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정현. 제공|CJ 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배우 이정현을 가수로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화려한 무대의상을 입고 현란한 테크노 음악을 했던 이정현의 모습은 상당히 강렬했다.

현재 이정현은 가수보다는 배우로 살고 있다. 작은 체구지만 그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대단하다. 영화 ‘군함도’에 함께 출연한 배우 소지섭은 “이정현은 절대 작은 사람이 아니다”고 이야기 하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충무로에서 자리 잡은 배우는 아니었다. 영화 ‘꽃잎’(1996)으로 데뷔한 후 한동안은 가수로 살았다. 너무나도 고된 시간이었다. 연기했던 이정현이 기억나지 않았을 때즈음, 그가 돌아왔다. 배우로 조금씩 얼굴을 보이더니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제36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최근 ‘군함도’로 스크린에 복귀한 이정현을 만났다. 그리고 배우에서 가수로, 또 다시 배우로 돌아오면서, 또 21년이 넘는 시간 배우로 살아오면서 의미 있는 작품을 물었다.

★ ‘꽃잎’ 1996. 04. 05

영화 ‘꽃잎’은 이정현의 데뷔작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본격적으로 그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된 작품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희생된 한 소녀를 통해서 역사의 아픔을 재조명했다. 당시 이정현은 미성년자였고, 연기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신인이었다. 엄청난 부담을 품고 작품에 임했지만 어색한 그의 모습에 현장에서 혼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 작품이 없었다면 배우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 말할 정도로 소중했다.

“정말 힘들었다. 연기를 하나도 모르는 신인이었다. 연기를 못 해 대본을 맞기도 했고,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감독님이 굉장히 무서웠다. 미친 연기를 못하겠더라. 숙소에 가서 펑펑 울었다. 결국 무식하게 몰입했다. 그냥 동네 미친 소녀처럼 시골을 돌아다녔다. 아픈 연기를 해야 할 때는 실제도 몸에 상처를 냈고, 당시 몸무게가 35kg이었는데, 28kg까지 뺐다. 시대의 아픔을 표현해야 했는데 젖 살이 안 빠져서 얼굴이 통통했다. 나름 대작이었는데, 나 때문에 무산되는 것이 무서워서 최선을 다했던 기억이 있다.”

▲ '꽃잎'-'파란만장' 포스터. 제공|미라신코리아, 모호필름

★ ‘파란만장’ 2011. 01. 27

이 작품은 아이폰 영화다. 30분 분량의 단편영화로 박찬욱 감독과 동생인 박찬경 감독이 함께 했다. 100% 아이폰으로 촬영된 작품이지만, 극장 개봉이 가능할만큼 놀라운 영상과 함게 독특한 소제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정현에게는 배우로서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준 작품이다.

“내가 영화계로 복귀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작품이다. 이 작품은 베를린에서 황금곰상(단편 부문)을 수상했고, 그 후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왔다. 지금도 박찬욱 감독님은 나의 멘토다. 힘들거나 결정하기 힘들 때 상담을 한다. 박찬욱 감독님은 ‘넌 좋은 연기자였다’고 하면서 ‘꽃잎’을 상기 시켜줬다.”

★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2015. 08. 13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저 열심히 살면 행복해질 줄 알았던 수남의 파란만장한 인생역경을 그린 생계밀착형 코믹 잔혹극이다. 이 작품으로 이정현은 제36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엄청난 저예산 영화였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개봉 유무도 확실치 않았지만 그 어떤 작품보다 행복하게 작업했다고.

“사실 회사로 시나리오가 들어왔는데, 내가 보지도 못하고 거절을 했다. 이후 박찬욱 감독님이 연결을 시켜줬다. 그래서 출연을 하게 된 것이다. 정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작업했다.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하나가 돼 촬영을 할 수 있었다. 결과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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