|필라멘트픽쳐스
[스포티비스타=유은영 기자] “‘여교사’에 따라붙는 ‘파격작’ ‘문제작’이 정말 좋은 문구일까 생각했죠. 그런 선입견 때문에 영화의 본질, 그리고 제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가 가려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배우 김하늘이 부드럽지만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 속 박효주가 언뜻 보였지만, 그보다는 더욱 부드러웠다. 예민하고 신경질적이었던 극 중 박효주를, 김하늘이 실제로 연기한 것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그는 조곤조곤, ‘여교사’를 둘러싼 시선과 선입견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여교사’는 계약직 여교사 박효주(김하늘 분)가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추혜영(유인영 분)과 자신이 눈 여겨 보던 남학생 신재하(이원근 분)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질투와 모멸감, 열등감을 넘어선 심리를 세세하게 그려냈고 흙수저와 금수저,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현실적인 시대 화두를 건드렸다. 

‘거인’(2014)으로 36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받은 김태용 감독의 신작이자,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으로 주목 받았다. 또 청소년관람불가인데다, 교사와 학생의 사랑을 다뤘다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김하늘은 분명히 했다. 자신이 본 ‘여교사’는 그저 교사와 학생의 사랑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김하늘은 최근 스포티비스타와 가진 인터뷰에서 “감독님과 어긋났던 부분이 있다”며 “그게 바로 신재하(이원근 분)를 향한 박효주의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감독님은) 효주가 재하를 사랑하게 된 것이라고 주문을 하셨다. 하지만 제가 이해하는 효주는 처음부터 사랑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효주는 가진 것도, 기댈 곳도 없는 인물이에요.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든 기대고 싶고, 또 무언가를 갖고 싶은 욕구가 분명 있죠. 정규직이 되고자 하는 희망이요. 사실 재하를 향한 관심은 선생으로서 학생에게 마음을 여는 감정이었어요. 대사 중에도 ‘나 같은 선생님이 좋은 선생이 아니냐’고 말하는 것도 있고요.”

▲ 김하늘이 영화 '여교사'에서 연기한 박효주는 열등감으로 가득한 인물이다. 제공|필라멘트픽쳐스

이 마음은 추혜영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김하늘은 “재하라는 칼을 쥐었다는 반짝거림, 이 욕구가 무모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한 것”이라고 봤다. 이어 “‘진짜’라고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지 않은 상태에서 빠져버린 느낌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효주는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인물이니 만큼 학교 내에서 많은 수모를 겪었다. 자존감은 바닥을 쳤고, 모멸감은 컸다. 마음이 무너지는 감정도 여러 번 느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그리고 연기를 하면서도 느꼈던 이 감정 때문에 “외면하고 싶었던 캐릭터”였다. 하지만 김하늘은 박효주라는 인물을 통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좋았고, 놓치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 파멸로 향하는 엔딩마저 김하늘에겐 더없이 완벽했다.

아쉬운 부분은 성적이다. 4일 개봉해 첫날 2만2,975명의 관객을 모았다. 안타깝긴 하지만, 김하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웃었다.

“효주는 저한테 아픈 손가락이에요. 삶 자체가 불쌍해요.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안타깝고, 제일 연민을 느꼈죠. 그래도 효주를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김태용 감독님은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셨고, 효주라는 인물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해주셨고요. 이에 대한 기분 좋음, 그리고 고마움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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