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여교사'에서 고등학생 재하 역을 맡은 이원근은 눈웃음이 매력 있다. 제공|필라멘트픽쳐스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영화 여교사에 등장하는 재하(이원근)는 뽀얀 피부에 웃으면 반달이 되는 눈이 매력적이다. 큰 키에 고운 선을 가졌고, 교복이 잘 어울린다. 아직 고등학생이라 남성성보다는 소년성이 강하다. 하지만, 비밀스러운 사생활이 있다. 여교사와의 밀회다.

여교사에서 재하가 하는 사랑은 온전히 성숙한, 건강한 사랑은 아니다.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았고 서툴다. 술 기운에 효주(김하늘)에게 하는 키스, 효주의 몸을 만지는 손길은 어설프고, 혜영(유인영)에게 매달리는 모습은 마치 어린 아이가 안아 달라고 어리광을 부리는 듯 하다.

이런 재하를 표현한 배우는 올해로 스물 여섯 살이 된 이원근이다. ‘여교사에 들어가기 전 외적으로 보여지는 스타일부터 말투, 행동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실제 자신의 나이를 하나씩 지워갔다. 온전한 고등학생이 되기 위해 말투와 걸음걸이 등 많은 것을 바꿨다.

감독님과 고민을 많이 했다. 재하는 외모에 신경을 쓰는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머리를 짧게 자르고, 앞머리는 일자로 잘랐다. 앞머리가 짧으니 순수하면서도 영악해 보이더라. 내 말투나 목소리 등도 바꿔야 했다. 성인의 그것이 나오면 전부 NG였다. 효주와 혜영 앞에서도 남성스러워서는 안됐다. 처음 해 보는 사랑에 안정되지 않은 모습이 계속 보이길 원하셨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베드신도 있었고, 어느 정도 수준의 스킨십이 있었다. 그 농도가 진하진 않다고 느꼈고, 김태용 감독 역시 그것에 중점을 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학생과 여교사의 사랑이라는 자극적인 소재가 아닌, 영화의 메시지에 몰입해 읽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시나리오를 본 후 느꼈던 재하와 김태용 감독이 생각했던 재하는 조금 달랐다. 대화를 하며 조금씩 맞춰갔고, 재하를 잡아 나갈 수 있었다.

오디션을 봤을 때 재하 톤을 무미건조하게 잡았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생각했던 것이 조금 다르더라. 말투에서부터 고등학생이라는 것이 느껴지길 원하셨다. 재하는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약간 어설픈 느낌이나, 말투에서 애 같은 느낌이 났으면 하셨다. 그 순수해 보이고 어설픈 아이가 판을 움직이는 것이 더 좋다고 하셨다.”

▲ 고등학생 재하를 연기하기 위해 말투와 행동을 모두 바꾼 이원근. 제공|필라멘트픽쳐스

재하의 캐릭터를 잡아가면서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었다. 무용 특기생인 재하를 표현하기 위해 발레를 배워야 했다. 살면서 처음 배운 발레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생소한 동작과 명칭은 이원근을 어렵게 만들었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정말 힘들었는데, 힘들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날 가르쳐주신 선생님 덕분에 포기하지 않았다. 발레는 혼자 할 수 없기에 선생님이 함께 하신다. 그런 선생님이 안 계셨다면, 내가 직접 한 동작을 한 컷도 사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많이 아프기도 했지만, 좀 더 잘하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주니까 그게 속상하고 답답해서 눈물이 났다.”

이원근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그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김기덕 감독 신작 그물에서 남쪽으로 떠내려온 북한 주민 남철우를 감시하는 정부 소속 직원 오진우 역을 맡아 영화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사실, 촬영 시기로 보면 그물보다 여교사가 먼저였다. 너무 긴장한 탓에 대사가 기억나지 않아 상대 배우를 빤히 쳐다보기도 했고, 낯가림이 심해 걱정도 컸다.

엄청 긴장했다. 대사가 기억나지 않았고, 다 알고 있는 건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기도 했다. 김하늘, 유인영 선배님이 정말 좋으신 분들이다. 내가 첫 영화인걸 아시니까, 먼저 손을 내밀어주고, 말도 걸어주셨다. 나의 긴장을 풀어줄 수 있는 행동과 말투였다.”

긴장만 한 것은 아니었다. 긴장하고 부담이 큰 만큼, 준비와 노력도 많이 했다. 대본의 모든 대사를 외웠고,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 넣기 위해 나름의 분석을 했다. 영화의 흐름을 깨지 않는 선에서 재하에게 생동감을 줬다.

내 대사를 하려면 상대 대사도 알아야 해서 모두 외웠다. 읽다 보면 외워진다. 조금이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혼자서 분석을 많이 했다. 감독님이 생동감 있는 것을 좋아하셔서 대사를 할 때도 얼굴을 많이 썼다. 대사가 아니라 눈빛과 눈썹으로 이야기를 하는 신도 있다. 재하에게 생동감이 있어 보이게 만드는 부분이다.”

▲ 재하 역을 위해 이원근은 눈물을 쏟아가며 발레를 배웠다.  제공|필라멘트픽쳐스

이원근은 어떤 감정으로 재하를 연기했을까. 재하에게 혜영은 어떤 존재였을까. 이원근의 대답은 엄마였다.

혜영을 엄마처럼 생각하라고 했다. 이유 없이 그냥 사랑하는 존재다. 재하는 혜영으로부터 처음 보살핌을 받고,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다. 혜영을 위해서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오로지 혜영만을 사랑하는 설정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재하를 연기했다.”

한편 ,‘여교사’는 계약직 여교사 효주가, 이사장 딸이자 정교사로 들어 온 혜영과 자신이 눈 여겨 보던 남학생 재하의 관계를 알게 된 후 벌어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원근은 효주의 제자이자, 혜영의 숨겨진 연인 재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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